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소비자들이 향후 1년간 예상하는 인플레이션 기대치가 지난해 8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물가 지표 상승세가 둔화된 가운데 소비자의 물가 상승 기대도 낮아지고 있다.
12일(현지시간) 뉴욕 연방준비은행이 발표한 11월 소비자 전망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미국 소비자들이 기대한 1년 후 인플레이션은 5.2%로 10월 조사 때보다 0.7%포인트 하락했다. 이는 지난해 8월 이후 15개월래 최저치다.
이번 조사에서 3년 기대인플레이션율과 5년 기대인플레이션율은 각각 3.0%, 2.3%로 10월 조사 때보다 0.1%포인트씩 하락했다.
에너지와 식료품 물가 상승세가 멈출 것으로 보이는 점이 소비자의 인플레이션 기대감을 낮춘 것으로 보인다. 이번 조사에서 응답자들은 앞으로 1년간 휘발유 가격이 4.7%, 식료품 가격이 8.3% 각각 올라갈 것으로 예상했다. 이는 연준의 물가상승률 목표인 2%를 크게 상회하는 것이지만 전월 결과인 (휘발유 5.3%, 식료품 9.1%) 보다는 상승세가 완화된 모습이다.
집값 상승 폭도 하락할 것으로 전망됐다. 1년 후 집값 상승률 전망치는 전월보다 1.0%포인트 하락한 1.0%를 기록했다. 이는 코로나 유행 초기인 2020년 5월 이후 최저치다. 다만 임대료는 전달과 동일한 9.8% 오를 것으로 예측됐다.
이번 조사는 오는 13일 공개될 미국 11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 발표를 앞두고 나왔다. 시장은 11월 CPI가 전년 동월 대비 7.3% 상승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는 전달(7.7%) 대비 0.4%포인트 하락한 것이다. 변동성이 큰 에너지와 식료품을 제외한 근원 CPI 상승률도 지난해 대비 6.1% 상승해 전달(6.3% 상승)보다 둔화될 것으로 보인다.
구체적으로 시장은 CPI 발표에서 부동산 분야에 주목한다. 10월 CPI에 기록된 임대료는 지난 7월 이후 가장 낮은 월간 상승률을 보였다. 하지만 하락 규모를 고려할 때 소폭 상승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TD 시큐리티의 미국 애널리스트인 오스카 무노즈는 11월 CPI에 임대료 분야가 소폭 반등할 것으로 전망했다. 인플레이션 인사이트 LLC의 설립자인 오마르 쉐리프도 부동산 시장이 언제 얼마나 큰 폭으로 하락하는지를 주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의류·에너지도 물가 상승세를 둔화시킬 요인으로 지목된다. 무노즈는 의류 부분이 재고가 많고 블랙프라이데이 등 할인의 영향으로 향후 3개월 동안 하락할 것이라고 봤다. 휘발유 가격도 물가 상승세 둔화에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유가 하락은 각종 물가의 하락세를 견인한다.
한편, CPI는 내년에 4%대에 진입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BNP 파리바스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칼 리카돈나는 CPI가 현재 8%에서 내년 4%로 떨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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