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인표. 그는 배우로 잘 알려져 있지만 배우, 감독, 제작자 뿐만 아니라 소설가로도 활동을 하고 있다. 성실의 아이콘이라고 불리는 차인표와 지금까지 겪었던 소설 같은 일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Q. 인어사냥은 어떤 의미인가요?
A. 소설의 내용을 함축할 수 있는 제목을 찾았어요. 이 책의 내용이 사람들이 인어를 잡으러 다니는 내용이기 때문에 내용을 함축적으로 담은 제목이에요.
Q. 만약 먹으면 천년을 사는 음식이 있어요. 근데 엄청나게 비싸요. 드실건가요?
Q. 소설을 처음 쓰게된 계기가 뭔가요?
A. 2009년에 처음으로 소설을 썼는데 일제시대 때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로 우리나라의 수많은 젊은 여성들이 끌려갔었는데 그 문제에 대해서 처음 접했어요. 그리고 캄보디아에서 구조된 훈 할머니 라고 계셨는데 그분이 1940년대에 일본군 위안부로 가셨다가 60여년만에 한국으로 돌아오셨어요. 나무판자에 "내 이름은 훈 입니다. 제 고향으로 보내주세요"라고 써서 나오셨더라고요.
그 모습을 보면서 우리에게 이런 아픈 잊혀지면 안되는 역사라고 생각이 들었어요. 당시에 아들이 초등학교 4학년이었는데 이 아이한테 설명을 해주고 싶었어요. 좋은 역사도 있고 기쁜 일도 많았지만 굉장히 가슴 아픈 역사도 있다는 것을요. 그래서 소설로 쓰게 된 거예요.
Q. 배우로서 많은 경험들을 하셨을텐데 소설 같았던 일을 경험한 적이 있나요?
A. 장르소설, 코미디 소설 같은 일들이 있죠. 제가 경험한 건 2009년도에 제가 어느 방송사에서 사극을 찍고 있었는데 1월이었거든요. 그해가 무척 추웠어요. 그래서 영하 24도까지 떨어졌어요. 야외에서 새벽에 촬영을 하는데 너무 추워서 촬영이 안되는 거예요.
막걸리를 마시는 씬이라 아침햇살이라는 음료를 따랐는데 슬러시가 나오는 거예요. 그렇게 추워서 PD한테 촬영을 하면 안될 것 같다고 했는데 자기가 촬영을 중단할 권리가 없다는 거예요. 저라도 중단을 시켜야겠다고 싶었는데 너무 추워서 카메라가 멈춰 버린 거예요. 제가 말을 하기 직전에 카메라 멈춰서 촬영이 중단됐던 게 소설 같았어요.
Q. 낯선이야기꾼이라는 타이틀을 가지고 있는데요. 낯선이 붙은 이유가 궁금해요.
A. 아무래도 제가 배우로서 이름을 알렸고 아직도 활동을 하고 있기 때문에 소설을 쓰는 작가라고 하기에는 바라보는 분들이 낯설게 느낄 것 같아요.
Q. 어떤 이야기꾼이 되고 싶나요?
A. 낮선이라는 꼬리표를 떼고 낯익은이라는 타이틀이 붙었으면 좋겠어요.
Q. 그러기 위해서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요?
A. 많이 써야죠. 제가 추구하는 메세지 다음으로 중요시 하는 건 재미예요. 첫장을 폈으면 사람들이 끝까지 읽을 수 있도록 어떻게 하면 쉽게 읽히는 글을 쓸까에 대해 고민을 많이 하는 편이에요. 그래서 앞으로 재미있는 이야기꾼이 됐으면 좋겠어요.
Q. 앞으로 어떤 이야기를 쓰고 싶나요?
A. 몇가지를 생각하고 있는데 용에 대한 이야기도 기획하고 있고요. 저는 제가 궁금하고 제가 알고 싶은 이야기를 쓰거든요. 이 이야기를 쓸 가치가 있다고 판단이 들면 이 이야기를 쓰기 위해 공부를 하는데 온전히 300페이지 짜리 글을 쓰려면 30배 정도는 남이 쓴 글을 보고 공부하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하거든요.
Q. 다 쓰는데 얼마나 걸리나요?
A. 공부를 하는데 1년 정도 걸리고 실제로 쓰는 건 인어사냥을 예로 들면 석달이 걸렸어요. 드라마 촬영이 잡혀있었는데 촬영에만 집중을 해야 되니까, 끊겨 버리니잖아요. 그래서 석달 동안 집중해서 초고를 끝냈어요. 그리고 석달은 드라마 촬영 때문에 쉬고 수정에 들어갔어요. 초고 쓰는 시간이 수정보다는 덜 들었어요. 무엇을 쓸지 생각하고 그걸 위해 공부하는 시간이 제일 많이 들고 수정하는 시간은 6개월, 초고를 쓰는데는 석달 정도 걸렸어요.
Q. 창작을 위해 가지고 있는 습관이 있나요?
A. 9시반~10시쯤 누워서 자고 4시45분쯤 일어났어요. 그래서 뭔가를 먹고 6시부터 8시까지 체육관에서 운동을 했고 돌아와서 9시 정도부터 하루에 2500자 정도 쓸 때까지 붙잡고 있었어요. 잘 써질 때는 5~8시간, 안써질 때는 아예 못 쓸 때도 있었고요. 그런 루틴이었어요.
Q.책을 누구한테 가장 먼저 보여줬나요?
A. 제 아내는 저의 충실한 독자이자 팬인데 다 쓰기 전까지는 안 보고 싶어해요. 온전하게 한권을 다 읽고 싶어하거든요. 딸들한테 말로 한번 해준 적이 있어요. 실제로 원고를 제일 먼저 읽은 분은 출판사 대표님 외에 추천사 써주신 분들이 제일 먼저 읽었어요.
Q. 영화도 촬영할 때 생각했던 것과 방송이 될 때 보여지는 게 다르잖아요. 소설을 처음 쓰기 시작했을 때 원하던 모습의 소설이 나왔나요?
A. 주제의식은 변하지 않았어요. 이게 이야기 할 가치가 있느냐를 판단하고 주인공을 따라서 여행을 떠나듯이 쓰는건데 글을 다 쓰고 났더니 제 안에 있는 욕망이 나오더라고요. 스스로에게 질문을 하는 시간이 있었어요. 주제의식이 그래도 중간에 상실되지 않고 담겨 있는 글을 쓴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리고 제 아내가 친한 여배우들한테 남편이 글을 썼으니까, 책을 선물을 했어요.
사흘도 안돼서 카톡방을 보여주는데 배우 친구들끼리 자기 같으면 인어기름을 먹을거냐, 안 먹을거냐에 대해 답을 달아 놓은 거예요. 어떤 사람을 당장 잡아 먹는다고 하고 어떤 사람은 조금만 먹는다고 하고 어떤 사람은 안먹겠다고 하는 걸 보고 제가 하고자 했던 질문들을 이 사람들이 공감을 해준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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