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업은 중앙정부 또는 지방정부가 출자하여 설립되었거나, 지분 대부분이 정부에 속한 법인을 의미한다. 일명 ‘철밥통’, ‘신의 직장’이라 불리는 공기업에는 해마다 수조원의 정부 예산, 즉 세금이 투입된다. 사회가 준공무원인 공기업 임직원에게 공직기강을 요구하는 이유다. <아주경제>는 최근 몇 년 간 공기업 임직원 징계 유형을 분석하여 내부 관리 체계가 제대로 작동됐는지 엿보고자 한다. <편집자주>
국내 공기업 임직원들의 공직기강 해이 개선과 이를 위한 기본적인 기준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전력공사(이하 한전) 등 국내 공기업 임직원들이 최근 5년간 받은 징계 건수가 3000건을 훌쩍 넘긴 것으로 조사됐다.
본지가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알리오)에 공개된 2017~2021년 35개 공기업 임직원이 받은 징계 건수를 파악한 결과, 공기업 임직원은 이 기간 총 3237건의 징계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공기업 임직원의 징계는 2017년 558건에서 2018년 761건으로 203건 대폭 증가했다가 2019년 717건으로 소폭 감소, 2020년에도 551건으로 줄어들며 개선되는 듯했으나 2021년엔 650건으로 다시 증가세를 보였다.
5년간 가장 많은 징계를 받은 곳은 한전으로, 이곳 임직원이 받은 총 징계 건수는 610건에 달했다. 이어 △한국철도공사(코레일) 580건 △한국토지주택공사 213건 △한국수력원자력 176건 △한국가스공사 170건 등이다. 이들 5개 공기업 임직원이 5년간 받은 징계 건수는 1749건으로 전체에서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2021년 한 해를 기준으로 보면 임직원이 가장 많은 징계를 받은 곳은 코레일이다. 이 기간 이곳 임직원이 받은 징계 건수는 123건으로 35개 공기업 중 한전(101건)과 함께 유일하게 100건을 넘겼다. 코레일과 한전의 5년치 징계 건수를 합치면 1190건으로 전체 공기업 징계 건수(3237건)에서 3분의1가량을 차지한다.
징계 건수는 파면·해임·강등·정직 등 중징계와 감봉·견책 등 경징계를 받은 사안만을 집계한 수치다. 여기에 행정처분까지 포함하면 문제가 된 사례는 훨씬 늘어난다.
일례로 한전의 경우 2021년 내부감사에서 종합감사 332건, 특별감사 184건, 일상감사 443건 등 총 959건의 행정상 조치가 이뤄졌다. 행정상 조치는 시정, 개선, 권고, 주의 등으로 구분된다.
같은 기간 한전은 감사를 통해 추징·회수 1180억원, 감액 29억원, 예산절감 5389억원, 환불 등 358억원 총 6956억원의 재정상 조치를 취했다.
공기업의 내·외부 감사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임직원 징계 건수 상위권에 드는 기업들의 공통적인 문제는 △사업지 정산·집행 부당 △출장비 부당 수령 △활동비 관리 미흡 △담당자의 법·내규 미인지에 따른 비용 과다지급 △관리 대상 물품 방치 △감독 업무 소홀에 따른 예산 낭비 △재고자산 방치 등이었다.
이 밖에 일부 공기업의 경우 퇴직임직원이 재취업한 업체와 수의계약을 맺어 계약의 공정성이 침해될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징계와 행정처분은 임직원의 안이한 태도와 법·내규에 대한 무관심 때문에 발생한 것으로 풀이된다. 감사에서 담당 공무원을 소환 조사할 때마다 상당수는 ‘관련 법·내규가 있는지 몰랐다’거나, ‘관련 법·내규가 변경됐는지 몰랐다’는 태도로 일관한 것으로 나타났다.
박훈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행정처분과 별개로 민사상 환수조치를 제대로 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고의 및 중대한 과실이 있는 경우에는 공무원의 위법한 처분에 대한 손해배상제도가 논의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박 교수는 “다만 단순 과실과 중대한 과실에 대한 명백한 기준을 갖고 있지 않으면, 공무원이 어떠한 처분을 할 때 적극적으로 행정적인 행위를 하지 않을 가능성이 있을 수 있다”며 “적극적인 행정조치에 따른 단순 실수에 대해서는 확실한 책임면제 제도도 병행을 해야 당근과 채찍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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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밥통 표현은 좀 그렀네
기분 나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