납품대금 연동제 '시행령' 관건…대기업 우려엔 "호들갑" 반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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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은 기자
입력 2022-12-12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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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영 중기부 장관, 대기업 경제단체에 작심 비판 쏟아내

  • 중기부, 전담팀 조직해 시행령 마련…"다양한 의견 경청"

이영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지난 10월 12일 서울 여의도에서 납품대금 연동제 시범운영 참여 대기업 6개사 대표·임원을 만나 법제화 논의에도 적극 참여해줄 것을 당부하고 있다. [사진=중기부]

이영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대기업 중심 경제단체들이 납품대금 연동제 법제화에 우려를 표한 데 대해 “뒤늦은 갑론을박”, “호들갑”이라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법안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대기업 측과 충분한 논의를 거쳤으나, 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자 딴지를 건다는 이유에서다. 다만 이 장관은 앞으로도 대기업과 협의하며 납품대금 연동제의 핵심인 시행령 마련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11일 중기부 등에 따르면 이 장관은 지난 9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을 통해 “대기업 관련 경제단체들의 납품대금 연동제 법안 통과에 관한 유감 표명 뉴스가 쏟아지고 있다”며 “정말 유감”이라고 밝혔다. 그는 “(법안은) 재적의원 217인 중 반대표 없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며 “(경제단체가) 목소리만 높이는 행동이 정말 회원사를 위한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납품대금 연동제 내용을 담은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촉진에 관한 법률(상생협력법)’ 개정안은 지난 8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개정안은 위탁‧수탁업체 간 거래에서 원자재 가격 상승에 따른 납품단가 상승폭을 약정서에 기재하도록 의무화했다. 납품대금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10% 이상인 주요 원재료에는 연동제가 도입되며, 쌍방 합의 시엔 예외가 적용된다.
 
법 통과 직후 전국경제인연합회, 대한상공회의소, 한국무역협회 등 경제단체들은 잇따라 논평을 내고 우려를 표명했다. 전경련은 “연동제가 시행되면 최종 제품 가격 상승에 따른 소비자 피해, 중소기업 경쟁력 약화, 공장 해외 이전 등의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대한상의는 “무리하게 입법을 강행하는 것에 대해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에 이 장관은 “중기부는 지난 6개월간 대기업 관련 경제단체들과 함께 (연동제의) 취지와 내용을 공유하며 꾸준히 협조해 왔다”며 “마치 중기부가 일방적으로 해당 법안을 밀어붙인 것처럼 호들갑 떨 일은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진심으로 회원사의 목소리를 담고 싶었다면 서로 논의해온 수개월이라는 충분한 시간이 있었다”고 꼬집었다.
 
이 장관은 “결론을 만들어 가는 지리한 과정에서 상황을 바꾸기 위해 노력하는 것보다 이미 결론 난 일에 대해 뒤늦게 갑론을박하는 것이 더 쉽고 어깨에 힘이 들어가는 일이긴 하다”며 경제단체들의 행동을 비꼬았다. 이어 “그러나 일을 하던 사람들은 계속 일을 해나갈 예정”이라며 연동제 시행 의지를 강하게 피력했다.
 
구체적인 계획도 언급했다. 이 장관은 “중기부는 2023년 납품대금 연동제를 시장에 정착시키기 위한 전담팀을 조직한다”며 “17개 지방청을 중심으로 조사팀과 지원팀을 만들고 시행령 마련에 착수한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대기업들이 포함된 테스크포스(TF)를 운영하며 다양한 의견을 경청하고, 시범사업을 확대해 나가며 모니터링할 것”이라고 부연했다.
 

이영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지난 6월 17일 서울 중구 동반성장위원회 중회의실에서 열린 납품단가 연동제 TF 대·중소기업 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중기부]

이 장관은 이튿날인 지난 10일에도 자신의 페이스북에 납품대금 연동제 시범운영 관련 동영상을 올리며 제도 추진 의지를 다졌다. 중기부는 지난 6월 대‧중소기업이 참여한 TF 회의를 개최하며 연동제에 대한 본격적인 논의를 시작했다. 9월부터는 삼성전자‧현대차를 포함한 참여기업 335개사(위탁 41곳‧수탁 294곳)와 함께 제도 시범운영에 착수했다. 현재 참여기업은 총 388개사(위탁 47곳‧수탁 341곳)로 늘었다.
 
중기부는 법 시행 전까지 시범운영을 지속하며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한 시행령을 마련하겠다는 계획이다. 개정안은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 공포되며, 공포 시점은 이달 말이나 다음 달 초로 예상된다. 우수기업 지원‧표준약정서 도입 등 지원에 관한 사항은 공포일로부터 6개월 뒤, 탈법행위 금지‧과태료 부과 등 의무와 제재에 관한 사항은 공포일로부터 9개월 뒤 시행된다.
 
이에 따라 내년 하반기부터는 현장에서 납품대금 연동제가 본격 실시된다. 중소기업계에서는 2008년 연동제 도입 논의를 시작한 지 15년 만에 숙원이 풀리게 되는 만큼 기대감을 드러내고 있다. 다만 계약 당사자 간 합의 시 예외를 적용할 수 있다는 단서 조항이 갑의 위력에 의해 합의에 이르는 ‘독소조항’이 되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는 지적이다. 
 
시행령 구성도 관건이 될 전망이다. 업계는 시행령을 통해 약정서에 포함되는 납품대금 연동 대상, 조정요건, 지표 및 산식 등 세부 집행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연동제 예외 기준인 ‘계약 금액 1억원 미만 계약 기간 90일 이하’ 등의 내용을 구체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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