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개발연구원(KDI)이 최근 우리 경제의 성장세가 약화하고 있으며 향후 경기 둔화 가능성이 높아지는 모습이라고 진단했다.
KDI는 7일 발간한 '12월 경제동향'에서 "최근 우리 경제는 수출 부진으로 성장세가 약화되고 있으며 향후 경기가 둔화될 가능성이 높아지는 모습"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글로벌 경기둔화로 수출 부진이 가시화된 가운데 금리 인상이 지속되면서 가계와 기업의 심리지수가 악화되는 등 향후 경기가 둔화될 가능성이 점차 커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KDI는 지난 9월과 10월 '경제 회복세 약화'라는 표현을 썼지만, 11월에는 '회복'이라는 표현을 빼고 '성장세 약화'라고 진단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성장세 약화에 더해 경기 둔화 가능성까지 시사하며 더 부정적인 평가를 내놓은 것이다.
부분별로 살펴보면 10월 전산업생산은 전월(3.2%)보다 낮은 2.8%의 증가율을 기록했다. 전월 대비(계절조정)로도 1.5% 감소하며 넉 달 연속 감소세를 이어갔다. 제조업 평균 가동률은 72.4%로 전월(75.1%) 대비 급락했다. 재고율(122.1%)은 전월(121.4%)에 이어 높은 수준을 지속하면서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광공업생산(-1.1%)은 전월(0.7%) 대비 크게 쪼그라들었다. 자동차(22.8%)의 높은 증가세가 지속됐으나 ICT(-6.1%), 1차 금속(-18.5%), 화학제품(-13.2%) 등이 부진하면서 감소로 전환한 것이다.
서비스업 생산(5.9%→5.0%)은 숙박·음식점업(15.9%), 금융 및 보험업(7.9%), 운수 및 창고업(6.9%)을 중심으로 높은 증가세를 지속했다. 건설업(4.5%→8.3%)은 증가 폭이 확대됐다.
한국 경제 버팀목인 수출도 부진한 모습이다. 글로벌 경기 둔화가 지속하면서 중국을 중심으로 감소 폭이 크게 확대됐다. 11월 수출은 1년 전보다 14% 감소했다. 지난 10월 전년 대비 5.7% 감소한 데 이어 두 달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한 것이다. 지역별로는 대(對)미국 수출(6.6%→8.0%)이 양호한 흐름을 보였으나 대(對)중국 수출(-15.7%→-25.5%)은 봉쇄 조치 장기화와 경기둔화 영향으로 대폭 감소했다.
특히 주력 상품인 반도체는 29.8% 급감하며 넉 달 연속 감소했다. 이 외 선박(-68.2%), 석유화학(-26.5%), 무선통신기기(-18.7%) 등 대부분의 품목에서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10월 교역조건(-9.9%→-7.4%)은 전월에 이어 큰 폭의 하락세를 지속했다. 11월 무역수지는 전월(-67억 달러)보다 확대된 70.1억 달러의 적자를 기록했다.
소비자물가가 기저효과 영향으로 상승 폭이 축소됐다. 그러나 물가의 추세적 흐름을 보여주는 근원물가(농산물 및 석유류 제외 지수) 상승 폭은 소폭 확대되면서 물가 상승세가 높게 유지되는 모습이다.
11월 소비자물가는 전월(5.7%)보다 낮은 5.0% 상승률을 기록했다. 상품 물가(7.3→6.1%)는 농·축·수산물과 석유류를 중심으로 상승 폭이 축소됐다.
대내외 기준금리 기대경로가 하향 조정되면서 시장금리가 하락하고 주가는 상승했지만, 일부 단기자금시장은 여전히 불안정한 모습을 보였다. 11월 국고채 금리(3년)는 3.69%로 전월(4.19%) 대비 큰 폭으로 하락했다. CDS프리미엄(5년물) 역시 대내외 기준금리 기대경로 하향 조정 영향으로 지난 10월(70.4bp)보다 많이 감소한 49.5bp를 기록했다.
91일물 CP금리는 지난 10월 말 1.44%에서 지난달 말 2.16%로 90bp(1bp=0.01%포인트) 상승하는 등 단기자금시장은 여전히 불안정한 모습을 보였다.
주요국의 통화 긴축과 중국의 제로코로나 정책, 지정학적 긴장이 장기화하면서 전 세계적으로 경기 하방 압력은 확대됐다. KDI는 산업생산과 상품교역이 정체되고 제조업 심리, 경기선행지수도 부진한 흐름을 나타내는 등 글로벌 경기둔화가 지속되는 모습이라고 진단했다. 중국의 봉쇄 조치로 공급망 불안 우려가 재차 확대되는 가운데 유럽을 중심으로 다수의 지역에서 고물가 현상이 지속되고 있다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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