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11월 소비자물가지수(CPI) 결과가 예상치보다 시장에 우호적으로 나오며 국내 증시 역시 상승세로 전환할 것이란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CPI 결과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결과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는 점을 고려했을 때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긴축 속도를 늦출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기조 변화 기대감을 갖기는 이르다는 경고도 나온다.
14일 키움증권은 CPI가 컨센서스를 하회함에 따라 FOMC에서 기준금리를 50bp 인상하고, 연준이 물가 상승세 둔화를 확인하면서 긴축 속도를 조절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유미 키움증권 연구원은 "뉴욕 연은이 발표하는 공급망 압력지수가 정점을 형성하며 하락하고 있고 ISM 제조업과 비제조업의 구매물가지수도 하락세"라며 "공급 차질로 인한 기업들의 인플레이션 부담이 완화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회의를 마지막으로 다음 FOMC부터는 50bp 인상이 어렵다는 전망도 있었다. 미국 경기가 둔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물가 압력이 다시 확대될 가능성이 낮다는 이유에서다.
유진투자증권은 현재 7%인 물가상승률이 내년 1~2분기에는 기저효과와 함께 크게 낮아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FOMC도 매파적인 스탠스를 보이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정훈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어렵게 잡은 인플레 압력이 재차 확대되는 것을 막기 위해 내년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는 차단할 것"이라면서도 "1월 FOMC에서 50bp 인상 가능성은 낮다"고 말했다.
다만 임금인상발 임대료 상승세로 인해 연준이 시장의 기대만큼 빠르게 금리 인하로 돌아서지는 않을 것이라는 지적도 제기됐다.
이다은 대신증권 연구원은 "12월 FOMC에서는 기존 예상대로 최종금리가 5.25%로 상향조정될 것"이라며 "내년도 금리 인하 가능성도 축소될 가능성이 높다"고 경고했다.
해외 전문가들은 연준이 인플레이션과의 승리에 확신을 갖기는 이른 상황이라고 입을 모았다.
매슈 루제티 도이체방크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이번 CPI보고서는 파월과 연준에 인플레이션이 둔화하고 있다는 확신을 준다"면서도 "(연준이) 인플레이션을 잡았다는 충분한 증거는 되지 못한다"고 성급함을 경계했다. 굳건한 노동시장과 소비 지출 상황을 고려하면 연준이 목표 인플레이션 2%까지 갈길이 멀다는 것이다.
베뉴 크리시나 바클레이즈 주식 애널리스트도 "11월 CPI는 양호하지만 (물가 상승률 완화 징후가) 계속돼야 한다"며 "미국 경제가 물가상승률 2%에 도달할 수 있는지에 대한 의구심이 남아있다"고 분석했다.
경기 침체 가능성을 우려한 분석도 나왔다. 재무 관리 회사 글랜메드의 제이슨 프라이드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연준은 인플레이션 위험이 가라앉았다고 확신하기 전까지 긴축 정책을 유지해야 할 것"이라며 "그동안 미국 경제는 긴축 정책으로 인한 실질적 위험을 마주하고 있으며 새해 경기 침체가 도래할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봤다.
한편 지난 2일 당초 예상보다 뜨거운 미국의 고용지표가 공개되면서 경기 침체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커졌다. 11월 비농업고용지수는 생각보다 높았고 임금도 예상보다 많이 올랐다. 높은 고용률과 임금 상승이 지속되면 인플레이션이 장기화되고 그 뒤 경기 침체가 따를 수 있다는 우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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