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공개(IPO)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기업과 투자자가 함께 효익(效益)을 누려야 한다는 점이다. 대신증권은 두 당사자가 모두 효익을 누릴 수 있는 IPO를 통해 기업과 투자자 모두에게 신뢰를 받는 하우스로 거듭나고자 노력하고 있다."
나유석 대신증권 IPO담당 상무는 아주경제와 만나 대신증권 IPO 부문의 선방과 향후 목표를 묻는 질문에 이같이 말했다.
1974년생인 나 상무는 21세기가 시작되면서부터 금융투자업계에 종사하고 있는 23년 차 증권맨이다. 2000년 LG증권(현 NH투자증권)에 입사한 그는 2004년부터 투자은행(IB) 업무를 시작했다. 대신증권에는 2014년 팀장으로 합류해 2017년 IPO 본부장으로 승진했다. 2020년부터는 IPO 담당 상무로 승진해 2개 IPO본부를 진두지휘하는 대신증권 IPO 사단장을 맡고 있다.
나 상무가 IPO 부문의 핵심 인력으로 자리 잡은 후 대신증권의 IPO 수수료 수익은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그가 본부장으로 승진한 2017년 37억8900만원이었던 수수료 수익은 2018년 58억9800만원, 2019년 68억8400만원으로 꾸준히 증가했다. 그 덕분에 대신증권의 IPO 수수료 수익 순위는 9위에서 6위로 상승했다. 같은 기간 증권사들의 IPO 수수료가 2017년 1171억원, 2018년 801억원, 2019년 942억원으로 소폭 감소한 점을 고려하면 시장이 위축되는 상황에서도 성과를 낸 셈이다.
IPO 담당 상무로 올라선 후에도 성장은 지속되고 있다. 2020년 68억원으로 시작한 그의 성적표는 2021년 208억원으로 3배 넘게 급성장했다. 2022년 들어서는 상반기에만 189억원을 기록하며 역대급이었던 전년 실적을 대부분 따라잡았다. 이로써 상반기 기준 대신증권의 IPO 수수료 수익 순위는 전체 증권사 가운데 5위로 올라섰다.
대신증권은 하반기에도 공모금액 1335억원을 자랑하는 대어 성일하이텍을 비롯해 넥스트칩(338억원), 뉴로메카(253억5000만원), 핀텔(178억원) 등 총 5개 기업 2277억원 규모의 IPO를 주관했다. 이에 따라 연간 수수료 수익도 무난하게 200억원을 돌파할 것으로 추정된다.
다음은 나유석 IPO담당 상무와 일문일답한 내용.
"통상 IPO 침체기에는 소위 말하는 '빅딜'이 실종된다. 당장 올해 코스피만 보더라도 사실상 지난해 성사된 딜로 볼 수 있는 LG에너지솔루션을 제외하면 수산인더스트리와 쏘카뿐이다.
하지만 코스닥은 다르다. 건수 기준으로는 스팩을 제외하고 11월 기준 85건이 상장됐다. 공모 규모는 다소 줄었지만 건수 기준으로는 준수한 상황이다.
그래서 IPO 침체기임에도 투자자들이 선호할 것으로 보이는 산업의 종목들을 상장시키기 위해 노력했다. 2차전지와 반도체, 로보틱스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기업과 투자자 모두가 납득할 수 있는 딜 구조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는 믿음을 바탕으로 합리적인 밸류에이션 산출을 위해 고심한 점도 선방할 수 있었던 배경이다. 대신증권 IPO 하우스는 공모 규모를 과도하게 늘리지 않았다. 수수료만 많이 받으면 된다는 마음가짐이 아니라 성공적인 IPO에 초점을 맞추고 상장을 주관했다.
합리적인 밸류에이션 산출은 IPO 하우스의 장기적인 성장을 위해서도 필수적이다. 투자자들로 하여금 대신증권이 상장을 주관하는 기업의 밸류에이션은 합리적이라는 믿음, 즉 레퍼런스가 형성되면 장기적인 성장이 가능하다. 임원 입장에서 단기 성과를 고려하지 않을 수는 없지만 장기적인 관점에 더 집중했고 이것이 올해 선방을 이끌었다."
-공모가를 산출하는 과정에서 IPO 당사자인 기업을 설득하는 과정이 쉽지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 어떻게 설득할 수 있었는지.
"설득의 열쇠는 신뢰다. IPO는 어느 날 갑자기 기업 경영진을 찾아가 얼마로 진행하자고 제안하면 바로 진행되는 것이 아니다. 평상시에 기업 경영진과 자주 접촉하며 신뢰를 쌓아야만 진행될 수 있다. 경영진이 IPO하우스를 신뢰해야만 밸류에이션을 두고 논의가 가능하다. 서로 신뢰가 있는 상황에서 시장 상황을 정확하게 설명하면 기업도 하우스를 믿고 적절한 밸류에이션을 함께 찾으려고 한다.
적절한 밸류에이션을 찾는 것은 기업에도 중요한 일이다. 기업의 IPO를 사람 인생에 비유하면 첫 사회생활이나 마찬가지다. 상장 이전에는 벤처 투자나 은행 차입을 통해 자금을 조달했다면 증시 데뷔 이후에는 자본시장에서 다양한 방법으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지게 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자본시장 데뷔 과정에서 적절한 밸류에이션을 산정하지 않으면 향후 자금 조달이 어려워질 수 있다. IPO는 기본적으로 회사와 투자자, 직원 모두가 서로 효익을 누려야 한다. 특히 투자자에게 환영을 받아 좋은 평판을 형성해야만 지속적인 자금 조달이 가능하다. 공모도 흥행하고 주가도 공모가 대비 높은 수준에 형성돼야만 지속적인 관심을 받아 기업가치를 키워나갈 수 있다.
기업가치의 성장은 추가 자금 조달 가능성으로 이어진다. 상장 후에도 자본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방법은 많다. 유상증자나 회사채·기업어음(CP) 발행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인수합병(M&A) 때도 기업가치가 높아야만 더 유리한 고지에서 협상할 수 있다. 결국 적절한 밸류에이션 산정이 중장기적으로 봤을 때 기업에도 이익인 셈이다.
상장하는 기업과 신뢰를 형성하는 것은 대신증권의 성장으로도 직결된다. 대신증권 IPO 하우스는 상장기업과 신뢰 관계를 통해 중장기적으로 시너지를 내는 파트너가 되기 위해 노력한다. 그 덕분에 우리 하우스를 통해 상장한 기업들은 이후 자금 조달도 대신증권을 통해 진행하고 있다. 신뢰가 선순환되는 이상적인 구조다."
-기억에 남는 딜이 있다면.
"에코프로비엠 상장이다. 경쟁 프레젠테이션을 통해 주관사로 선정됐고 1조원 규모 밸류에이션으로 상장했다. 현재 기업가치는 10조원에 달하는 상황이다. 또 당시 에코프로비엠과 쌓은 신뢰를 바탕으로 최근 에코프로 지주회사 전환도 함께할 수 있었다. 2016년 가을에 처음 만나 대신증권을 통해 증시에 입성한 기업이 현재 유수한 기업이 된 만큼 보람을 느끼고 있다."
-대신증권 IPO 하우스 현황과 향후 비전을 설명해 달라.
"대신증권 IPO 하우스는 최근 5~6년간 연평균 5명씩 인원을 늘리면서 현재 2개 본부 총 40여 명으로 구성돼 있다. 리서치본부 RA 출신을 10명 이상 들여오면서 젊은 조직으로 구성됐다. RA는 기본적으로 도제식 훈련을 거쳤기 때문에 업무능력이 출중하고 하우스에서도 중요한 일들을 수행해준다. 대신증권이 RA 출신을 IPO 하우스로 대거 채용하면서 최근 각 증권사 IPO 하우스가 RA를 뽑는 문화가 생기기도 했다.
석·박사급 전문인력과 변호사도 조직 내에 다수 존재한다. 특히 최근에는 기술기업들이 잇따라 IPO에 나서면서 전문성을 가진 직원들이 맹활약하고 있다.
대신증권 IPO 하우스가 지향하는 점은 시장 환경 변화에도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조직이다. 이를 위해 필요한 것은 당장 눈앞에 보이는 유형의 수익이 아니라 레퍼런스 등 무형의 자산이다. 중장기적으로는 이 같은 무형의 자산이 개인은 물론 대신증권에도 더 큰 기회를 가져올 것이라 믿는다.
대신증권의 조직 문화도 IPO 하우스 성장의 밑거름이다. 대신증권은 단기적인 목표에 집착하기보다는 긴 호흡에서 성과를 내는 것을 목표로 한다. 연간 목표 달성을 위해 무리수를 두는 전략을 절대 사용하지 않는다. 그 덕분에 단기적인 수익보다는 조직의 레퍼런스와 향후 포지션에 도움이 됐는지를 중점적으로 평가받고 있다."
-2023년 IPO 시장 전망과 상장을 준비하고 있는 기업 가운데 유망주가 있다면.
"전체적인 경기 상황이 좋지 않아 보수적인 시장 환경을 예상하고 있다. 따라서 시장 환경에 맞춰 대응하는 전략을 구사할 계획이다. 다만 그럼에도 좋은 기업들을 더 많이 상장시켜 올해보다 성장하기 위해 노력할 방침이다.
2023년 유망주는 우주기업 컨텍이다. 최근 우주 관련 산업이 주목받고 있는 가운데 컨텍은 자체 지상국을 기반으로 위성 데이터 플랫폼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내년 하반기에 증시에 입성할 예정이다."
-올해 새로 선포된 대신파이낸셜그룹의 그룹 미션은 에자일 웨이(Agile Ways)다. IPO 하우스에서는 새로운 그룹미션을 어떻게 소화하고 있는지.
"상황에 따라 긴밀하고 유연하게 움직이고 있다. 불과 1~2년 전까지만 해도 IPO를 주도하는 섹터는 바이오였지만 올해 상반기에는 소·부·장(소재·부품·장비)으로, 하반기 들어서는 로봇과 2차전지로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대신증권 IPO 하우스는 시장 상황에 맞춰 유연하게 움직이면서 시장 환경에 부합하는 업종을 선보이고 있다. 이를 위해 전략적으로 인원과 역량을 분배하는 등 유연한 대처에 방점을 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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