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UAE 지폐에 각인된 바라카 원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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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기락 기자
입력 2022-12-11 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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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AE 건국절 기념 1000디르함 지폐 도안 [사진=한국수력원자력]

한 국가 안에서 사용하는 지폐는 그 나라를 대표하는 얼굴이라고 할 수 있다. 많은 여행자들이 다른 나라를 여행하기 전에 환전을 하는데 이 과정에서 가장 처음 접하는 그 국가의 문물이기 때문이다.

이에 각국은 그 나라를 대표하는 문화나 역사적 인물 등의 이미지를 지폐에 넣어 상징성을 부여한다. 우리나라 지폐 중 천원권에는 퇴계 이황이, 오천원권에는 율곡 이이가, 만원권에는 세종대왕이, 오만원권에는 신사임당이 들어가는 것 역시 같은 이유다. 

수년 전 라오스를 여행하면서 환전을 한 경험이 있다. 현지 화폐 단위는 '킵'인데 다른 나라와 마찬가지로 그 나라를 상징하는 인물과 건물 등의 이미지가 들어가 있었다. 그중 우리나라 돈으로 400원 정도인 5000킵 지폐에 인쇄된 공장 사진이 눈길을 끌었다. 

현지 가이드에게 무슨 공장의 이미지인지 물어보니 라오스에서 가장 처음 만들어진 시멘트 공장이라는 답변을 들을 수 있었다. 라오스를 방문했던 2016년까지도 현지에는 지폐 속 시멘트 공장 외에 맥주와 물을 생산하는 공장을 포함해 산업생산시설이 단 3개밖에 없었다.

농업이 위주인 라오스에서 산업화를 상징하는 시멘트 공장은 화폐에 각인될 만큼 큰 의미를 지니고 있었다. 다만 나중에 가이드로부터 이 시멘트 공장이 라오스가 독자적으로 건설한 것이 아닌, 일본의 자본이 투입된 것이라는 설명을 들었다. 

최근 아랍에미리트 중앙은행은 건국 51주년을 맞아 신권 지폐 발행을 공고했다. 현지 화폐 단위는 '디르함'으로 우리나라 돈으로 35만원 정도인 최고액권 '1000디르함' 지폐에 현지 바라카 원자력발전소 이미지가 삽입된다. 

바라카 원전은 우리나라가 최초로 개발한 원전 노형을 수출한 첫 사례다. 2013년 착공에 들어가 지난해 4월 1호기, 올 3월에는 2호기가 각각 상업운전을 개시했다. 

바라카 원전은 정해진 공기와 예산을 맞추면서 원전을 건설하는 우리나라의 뛰어난 시공능력을 입증한 사례이기도 하다. 이 같은 성과는 제2의 원전 해외 수출로 이어지고 있다. 최근 우리나라는 폴란드 민간 원전 건설 프로젝트에 참여하며 중동에 이어 최초로 유럽 지역에 한국형 원전 수출을 목전에 두고 있다. 

폴란드는 EU 회원국인데도 아직까지 유로화가 아닌 자국 화폐를 사용하는 국가다. 먼 미래의 일이지만 바라카 원전과 같이 폴란드에서도 성공적인 원전 프로젝트를 수행한다면 폴란드 지폐에 우리가 수출한 한국형 원전이 각인될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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