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풍에 흔들리는 금융사] "능력만 있다면" 해외선 20년 장기연임도 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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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근미 기자
입력 2022-12-08 0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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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이미 다이먼 JP모건 최고경영자(CEO)[ 사진=로이터 연합뉴스]

해외 주요국에서는 금융권 최고경영자(CEO)들이 자신의 전문성을 인정받아 장기연임하는 사례를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는 반면 국내에서는 CEO 연임 자체에 대해 죄악시하는 분위기가 높다. 특히 수장 교체기에도 건전한 경영승계가 아닌 실무 경험이 없는 관료 출신 인사들이 외풍을 타고 내려오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이처럼 후진적인 금융권 수장 선임 관행은 중장기적으로 국내 금융사들의 경쟁력 제고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지적이 높다. 

실제 해외 주요사례를 살펴보면 미국 최대 은행인 JP모건체이스 제이미 다이먼 회장이 '장기연임'의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월스트리트의 대통령이라는 별칭을 갖고 있는 다이먼 회장은 지난 2005년 12월부터 현재까지 해당 금융회사 CEO로 자리를 지키고 있다. JP모건 이사회는 지난 2018년에 이어 지난해에도 다이먼 회장 임기를 5년 추가 연장하기로 결정해 그는 오는 2026년까지 회장직을 수행하게 됐다. 

다이먼 회장의 실력은 유능한 리더 영입을 위한 JP모건의 노력과 회장 취임 이후 주가 변화로도 확인할 수 있다. JP모건은 다이먼이 이끌던 시카고 뱅크원 은행을 550억 달러에 사들이는 대신 그를 2년 후 은행 최고경영자로 내정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인수대상 은행의 CEO가 합병은행의 최고경영자가 된 것이다. 선데이 타임스에 따르면 다이먼 회장 취임 이후 JP모건 주가가 500% 이상 급등했다. JP모건은 부실화된 베어스턴스, 워싱턴뮤추얼을 합병하면서 큰 성과를 거뒀고 다이먼 회장은 '금융위기 최후의 승자'라는 별명도 얻게 됐다. 

해외 금융회사 CEO들의 장기연임 사례는 이뿐만이 아니다. 글로벌 투자은행 골드만삭스의 로이드 블랭크파인 전 CEO는 지난 2006년부터 2018년 후반까지 12년여 간 회장직을 수행했고 현재 수석회장직으로 목소리를 내고 있다. 브라이언 모니한 뱅크오브아메리카(BOA) 회장은 2010년 이후 12년째, 장 로랑 보나페 BNP파리바 회장도 2011년부터 금융회사를 장기 경영 중이다. 존 본드 HSBC 전 회장도 1998년 최고경영자 자리에 올라 2006년 물러난 바 있다. 

이처럼 해외에선 짧게는 몇 년에서 길게는 20년 이상 CEO를 역임하며 은행을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시킨 사례가 있는 반면 국내에서는 유사사례를 찾아보기 쉽지 않다. 과거 일부 금융회사 수장들이 3~4연임을 이어가는 과정에서 개인의 능력보다 견제없는 '제왕적 지배구조'가 밑바탕이 됐고 이 과정에서 내분이 발생하는 등 논란이 지속돼 오면서 연임에 대한 부정적인 시선이 많기 때문이다. 또한 최근에는 주인 없이 관의 입김이 크게 작용하는 국내 금융회사 특성 상 주주가치 제고보다 정부나 정치권 의중에 따라 수장 자리를 내줘야하는 경우도 손쉽게 찾아볼 수 있다. 

그러나 결국 민간 금융지주사 수장 선임에 대한 개입은 곧 금융을 수단화하고 궁극적으로 금융 경쟁력 제고에도 악재로 작용할 여지가 높다는 지적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지주 회장직 등의 경우 지배구조 갈등과 정부 입김 등에 좌우되는 불합리한 관행이 여전히 남아있다"면서 "이는 결국 금융회사의 중장기 계획과 업무연속성을 떨어뜨릴 뿐 아니라 금융회사 자체의 승계 원칙을 무너뜨려 민간 금융회사의 경쟁력 약화를 야기할 여지가 크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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