中 '제로코로나'에 日 '제로차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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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주혜 기자
입력 2022-12-07 0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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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日 기업 "中 리스크 커…부품 수입 줄일 것"

  • 물류비 상승 등 탈중국 쉽지 않아

11월 29일(현지시간) 중국 베이징의 봉쇄 지역 모습 [사진=AP·연합뉴스]

‘제로 코로나’가 ‘제로 차이나’ 물결을 일으켰다. 중국이 시행하고 있는 도시 봉쇄 위주의 고강도 방역 정책인 제로 코로나에 지친 일본 기업들이 탈(脫)중국을 모색하고 있다. 생산 기지를 일본 자국 내로 이동하는 안을 저울질하는 등 중국 의존도 줄이기에 나서는 모습이다.
 
日 기업 "中 리스크 커…부품 수입 줄일 것"
미-중 대립 격화, 제로 코로나 등으로 일본 기업들이 중국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공급망 구축을 서두르기 시작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이 일본 주요 제조 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 기업들의 약 50%가 중국 생산 비중을 낮추겠다고 답했다. 설문조사는 지난달 중순에 실시됐으며, 아사히그룹홀딩스, 캐논, 카오, 시세이도, 샤프, 스즈키, 스바루, 후지쯔 등 일본 기업 79개 사가 참여했다.

부품 조달 등과 관련한 중국 리스크가 반년 전보다 커졌다고 답한 기업은 78%에 달했다. 중국에서 수입하는 부품 조달 비율을 낮추겠다고 답한 기업은 53%였다. 업종별로 보면 기계(60%), 자동차·화학(57%), 전기(55%)가 탈중국을 주로 검토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들의 가장 큰 우려는 대만 해협에서의 군사 충돌(80%, 복수응답)이다. 세계 컨테이너선의 40%는 대만 해협을 통과한다. 대만 유사 사태 발생 시 민간 선박의 대만 해협 통과는 불가능해지기 때문에 유사시를 대비한 플랜을 마련해야 한다는 조언이 나오는 이유다. 도시 봉쇄 위주의 고강도 방역 정책인 제로코로나 정책에 대한 우려(67%)도 컸다.
 
일본 오키전기공업은 2020년 이후 현금자동입출금기(ATM)와 프린터 생산 공장을 중국에서 베트남 등으로 옮겼다. 현재까지는 일부 부품을 중국에서 조달하고 있지만, 앞으로는 모든 부품을 중국 외 지역에서 조달할 계획이다.
 
응답 기업 가운데 중국 조달 비중을 ‘5~20% 미만’(34%)으로 답한 기업이 가장 많았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해당 비중은 5년 후에는 28%로 저하될 것”이라며 “반대로 ‘5% 미만’은 11%포인트(p) 증가한 33%까지 높아질 것”이라고 전했다.
 
유엔무역개발회의에 따르면 세계 각국의 대중국 수입액은 2021년 기준으로 460조엔(3조3000억 달러)에 달했다. 일본의 수입액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26%에 이른다. 일본 내각부에 따르면 특정 국가의 수입액이 50%를 넘는 제품은 2627개로, 이 중 PC용 전자부품이나 섬유 등 1133개 품목을 중국에서 수입한다.

이번 조사에서도 중국산 부품이 80%가 넘는다고 답한 기업은 38%에 달했다. 특히 자동차 내장 부품과 구연산 등 식품 원료의 중국 의존도는 80%를 넘었다. 이들 기업은 ‘대체 조달처 선정’(43%, 복수응답) 등을 통해 조달 안정성을 꾀한다고 답했다.
 
주목할 점은 중국을 대체할 새로운 조달처로 기업의 86%(복수응답)가 일본을 꼽았다는 점이다. 일본을 중국의 대체처로 꼽은 답은 태국(76%) 등 동남아시아를 웃돌았다. 엔화 가치 약세와 완만한 임금 상승 등으로 인해 해외 생산보다 자국 내 생산이 비용을 줄일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이 설명했다.
 
DMG모리는 일부 부품의 조달처를 일본으로 바꿨고, 기린홀딩스도 구연산을 태국 등에서 구입하는 등 조달처 분산을 검토 중이다. 파나소닉은 청소기 등 생산 일부를 중국에서 일본으로 전환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미·일·유럽은 반도체 등 중요 물자의 중국 의존도를 낮추는 안을 서두르고 있다”며 “평상시에는 중국 사업을 늘리면서도 중국과 다른 지역에서 공급망을 나눠 정비해 유사시에 대비하는 움직임이 뚜렷해지고 있다”고 짚었다.
 
실제 제품 판매 등 중국 사업 활동을 확대하겠다고 밝힌 기업은 30%에 달했다. 사업 활동을 축소하겠다고 답한 기업은 6%에 그쳤다.
 
냉전 때와 달라…탈중국 쉽지 않아
그러나 공급망을 중국에서 벗어나 완전히 새로이 구축하기 위해서는 물류비 증가 등 넘어야 할 산이 많다. 기업 절반(54%)은 물류비 증가와 물류망 재정비(25%) 등을 우려했다. 

‘전문인력 부족’(46%)을 과제로 꼽는 기업도 많다. 미우라 유지 일본종합연구소 수석 연구원은 “중국의 숙련공이나 기술 인력층은 동남아시아에 비해 두텁다”며 “새로운 조달처를 마련하기 위해서는 인재 양성 등에서 막대한 비용과 시간이 들 것”이라고 지적했다.
 
일본의 오우루즈 컨설팅 그룹은 일본이 중국에서 조달하는 부품 등을 일본이나 태국, 베트남 생산으로 전환할 경우 제조 원가가 5조3400억엔가량 상승할 것으로 추산했다. 중국 거점 철수 비용으로는 약 5조8000억엔이 들 것으로 추정했다.
 
탈중국을 위해서는 최소한 수년이 걸릴 것으로 보고 부품과 원자재 재고를 늘리는 기업들도 있다. 조사에 참여한 한 대기업은 부품 재고를 현 30일 분에서 90일 분까지 늘릴 것이라고 답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냉전 때는 동서 공급망이 연결되지 않아 탈소련, 탈중국이 쉬웠다”며 “현재는 원료부터 제품 조립까지 중국과 밀접하게 얽혀 있다”고 짚었다. 이어 “평상시에는 중국 사업을 늘리면서 유사시에 대비해 중국에 의존하지 않는 공급망도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혼다, 다이킨 등 공급망 개편 시도
중국의 제로 코로나에 혼다 등 일본 자동차 업계는 직격탄을 맞았다. 혼다는 지난달 중국 우한에 있는 생산시설 가동을 중단해야 했다. 중국의 제로 코로나 정책은 감염 확산을 막기 위해 근로자가 집에 머무는 등 정상적인 생산을 불가능하게 만든다. 특히 장기 가동 중단은 회사의 매출에 막대한 영향을 미친다.
 
앞서 혼다는 올해 여름 중국산 부품을 최대한 사용하지 않고 승용차나 오토바이 생산이 가능한지를 살피는 대규모 공급망 개편 계획을 극비로 진행했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전했다. 혼다의 글로벌 판매 비중에서 중국 비중은 30%를 넘기 때문에 중국 사업을 핵심으로 추진한다는 계획에는 변함이 없다. 그러나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서 동남아시아 등 중국 외 지역에서 부품을 조달할 경우 늘어나는 비용 등을 시산했다.
 
일본 다이킨공업은 2023년을 목표로 중국산 부품 없이도 에어컨을 생산할 수 있는 공급망을 구축할 방침이다. 핵심 부품은 일본 국내 생산에 초점을 맞추고, 거래처에는 중국 외 지역에서 부품을 생산할 것을 요청했다.
 
마쓰다는 지난 8월 중국에서 조달하는 부품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중국을 경유해 부품을 납품하는 거래처 약 200개 사에 재고를 넉넉하게 확보할 것을 요청했다. 또한 일부 부품에 대해서는 일본 국내 등 중국 이외의 지역에서 병행 생산할 것을 요청할 것이라고 밝혔다. 중장기적으로는 공급망 전체에 대한 재검토에 착수해서 대체 조달처 확보, 부품 국내 생산 경쟁력 제고 등에도 나선다.
 
중국 부품이 일본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막대하다. 토도 야스유키 와세다대 교수 등이 슈퍼컴퓨터로 추산한 결과 2개월간 부품 등 중국산 제품 80%(약 1조4000억엔)의 수입이 중단되면 가전이나 자동차는 물론이고 의류, 식품 등의 생산에 차질을 빚어 약 53조엔에 달하는 피해가 발생한다. 이는 일본의 연간 국내총생산(GDP)의 10%에 달하는 액수다.
 
제품 가격도 오르게 된다. 오우루즈 컨설팅 그룹에 따르면 가전, 자동차 등 주요 89개 품목의 중국 수입이 중단되고 국산화나 타지역 조달로 전환하면 연 13조7000억엔에 달하는 비용이 늘어난다. 이 경우, PC 평균 가격은 50%, 스마트폰은 가격은 약 20% 상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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