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지난달 열린 올해 마지막 기준금리 결정 회의에서 베이비스텝(한번에 금리 0.25%포인트 인상)을 결정한 배경에 가파른 기준금리 상승에 따른 금융시스템 부실리스크 등 취약성 자극에 대한 우려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13일 한은이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한 11월 금통위 회의 의사록에 따르면 익명의 한 금통위원은 "기조적인 인플레이션 상승흐름에 대응해 긴축기조를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면서도 "다양한 대내외 여건을 감안하면 속도를 완화할 필요가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앞서 한은 금통위는 지난달 24일 금통위원 7명 전원 만장일치로 베이비스텝을 단행, 3.00% 수준이던 기준금리를 3.25%로 상향 조정했다.
해당 위원은 베이비스텝 인상이 필요한 배경으로 대외부문 불확실성이 확대된 점을 꼽았다. 그는 "실물경제 둔화 움직임과 최종 금리수준 상향 전망 등을 고려할 때 당초 예상보다 긴축강도는 약화되고 긴축기간은 길어질 가능성이 높다"면서 "글로벌 달러화 유동성이 축소되는 과정에서 다양한 경로를 통해 국내 금융·경제 상황이 복합적으로 영향을 받을 수도 있다"고 밝혔다. 특히 "수년간 누적된 국내 부동산가격 상승으로 금융시장 안정과 물가안정 간의 상충 정도가 예상보다 심각하다"면서 "빠른 속도의 금리인상이 금융시스템 전반의 취약성을 자극할 우려가 있어 과잉긴축의 위험을 경계할 필요가 있다"고 의견을 제시했다.
또다른 금통위원 역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하는데 찬성의견을 표했다. 해당 위원은 판단에 대한 주 요인으로 '물가'를 언급했다. 그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중기 목표인 2%를 크게 상회하는 상태가 장기간 이어지는 현 상황에서 기조적 변화가 확인되기 전까지는 물가에 최우선 순위를 두고 통화정책을 운용할 필요가 있다"며 "물가에 영향을 미치는 충격요인들과 지속성을 고려할 필요가 있는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중국의 봉쇄조치, 글로벌 경기둔화 등 개별 충격에 대한 불확실성이 매우 크다"고 언급했다.
다른 금통위원 또한 "국내경제의 성장, 물가 및 금융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기조적 물가압력에 대응하기 위해 금리인상 기조를 유지해야 한다"면서 "시장불안에 대해서는 미시적 안정화 조치로 대응해 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의견을 제시했다. 그는 " 최근 물가가 유가, 원달러 환율 등 공급측면의 상승압력 둔화에도 근원물가 중심의 수요측 요인에 의해 상승하고 있는 점은 정책대응을 늦추지 말아야 함을 시사한다"며 "성장세가 다소 약화되고 있으나 기준금리를 긴축적 수준으로 운용해 고물가 고착화 가능성을 막고 중장기 경제안정을 도모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