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위기 조짐이 커지고 있다. 고물가·고금리·고환율 등 3고로 점철된 2022년이 끝나는 현시점에서 경기 침체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전년 동월 대비 10월 산업활동동향을 살펴보면 광공업생산은 –1.1%, 제조업 재고는 4.5% 증가했다, 소매판매는 –0.7%로 위축되었고 설비투자와 건설기성이 각각 16.8%, 8.3% 증가했지만 상당수 기업이 2023년 투자계획을 유보하고 있다. 건설수주 –40.5%가 보여주듯이 부동산 시장이 심하게 흔들리고 있다. 동행종합지수 순환변동치는 102.4로 경기를 유지하고 있는 듯하지만 선행종합지수 순환변동치는 99.2로 2023년 경제 위기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11월 통관 기준으로 수출은 –14.0%인데 수입은 2.7%로, 연간 무역수지 적자는 400억 달러를 돌파하여 1956년 통계 작성 이후 최악의 성적표를 보이고 있다. 10월 전국 어음부도율은 0.20%로 2017년 6월(0.28%) 이후 5년 3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한 9월의 0.26%보다는 낮아졌지만 여전히 크게 높은 수준이다.
2023년 경제성장률 전망은 암울하다, 한국은행 1.7%, KDI 1.8%, OECD 1.8%, IMF 2.0%로 평균 1.8% 수준이다. 2.6%로 예상되는 2022년 경제성장률 상황에서도 여기저기에서 경고음이 울리고 있는데 이보다 더 어두운 전망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2023년 물가와 금리도 높은 수준을 유지할 전망이다. 그나마 지난 10월 실업률은 2.4%를 보여 다행이지만 경제활동인구 증가의 상당수가 예산으로 만든 60대 이상 일자리라는 점에서 부정적 측면이 강하다.
경제적으로는 고물가를 촉발한 우크라이나 전쟁이 종식되지 않고 있는 가운데 미·중 패권전쟁에 따른 글로벌 공급망이 크게 흔들리고 있다. 미국은 고금리 기조하에서 갈피를 못 잡고 있는 금리 인상으로 가계와 기업이 모두 낮은 금리에서 팽창된 버블이 꺼지면서 소비와 투자 모두 위축되고 있는 상황이다. 외교안보적으로도 북한의 연이은 미사일 도발 이후 핵실험 감행 가능성이 끊이질 않고 있다. 사회적으로는 더 심각하다. 정체성 혼란과 사회 갈등이 끊임없이 커지고 있다. 빈부격차가 확대되고 있고, 사회적 위화감은 증대되고 있다. 경제·정치·사회 전반에 걸쳐 위기 현상이 만연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이러한 위기가 극복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우리는 이보다 더한 1997년 외환위기와 2008년 글로벌 위기도 슬기롭게 이겨내었던 국가가 아닌가? 문제는 현재 만연하고 있는 위기 가능성을 위기로 인식하지 않고 있다는 데 있다. 위기를 미리 인식하고 대비만 충분히 할 수 있다면 위기는 극복 가능하다. 그러나 위기 인식도 가지지 않는다면 대비하지 않게 되고 마침내 되돌릴 수 없는 상태에 이를 수 있을 것이다. 더욱이 심각한 것은 노사 간, 여야 간 국민 갈등의 심화로 내부 에너지가 결집되지 않고 빠른 속도로 분열만 거듭하고 있는 점이다. 현재 상황은 500여 년 전 임진왜란 직전 조선의 모습과 흡사하다. 외부적으로 침략의 움직임이 감지되고 민생은 어려움을 더하는데도 국가 최고지도자는 평화와 자만에 빠져 있고 정치지도자는 당쟁만 일삼아 결국에는 임진왜란을 맞게 되고 국민은 도륙되고 국토는 피로 물들었다.
불행 중 다행으로 조선에는 이순신이 있었다. 절체절명의 순간에 국가의 위기를 미리 예견하고 준비하였다가 마침내 명나라까지 삼킬 기세로 몰려오는 왜군을 통쾌하게 물리쳐서 조선뿐만 아니라 명나라까지도 구했던 조선의 장수, 이순신이 있었다. 뛰어난 리더십으로 오합지졸의 군사를 최강의 군대로 만들고, 산산이 흩어졌던 민심을 하나로 모았으며, 참으로 그들의 생명과 재산을 지켜주어 쓰러져 가는 국가의 위신을 한 몸으로 받쳤던 이순신이 있었다. 지금 이 순간, 국민들은 누란의 상태에 처한 대한민국을 구할 위기 관리 리더십을 갈망하고 있다. 위기에서 나라를 구한 이순신 리더십은 이른바 통찰력·통제력·통솔력·통감력·통전력으로 요약되는 5통의 리더십이다.
위기를 관리할 리더는 무엇보다도 통찰력(insight)이 있어야 한다. 현재 대한민국 위기의 본질을 궤뚫어보고 한국에 최적인 처방을 내려야 한다. 미·중 패권전쟁에서 한국의 위상을 제대로 잡고 저출산·고령화, 그리고 저성장의 트렌드를 읽고 대한민국이 가야 할 길을 제시하여 국민들에게 선진국 도약과 행복 국민의 드림을 주어야 한다.
리더는 전략적 통제력(Strategy)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무한경쟁 시대에 성공한 리더가 되기 위해서는 승리하는 리더가 되어야 한다. 아무리 마음이 좋은 리더라 하여도 무능한 리더는 존경받을 수 없다. 결국 리더는 국민의 안전과 일자리를 지켜주어야 한다. 리더가 승리할 수 있는 전략을 운용할 수 있을 때 리더에 대한 존경과 지지가 높아질 수 있다.
리더는 통솔력(Technology)이 있어야 한다. 어떻게 하면 추종자가 따라오고 조직을 컨트롤할 수 있는가 하는 것이다. 나랏일을 실무적으로 하는 사람은 공무원이다. 공직자가 소신을 가지고 능력껏 일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 낮은 국정 지지율하에서 공직자는 눈치만 보고 복지부동할 가능성이 높다. 책임은 리더 본인이 지고 권한은 담당자에게 주어질 때 공직자는 적극적으로 일할 수 있다.
리더는 통감력(Sensibility)이 있어야 한다. 리더는 국민 모두의 마음을 움직이게 해야 한다. 국민과 리더 사이에 완전한 믿음, 신뢰가 만들어져야 한다. 현재의 극한적 노사·여야 간 갈등 구조에서는 리더가 일방의 이해를 대변하는 입장에 있으면 안 된다. 여소야대 국면일수록 리더가 통합의 리더십을 가지고 국민의 마음을 움직일 때 세상을 바꿀 수 있다. 그래야 당면한 위기 극복은 물론 규제개혁, 노동개혁, 교육개혁, 연금개혁 등 중장기 국가과제도 해결할 수 있다.
리더는 인격적 리더십이라고 할 수 있는 통전력(Transparency)이 있어야 한다. 21세기는 투명한 사회라고 할 수 있다. 숨기고 싶어도 숨길 수 없고, 감추고 싶어도 감출 수 없는 시대다. 따라서 리더에게는 강력한 도덕성을 요구한다. 리더가 부정부패해서는 살아남지 못한다. 리더에게는 일반 사람보다 몇 배의 깨끗함이 요구된다.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을 때 리더는 떳떳해질 수 있고 리더는 추종자에게 희생을 요구할 수 있다.
김용하 (순천향대 IT금융경영학과 교수)
김용하 필자 주요 이력
△성균관대 경제학 박사 △전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원장 △전 한국경제연구학회 회장 △전 한국재정정책학회 회장 △현 순천향대 IT금융경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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