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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업계가 꼽는 관치의 최대 취약점은 주기별로 반복되는 ‘가맹점 수수료 인하’ 압박이다. 정부는 지난 13년간 14차례에 걸쳐 가맹점 수수료를 내렸다. 그 결과 2007년 4.5%에 달했던 일반 가맹점 카드 수수료율은 1.97~2.04%로 반토막났고, 영세가맹점(연 매출 3억원 이하)은 0.5%까지 떨어졌다. 카드업계에서 주장하는 적정 가맹점 수수료율은 1.5% 수준이다. 더는 카드사 본업인 ‘신용판매’만으론 먹고 살기 힘들어졌다는 뜻이다.
이러한 결과는 실적에서도 여실히 드러났다. 하나카드의 경우 3분기 신판 개인 매출(41조7000억원)이 작년보다 7.6% 늘고 기업 매출(15조1000억원)도 31.8%나 증가했지만, 가맹점 수수료가 더 큰 폭으로 줄면서 수익성이 크게 악화됐다. 다른 카드사들도 상황은 대체로 비슷하다. 정부는 올해 내로 가맹점 수수료 체제를 바로잡을 개선안을 발표하겠다고 약속했지만, 현 분위기상 내년으로 넘어갈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고 신사업을 키우는데 우호적인 것도 아니다. 금융당국이 지난 6월 각 카드사 실무들을 불러 모아 ‘NFT(대체불가능토큰) 사업’ 진출 자제 명령을 내린 게 대표적이다. 사실상 사업 방향을 강요한 셈이다. 현대카드가 이러한 권고에도 독자적으로 치고 나가자, 재차 불러 ‘나 홀로 면담’을 실시하기도 했다.
저축은행들도 정부의 ‘암묵적 강요’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앞서 법정 최고금리가 연 20%로 떨어질 당시, 자발적 ‘금리 인하’ 소급적용을 사실상 강요받았던 전례가 있다. 끝까지 결정을 미뤘던 OK저축은행은 결국 금융감독원의 호출을 받았고, 이후 2018년 11월 이전 대출금리도 20% 이하로 함께 내렸다. 지역별 의무여신 규제로 인해 디지털 성장도 발목을 잡히고 있다. 현재 저축은행은 전체 대출의 40%(수도권은 50%)를 각 영업구역 내에서 취급하도록 규제를 받고 있다. 사실상 디지털 활성화를 통한 고객 모집 다각화가 불가능한 구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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