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증시 불안이 이어지면서 코스닥 시장에 상장한 기업들의 전환사채(CB)에 대한 만기 전 사채취득 공시가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둔화 우려로 주가 하락에 대한 우려감이 커지자 사채권자들이 조기상환 청구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조기상환 급증으로 인한 코스닥 상장 기업들의 자금난에 대한 우려감도 나오고 있다.
1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12월 1일 이후 현재까지 ‘전환사채의 발행 후 만기 전 사채취득 공시’ 건수는 25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작년 같은 기간(9건) 대비 177.77%가 증가한 수치다.
CB는 발행 이후 일정 기간이 지나면 사채권자가 주식으로 전환할 수 있는 옵션이 붙은 채권이다. 또한 사채권자는 일정 기간이 경과한 경우 원금과 이자를 돌려받는 조기상환청구권(풋옵션)도 청구 할 수 있다.
최근의 조기상환 청구가 급증한 이유는 이는 최근 증시가 불안한 흐름을 이어가면서 투자자들이 주식 전환 대신 자금회수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향후 주가 상승 기대감이 꺾인 것으로 해석이 가능하다. 여기에 최근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고금리 상품들이 잇달아 나오고 있어 안전 투자 성향 투자자들이 상품 갈아타기에 나서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동현 리서치알음 대표는 “코스닥 상장기업들의 주가가 하락하면서 불안심리를 느낀 사채권자들이 원금 회수에 나선 것으로 볼 수 있다”며 “최근 고금리 금융상품들이 잇달아 나오는 대신 CB의 경우 이자율이 거의 없어 고이율의 상품으로 자금이 이동하는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3개월물 신용등급 ‘A1’ 단기사채의 평균금리는 7.15%에 달한다.
문제는 일부 기업들의 경우 이를 차환하기 위해 새로 CB를 발행해야 하지만 자금시장이 얼어붙은 만큼 이를 채우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실제 EV수성은 지난 12일 작년 4월 26일에 발행한 15억원 규모의 18회차 무기명식 무보증 사모 CB를 만기 전 취득했다고 공시했다. 이날 회사는 운영자금 확보를 위해 약 10억원 규모 제3자배정 유상증자를 결정했다고 공시를 내놨다. CB 상환을 위해 유상증자를 통해 자금 확보에 나선 것이다.
문제는 바이오 관련주다. 바이오기업은 특성상 매출이 일정하지 않은 대신 연구개발(R&D)을 위해서는 꾸준히 자금이 투입돼야 한다. 하지만 최근 바이오 섹터에 찬바람이 불면서 주가가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고, 여기에 CB에 대한 원금 상환 요청이 꾸준히 들어오면서 자금경색으로 인해 위태롭다는 분석이 주를 이루고 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 반이오 관련주들에 대한 관심이 집중됐고, 이에 기업들인 앞다퉈 CB 발행에 나섰으나 주가가 급락하면서 회사의 발목을 잡고 있다”며 “향후 시장상황을 봐야 알겠지만 자금 조달을 문제로 위기에 빠지게 된 기업들 상당수가 수면위로 드러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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