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보험료 인하를 두고 연일 당정의 압박이 거세지고 있는 가운데, 대형 손해보험사(삼성화재·현대해상·DB손해보험·KB손해보험)들이 인하요율을 놓고 장고를 거듭하고 있다. 당초 1%대 인하를 논의해 왔지만, 최근 일부 업체들이 2%대 인하를 추진하면서 인하폭 확대에 대한 요구가 커지고 있다. 대형사들은 1%포인트 차이에 불과하지만, 사실상 자동차보험 부문에선 적자와 흑자가 결정될 수 있는 수치라며 신중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11일 손해보험업계에 따르면, 자동차보험료 1% 인하 시 1037억원 가량의 자동차보험 수입이 감소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금융감독원이 공식화한 올해 상반기 자동차보험의 원수 보험료는 10조3731억원 수준으로, 보험료 1% 인하시 이 같은 감소세가 추산된다는 이유에서다. 하반기 수치는 취합 전이지만, 자동차보험 가입대수가 증가함에 따라 1% 인하에 따른 수입 보험료 감소 수치는 더 증가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특히 2%대 인하시 2074억원에서 최대 3000억원을 상회하는 수입 감소가 예상된다는 설명이다.
대형사들은 올해 흑자 기록 시 지난해와 비슷한 3000억원대의 흑자가 점쳐지는데, 최대 2%대 인하 시 사실상 벌어들인 수익이 상쇄될 것으로 보고있다. 실제 지난해 상위 4개사들은 자동차보험에서 3981억원 규모의 흑자를 냈고, 올초 당국의 인하 요청에 삼성화재 1.2%, 현대해상 1.2%, DB손보 1.3%, KB손보 1.4%의 인하요율을 적용했다.
여기에 물가 상승에 따라 자동차 정비업체들이 자동차보험 정비공임 수가(정비수가)를 올려 달라고 요청, 무조건적인 인하폭 확대도 애매한 상황이다. 자동차 정비업계는 내년 정비 수가를 올해 대비 7~8% 인상해야 한다는 데 의견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정비수가는 보험에 가입한 사고 차량을 정비업체가 수리했을 때 보험사가 지급하는 수리비다. 보험업계에서는 정비수가가 8% 오르면 자동차보험료를 최소 2% 이상 올려야 한다는 설명이다.
그간 쌓인 자동차보험 누적 적자액도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손보업계에 따르면, 지난 2017년(266억원 흑자)을 제하고 2010년부터 2020년까지 매년 적자를 기록, 그 액수만 8조9529억원에 이른다. 여기에 아직 취합되지 않은 겨울철 빙판길 사고 리스크가 여전하고 병원 진료비 증가 등도 원가상승요인으로 작용, 손해율이 오를 수 있다는 분석이다.
한편, 지난 8일 메리츠화재와 롯데손해보험이 각각 최대 2.5%, 2.9%의 자동차보험료 인하 검토를 공식화했다. 이후 성일종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빅4 손보사’들도 자동차보험료 인하에 동참해달라고 거듭 촉구했다. 성 의장은 최근 열린 원내대책회의 모두 발언에서 "중소 보험사들도 자동차보험료의 적극적인 인하를 검토하고 있지만, 시장의 85%를 차지하고 있는 ‘빅4 손보사’는 자동차보험료 인하에 특별한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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