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반도체 굴기를 제압하려는 포위망이 좁혀지고 있다. 미국 주도의 중국 반도체 옥죄기에 일본과 네덜란드 양국이 동참하는 모양새다. 반도체 생산 장비 업계를 이끄는 미, 일, 네덜란드 3국이 함께 중국을 옥죌 경우, 중국의 기술 야망은 상당한 타격을 받을 전망이다.
블룸버그통신은 익명의 소식통 다수를 인용해 일본과 네덜란드 정부가 대(對)중국 첨단 반도체 생산장비 수출 통제를 강화하는 데 동참하기로 했다고 1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앞서 미국 정부는 지난 10월 첨단 반도체 생산장비의 중국 수출을 금지하는 조치를 발표하고, 미국과 일본 등의 동참을 이끌기 위해 논의를 이어갔다. 일본 도쿄일렉트로닉과 네덜란드 ASML의 대중국 장비 수출을 막아야, 중국의 반도체 기술 야망을 완전히 꺾을 수 있을 것이란 판단에서다.
익명의 소식통들은 일본과 네덜란드가 원칙적으로 중국에 대한 첨단 반도체 생산 장비 수출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는 미국의 움직임에 함께 하기로 했다고 블룸버그통신에 말했다. 소식통들은 일본과 네덜란드가 기존의 수출 통제 조치를 확장하고 성문화해 반도체 기술에 대한 중국의 접근을 제한할 것이라고 했다. 양국이 이르면 몇 주 안에 관련 조치를 발표할 가능성이 있다고도 덧붙였다.
소식통에 따르면 양국 정부의 조치에는 14나노미터(nm) 공정 또는 더 발전된 공정의 반도체 생산장비를 중국에 판매하는 것을 금지하는 내용이 담길 것으로 보인다. 이는 미국 정부가 지난 10월 도입한 대 중국 반도체 규제 일부와 보조를 맞추는 것이다.
14nm 기술은 현재 실용화된 첨단 기술보다 최소 3세대 뒤처지지만, 중국 대표 반도체 제조업체인 SMIC가 보유한 기술 중에는 두 번째로 고도화된 기술이다. 세계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 순위 5위인 SMIC는 2020년에 14nm 공정의 반도체 상용화에 성공했고 올해는 서방의 장비 없이도 7nm 공정 반도체를 만들었다.
미, 일, 네덜란드 3개국의 합심으로 중국은 최첨단 반도체를 생산하기 위한 장비를 획득하는 데 상당한 어려움을 겪을 전망이다. 미국의 대표적인 반도체 장비 생산 기업인 어플라이드 머티어리얼즈(Applied Materials), 램 리서치(Lam Research) 및 KLA에 이어 일본의 도쿄일렉트론(Tokyo Electron)과 네덜란드의 ASML 홀딩의 장비에 대한 접근마저 막혀서다. 3개국은 첨단 반도체 생산 장비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미국 투자은행 번스타인의 분석가인 스테이시 라스곤은 "중국이 독자적으로 최첨단 산업을 구축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 기회가 없다"라고 블룸버그통신에 말했다.
익명의 소식통은 일본이 중국 내 매출 손실을 우려한 자국 내 기업의 반대를 넘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고 전했다. 도쿄일렉트론 외에도 니콘과 캐논도 반도체 생산 장비를 생산한다.
바이든 행정부는 10월부터 첨단 반도체 기술과 생산 장비, 관련 인력에 대해 중국과의 거래를 사실상 금지하는 조치에 동맹국들도 손발을 맞출 것을 요청했다. 특히 반도체 생산 장비에 강점을 가진 일본과 네덜란드를 최우선 협상 대상으로 삼았다. 타룬 차브라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기술·국가안보 선임보좌관과 앨런 에스테베즈 미국 상무차관은 수출규제를 논의하기 위해 지난 11월 네덜란드를 방문했으며, 지나 라이몬도 미국 상무장관은 지난주 니시무라 야스토시 일본 경제산업장관과 전화 회담을 통해 해당 문제에 대해서 논의했다.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이날 워싱턴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일본과 네덜란드 양국과의 합의 가능성과 관련한 질문에 공식 발표 전에 앞서가지 않을 것이라고 조심스럽게 반응했다. 그러면서도 "우리는 우려를 공유하는 광범위한 국가들과 진행되고 있는 논의의 강조와 내용, 솔직함에 대해 만족하고 있다"면서 "이들 국가와 광범위한 (정책) 일치를 보고 싶다. 이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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