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현대차·기아 따라 中 진출했는데···국내 부품사 '벼랑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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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가림 기자
입력 2022-12-14 0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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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지 판매량 하락·원자재 가격 인상

  • 코로나19 봉쇄령 여파 자금난 심화

  • 유턴 보조금 미비···복귀도 어려워

현대차·기아를 따라 중국에 진출한 국내 부품사들이 벼랑 끝에 내몰리고 있다. 현대차그룹의 판매량 하락과 원자재값 인상, 코로나19 봉쇄령 등 복합적 요인이 맞물리면서 부품사들의 자금난이 심화하고 있다. 유(U)턴 보조금도 미비해 국내 복귀 역시 수월하지 않은 실정이다. 중국산 브랜드 판매 확대와 미·중 무역갈등에 따라 현대차그룹의 중국 내 입지가 갈수록 좁아지고 있는 가운데 현대차그룹 의존도가 높은 부품사들은 낙동강 오리알 신세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코오롱글로텍은 중국 충칭공장을 철수했다. 

해당 공장은 주요 고객사인 현대자동차가 연 30만대 생산규모를 갖춘 충칭공장을 세우면서 2016년 11월에 법인이 설립됐다.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여파와 자국 브랜드 판매량 확대 등으로 현대차 판매량이 급감했으며, 코로나19 확산 이후 현대차 충칭공장 가동이 중단되면서 더 이상의 운영이 어렵다고 판단했다. 또 다른 생산공장인 장가항 공장은 그나마 64%의 가동률을 유지하고 있다. 

공장을 폐쇄한 것은 코오롱글로텍뿐만이 아니다. 세계 78위 부품사 유라코퍼레이션은 쓰촨공장을 정리했다. 이 공장에서 생산된 와이어링하네스는 현대차의 충칭공장에 공급됐지만 중국 사업 축소를 위해 철수를 결정했다. 또 다른 현대차의 1차 벤더 서연이화도 충칭공장의 가동 중단에 이어 폐쇄까지 검토하고 있다. 베이징 공장의 영업 정지를 결정한 모토닉은 법인청산 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다. 아진산업도 누적 300억원의 적자를 이기지 못하고 8년 만에 강소성 공장을 청산했다. 

정상 가동하고 있는 공장 중 가동률이 50%를 하회하는 곳도 많다. 올 3분기 두올의 중국 내 시트 공장 가동률은 19%, 원단 공장 가동률은 36%에 그친다. 같은 기간 서연이화의 도어 트림 공장 가동률은 38%, 콘솔 공장 가동률은 32%다. 기아의 중국 진출과 함께 설립된 서진오토모티브의 장가항 공장 가동률은 50.3%다. 

협력사들은 현대차·기아의 중국 생산능력(연 270만대)에 맞춰 설비 투자를 해놨지만 현대차그룹의 생산량이 50만대에도 미치지 못하며 잇따라 철수를 결정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중국 현지 브랜드를 꺾고 수익성을 높여야 하는 현대차·기아로서는 로컬 부품 사용을 늘릴 수밖에 없는 점도 국내 부품사의 입지를 좁히고 있다. 중국자동차제조자협회에 따르면 올 1~10월 중국 브랜드의 승용차 판매 비중은 49%에 이른다. 지난 수년간 중국 내 30% 이상 오른 인건비와 고질적인 저마진 구조로 인해 위기를 뚫고 나갈 만큼 현금이 넉넉한 곳도 많지 않은 상황이다.

중국에 진출한 116개사 중 상장사 52곳의 올 3분기 중국법인 실적을 분석한 결과 18곳이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기아 중국법인인 장쑤위에다기아가 올 3분기 완전자본잠식에 빠진 만큼 청산을 선언하는 업체들이 더 늘어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올 1~10월 중국산 브랜드의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26.1% 증가한 반면 기아는 41% 감소했다.

부족한 자금에 중국 채무를 빠르게 청산하기도 쉽지 않은 실정이다. 일부 협력사 직원들은 설비 매각에 나섰지만 전기차용이 아닌 내연기관차용 설비여서 저렴하게 내놔도 팔리지 않는다고 입을 모았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사업 청산을 하려면 채무를 정리하고 나가야 하는데 중국 공장 설비가 팔리지 않아 수익이 높은 인도공장을 팔 계획도 갖고 있다"고 말했다. 

부품사들은 적자에 비명을 지르고 있지만 국내 유(U)턴을 결정한 경우는 아직 극소수다. 한국 정부는 유턴기업에 대한 보조금을 연구개발(R&D) 투자 규모를 기준으로 삼고 지원하고 있다. 가령 수도권 내 기업에는 R&D 투자비용의 11%를, 수도권 외 지역 기업에는 24%를 지급한다. 대부분 내연기관차 부품사들의 R&D 비용이 100억원 넘지 않은 점을 고려하면 최대 24억원을 지원받을 수 있는 셈이다. 전기차 부품 개발에는 1000억원 이상 필요해 턱없이 미미한 수준이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정부의 대출 연장 등 지원 확대와 국내 부품사의 고객사 다변화 노력이 이어지지 않는다면 완성차업계의 존립도 위태해질 것"이라며 "전방위적인 부품 대란으로 번지기 전에 정부와 업계간 신속한 대응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서울 양재동 현대차그룹 본사 [사진=현대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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