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까지 급격히 성장해왔던 환경·사회·지배구조(ESG) 상장지수펀드(ETF)가 올해는 시들한 모습이다. ESG 기업에 대한 불분명한 지표, 그린워싱(위장환경주의) 논란과 함께 약세장이 지속되면서 관련 상품이 좀처럼 힘을 내지 못하고 있다.
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대표적인 ESG ETF로 꼽히는 'KB STAR ESG사회책임투자 ETF'는 어제보다 0.44% 내린 1만105원에 거래를 마쳤다. 또 다른 대표 상품인 'KODEX200 ESG ETF'도 전일 대비 0.66% 내린 1만1325원으로 마감했다. 일주일 동안 'KB STAR ESG사회책임투자 ETF'는 -4.04%를 기록했고, 'KODEX200 ESG ETF'는 -3.53%로 부진했다.
또 'SOL 차이나태양광CSI(합성) ETF'는 한 달 사이 -13.76%, 3개월 기준 -21.90%로 친환경(E) 종목 기준 가장 낮은 성과를 내고 있다. 사회(S) 부문에서는 'KODEX아시아달러채권SRI플러스액티브 ETF'가 한 달 기준 -0.12%, 3달 누적 기준으로는 -4.75%를 기록했다. ESG 종합 부문에서는 'SOL 미국S&P ESG ETF'가 3개월 기준 -3.43%의 수익률을 내고 있다.
설정액도 급격히 빠지는 추세다. 'SOL 차이나태양광CSI(합성) ETF'는 3년 이상 자금이 유입되지 않고 있다. 'KODEX아시아달러채권SRI플러스액티브 ETF'도 지난달 20일 4억9600만원가량이 빠져나간 뒤 그 후로는 추가 자금 유입이 없는 상태다. 'SOL 미국S&P ESG ETF'도 지난 9월 약 10억원이 들어온 뒤 추가 소식이 없는 것으로 나온다.
ETF 시장에서는 당연한 결과라는 반응이다. ESG ETF에는 대다수가 시가총액이 큰 우량주 위주로 구성돼 있다. 즉, 코스피 지수와 큰 차이가 없다는 것이다. 이날 코스피는 전일 대비 0.43% 내린 2382.81에 마감했다. 이날 거래소에 상장된 총 62개 ETF 상품 중 48개 ESG ETF도 코스피 지수보다 소폭 하락하거나 혹은 비슷한 수익률을 나타냈다. 결국 기업들의 ESG 점수보다는 증시 시장 영향이 가장 크다는 것이다.
구성 기준이 불분명하다는 점도 문제다. 일례로 'TIGER KEDI혁신기업ESG30 ETF' 상품은 삼성SDI, 엔씨소프트, 리노공업, 포스코케미칼, KB금융 등 총 30 기업이 포함돼 있지만 선정 기준은 정확히 알려져 있지 않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대부분 구성된 ESG ETF 상품을 뜯어보면 구성된 기업들의 정확한 기준은 불분명하다"고 지적했다. 혁신 기업으로 ETF가 묶여 있지만 어느 점을 혁신으로 보는지는 명확히 알려져 있지 않다는 것이다.
ESG 기업을 선정하는 검증 기관도 명확하지 않다는 비판이 나온다. 하재석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국내외 여러 ESG 평가기관이 기업에 대한 ESG 평가를 매겨 이에 따라 지수에 영향을 받기도 한다"며 다만 "기관의 역사가 오래되지 않았고, 판단 기준과 방법론도 불명확하다"고 말했다.
여기에 '그린워싱' 지적도 나온다. 이에 ESG ETF도 결국은 '무늬만 ESG ETF' 상품이라는 목소리가 나오는 상황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지난 5월 ESG 펀드의 그린워싱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하는 규칙을 만들어 공개했다”며 “유럽에서도 투자자들이 허위 ESG 관련 표현으로 현혹되지 않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준비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이에 발맞춘 규정 마련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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