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호이의 사람들] 차인표가 자녀에게 남겨주고 싶은 한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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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호이 객원기자
입력 2023-01-01 0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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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이자 제작자, 감독 차인표. 그는 11살이던 아들을 위해 처음 소설을 쓰기 시작해 소설가로 자리매김 했다. 그가 자녀에게 남겨주고 싶은 한가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사진= 김호이 기자/ 배우 차인표]


Q. 첫 소설을 11살이던 아들을 위해 썼는데요. 아들이 소설을 보고 뭐라고 하던가요? 
A. 그때는 아들이 11살이었는데 당시에는 저도 책이 될지 안될지 모르고 원고를 썼어요. 몇장을 써서 읽어줬더니 학교에서 전화가 왔어요. "아빠 다음 것도 써놨어?"라고 재촉을 하더라고요. 그 재촉에 힘을 얻어서 썼어요. 이번에는 아직 깊게 얘기를 안해봤는데 오히려 아들 여자친구가 재밌다고 장문의 문자를 보냈더라고요.
 
Q. 자녀들에게 남겨주고 싶은 1가지는 뭔가요? 
A. 신앙이요. 어쨌거나 우리 집은 하나님을 믿는 환경에서 자랐고 이 문제에 대해 곰곰히 생각을 해봤는데 인간이 만든 모든 것들은 유한하잖아요. 그리고 믿음이라는 건 그냥 생기는 게 아니라 삶을 통해서 체득되는 거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런 의미에서 신앙을 물려주고 싶고, 하나 더 있다면 자연을 물려주고 싶어요. 최대한 덜 파괴된 자연을 물려줘서 후손들이 잘살 수 있도록 그런 의미에서 기성세대로서 그런 것들을 물려주고 싶어요.

제가 56살인데 제 나이 또래가 지구상에서 모든 인류를 통틀어서 자연을 가장 많이 파괴한 세대에요. 경제가 발전하고 자원이 고갈되는 것 때문에. 그것에 대한 죄책감과 책임감을 느끼고 우리 뒤에 살아갈 세대는 조금이라도 회복하는 세대가 되어야 될텐데 라는 책임감이 있어요. <인어사냥> 역시 인어를 통해서 우리가 파괴하고 있는 자연을 말하고 싶었던 거고요.

자연이 위대한 이유는 자연을 뺀 나머지 모든 것들은 다른 누군가의 땀이나 눈물이 들어간 것들이에요. 아무리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보여도 인간이 만든 인위적인 모든 것들은 누군가의 땀과 눈물이 들어가 있는 거예요. 자연은 우리 모두가 공유할 수 있도록 신이 그대로 준 거예요. 우리가 풀 한 포기도 만들 수 없잖아요. 다만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만들지는 못하지만 파괴는 하지 말아야 된다는 거예요. 최대한 덜 파괴해야 된다는 걸 인어사냥을 통해서 이야기 하고 싶었어요.
 
Q. 소설 쓰기를 사명처럼 여기는 이유가 뭔가요? 
A. 자유롭고 싶어서 소설을 쓰는 거예요. 상상의 나라에서 창작의 기쁨을 누리는 자유로움을 만끽하고 싶어요. 최선을 다해서 오늘을 위해 사는데 내 몸 안에 있는 정신은 자유롭거든요. 이런 상상들을 자유롭게 하다보면 글로 써져서 소설이 나오는데 그런 자유로움을 누리고 싶어요.
 
Q. 배우이자 영화감독으로 잘 알려져 있는데 만약 본인의 소설을 영화로 만든다면 어떤 이야기를 만들고 어떤 분들을 캐스팅 하고 싶나요? 
A. 제가 쓰는 글들은 제 직업이 배우이기 때문에 머릿속에 이야기를 어떻게 풀어낼지 생각할 때 비주얼을 먼저 생각해요. 주인공이 죽으면 무슨 말을 할지보다 소설 속 세계를 먼저 꾸미고 그것을 설명한 다음에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를 구상해요. 그런 의미에서 제가 쓴 소설들이 영화화 될 것을 생각하면서 써요. 그런 시도도 있었고요.

<언젠가 우리가 같은 별을 바라본다면>의 경우는 판권이 영화사에 팔려서 5년 정도 준비를 하다가 지금은 멈춰 있는 상태예요. <인어사냥>도 영화로 만들어졌으면 좋겠는데 다른 분야라서 제가 만들 역량은 안되는데 만약 만들어진다면 그것에 맞는 배우들을 캐스팅 하겠죠.
 
Q. 감독이자 배우로서 선택 받고 선택하는 사람인데 인간관계에 있어서 가장 중요시 하는 부분은 뭔가요? 
 A. 신뢰가 제일 중요하죠. 다른 건 열심히 노력하면 되돌릴 수 있는데 신뢰는 다시 깨지면 되돌아가기가 힘들잖아요. 시간이나 돈이나 노력으로 되는 게 아니거든요. 그래서 신뢰가 제일 중요해요. 말을 했으면 약속을 지키고 자기의 이익을 위해서 다른 사람을 속상하게 하지 않는 기본적인 신뢰가 중요한 것 같아요. 그리고 얼굴을 자주 보이는 게 중요해요. 자주 나타나고 SNS에 뭔가를 올리면 좋아요도 눌러주고 당신이 하는 일에 관심이 있다는 걸 계속해서 표현을 하다보면 기회가 와요.
 
Q. 배우 인생에서 아쉬운 건 없나요?  
A. 모든게 다 선택이잖아요. 작품을 뭘 하고 어떤 감독이랑 하느냐도 선택인데 이걸 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은 없어요. 다만 내가 그 당시의 하루하루를 살 때 최선을 다해서 살았느냐, 아니면 최선을 다하지 못했느냐에 대한 후회는 있죠. 그렇지만 가지 않은 길에 대한 아쉬움은 없어요. 사람은 마지막 목적지는 똑같거든요.
 

[사진=김호이 기자]


Q. 인생이 5분이 남으면 뭘 할 건가요?
A. 감사를 할 거예요. 감사한 사람들한테 전화하고 안되면 카톡이라도 남기고 나와 함께 이 인생을 살아줘서 감사하다는 감사의 표시를 마지막까지 하고 싶어요. 차인표 라는 사람이 한평생을 살다가 갔는데 이 세상에 마지막 남기는 건 차인표가 감사했던 사람에게 남기는 감사라는 걸 기억했으면 좋겠어요. 그러면 이 세상은 감사가 하나라도 더 있는 세상이 될테니까요.
 
Q. 지금 삶에서 가장 감사한 건 뭔가요?
A. 일어나면 아내랑 아침을 먹어요. 아침을 먹고 앉아서 30분 정도 감사노트를 적어요. 제 의무처럼 오늘 감사할 일을 미리 적는 거예요. 감사함이 훈련이 되지 않으면 감사한 감정에 대해 몰라요. 맛있는 걸 먹었는데 맛있다는 걸 모르는 것과 같아요. 그래서 감사도 루틴이 되고 훈련이 되어야 하는 거예요.  
 
Q. 잃고 싶지 않은 마음은 뭔가요? 
A. 제일 잃고 싶지 않은 건 젊음이에요. 나이는 들어도 젊은 사람들과 소통이 될 수 있으면 좋겠어요.
 

[사진=김호이 기자]

 

Q. 멋있게 나이 드는 것에 대해 고민을 하는 사람이 많은데 배우님께서는 굉장히 멋있게 사는 분 중 한 사람인 것 같아요. 10년 후 어떤 모습을 상상하고 있나요? 배우님의 꿈이 궁금해요. 
A. 세대를 뛰어 넘어 소통할 수 있는 사람, 유익하고 위로받고 만나면 기분 좋은 사람이 됐으면 좋겠어요.
 
Q. 배우로서의 차인표. 감독으로서의 차인표. 작가로서의 차인표. 사람으로서의 차인표는 어떤 사람인가요? 
A. 저는 인생의 2막을 준비하는 사람이에요. 인생1막을 배우로서 대중 연예계에서 잘 살았다면 2막은 은퇴도 생각하고 그 후의 삶도 생각해야 되잖아요. 앞으로 2막은 이야기꾼으로의 삶을 살고 싶어요. 그래서 변신하고 있는 단계예요. 저는 사실 배우가 되기 전에 회사원이었어요. 해운 회사에 다니다가 그만두고 27살에 방송국 시험을 봐서 MBC 공채 탤런트로 시작을 했거든요. 그래서 30년을 대중 연예인으로 살았으니까 새로운 교집합들을 만들어 가고 있어요.
 

[사진= 김호이 기자/ 차인표가 전하는 메세지]


Q. 마지막으로 삶의 감사함을 찾아가고 있는 수많은 사람들에게 한말씀 해주세요. 
A. 감사함은 못느끼는 사람한테는 없어요. 그걸 느낄 수 있어야 감사함이 생기잖아요. 근데 그건 오늘 느껴야 돼요. 현재 일어나는 일에서 감사함을 느낄 수 있는 축복이 모든 사람에게 있었으면 좋겠어요. 오늘을 살아야죠.
 

[사진=김호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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