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이너는 2000년 라이프 퍼터로 이름을 알린 게린 라이프.
라이프가 내놓은 기술은 스위트 페이스다. 공이 페이스 어디(힐, 토, 미들)에 맞아도 직진해 같은 거리를 내보낸다.
디자인도 훌륭하다. 세련된 외관에 정교하게 마감했다.
미국 사람 눈에 좋았던 것은 한국 사람 눈에도 좋았다. 칼스베드골프와 손을 잡고 배를 통해 수작업 제품을 실어 날랐다.
그 결과 국내에서도 퍼터 판매량 2위에 올랐다. 후발 주자가 거둔 큰 성공이다.
라이프는 최근 한국을 방문했다. 시장을 둘러보고, 파트너와의 관계를 견고하게 다지기 위해서다.
70세인 라이프는 190㎝가 넘는 거구다. 회색 셔츠에 청바지를 입었다. 큰 덩치에 비해 인지한 미소를 지녔다. 눈웃음도 이븐롤처럼 골퍼를 홀릴 만하다.
입담은 시원시원했다. 거침이 없었다. 첫 대화에서 비밀을 털어놨다.
"수화물이 한국에 도착하지 않아 나흘째 같은 옷이다. 이븐롤 옷을 입지 못해 아쉽다."
불편할 만도 한데 "괜찮다"는 말을 연신 뱉는다. 고집이 있다. "해리슨 포드를 닮지 않았느냐"는 말을 하며 익살스러운 표정을 짓는다. "비슷한 것 같다"고 하니 호탕하게 웃는다. 유쾌한 미국 할아버지다.
이븐롤 이야기로 화제를 돌렸다. 입가에 주름 짓던 웃음기가 펴졌다.
첫 질문은 철학이다. 라이프는 "개척 정신으로 가짜가 아닌 진짜를 만든다"고 답했다.
추세를 따라가지 않는다는 의미다. 모방은 없고 창조만 있다. 그래서 그런지 손가락질도 많이 받았다.
"무엇인가를 내놓으면 사람들은 대체 그런 걸 왜 만드냐고 물었다. 비난하던 사람들이 이제는 나를 따른다. 타사의 방식인 마케팅보다는 퍼터 디자인에 집중하는 편이다."
퍼터 솔(바닥)에 공 크기의 홈을 판 것도 그의 아이디어다. 해당 제품들은 유명 연예인들이 사용하면서 불티나게 팔렸다. 한 연예인은 퍼터로 공을 들어 올리며 라이프처럼 익살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둘째 질문은 목표다. 경청하던 라이프는 "불가능에 가까운 도전을 할 계획"이라고 이야기했다.
"단 하나의 결점도 없는 완벽한 퍼터를 만드는 것이 목표다. 가치를 매길 수 없는 퍼터를 추구한다. 쉽지 않은 일이다. 꼭 실현하겠다."
실컷 떠들던 라이프는 갑자기 "배가 너무 부르다"고 말했다. 알고 보니 건강을 위해 간헐적 단식(16시간 공복) 중이었다. 먹거리 천국인 한국에 와서 루틴이 깨졌다.
"한국에 와서 폭식 중이다. 오랫동안 퍼터를 만들기 위해 건강을 유지하고 있다. 간헐적 단식은 몸에 좋다. 봄쯤 다시 오면 전국을 다녀볼 계획이다. 궁금증을 가진 골퍼가 있다면 직접 설명하겠다."
라이프의 방한 소식에 국내에서 체류 중인 한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선수가 조용히 찾아왔다.
라이프는 그 선수에게도 같은 설명을 했다. 아마추어와 프로를 가리지 않았다.
이븐롤은 일정하게 구른다는 뜻이다. 디자이너의 철학이 잘 투영된 상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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