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롯데그룹 임원 인사 발표를 끝으로 주요 유통 대기업 연말 인사가 마무리됐다. 올해 유통업계 인사는 핵심 인재 중용, 여성 약진으로 요약된다. 인사 폭은 기업 간 차이를 나타냈다.
◆칼 빼든 신동빈···롯데 '세대교체' 인사
롯데그룹에는 '세대교체 바람'이 거셌다. 당초 '소폭 인사'일 것이란 예상과 달리 최고경영자(CEO) 인사 폭이 컸다. 다만 신동빈 롯데 회장은 그룹 중추를 대부분 유임시키며 조직 안정을 꾀했다. 3세 경영을 확고히 한 인사이기도 하다.
롯데지주 경영개선실장에는 고수찬 롯데지주 커뮤니케이션실장(부사장)이 선임됐다. 1987년 롯데햄우유에 입사한 그는 정통 '롯데맨'으로 롯데건설에서 전략기획부문장과 경영지원본부장 등을 지냈다. 기존 박현철 경영개선실장이 지난달 23일 롯데건설 대표이사로 선임되면서 한동안 공석이었던 자리다. 이완신 롯데홈쇼핑 대표는 호텔롯데 총괄대표로 자리를 옮긴다. 남창희 롯데슈퍼 대표이사는 롯데하이마트 대표로 이동한다.
이번 인사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그룹 핵심 계열사 최고경영자(CEO)를 대부분 유임시킨 점이다. 김상현 롯데쇼핑 대표이사 부회장과 김교현 롯데케미칼 대표이사 부회장은 이번 인사에서 살아남았다.
CEO들이 떠난 자리는 젊은 리더들로 채웠다. 이로써 전체 CEO 평균 연령은 57세로 지난해 평균(58세) 대비 1세가량 젊어졌다. 사장 직급은 3세가량 낮아졌다. 롯데면세점 신임 대표에는 1969년생(53세)인 김주남 롯데면세점 한국사업본부장(상무)을, 롯데홈쇼핑 신임 대표에는 1967년생(55세)인 김재겸 롯데홈쇼핑 TV사업본부장(상무)을 각각 내정했다.
이영구 식품군 총괄대표는 겸임하던 롯데제과 대표직을 내려놓고 총괄대표직만 수행함에 따라 롯데제과 대표를 외부에서 발탁했다. 이창엽 롯데제과 신임 대표(55세)는 '글로벌 마케팅 전문가'로 통한다.
롯데 관계자는 "대내외 경영 환경에 불확실성이 커지고 내년 '영구적 위기' 시대가 올 수 있다는 판단 아래 올해 임원 인사는 ‘지속적인 변화와 혁신’ ‘미래 경쟁력 창출’을 중점으로 진행했다"고 말했다.
◆'안정 속 혁신' CJ·신세계·현대百···여성 CEO 전면에
롯데와 달리 CJ·신세계·현대백화점 등 주요 유통 대기업들은 '안정 속 변화'를 택했다. 주요 계열사 대표를 상당수 연임시키고 일부 교체로 분위기를 쇄신했다.
CJ그룹은 대부분 CEO를 유임시켰고 신세계는 송호석 스타벅스코리아 대표를 포함해 CEO 6명만 교체하는 데 그쳤다. 현대백화점그룹은 계열사 대표 전원이 연임에 성공했다.
여성 CEO의 약진도 두드러진다. LG생건은 이번 인사에서 이정애 부사장을 대표이사 사장으로 승진시켰다. LG그룹에서 비 오너가 출신으로는 첫 사장급 여성 CEO다. CJ올리브영도 신임 대표에 1977년생인 이선정 경영리더를 승진시켰다. CJ그룹 내 최연소 CEO이자 올리브영 최초 여성 CEO다. 11번가 역시 첫 여성 CEO인 안정은 최고운영책임자(COO)를 신임 대표로 선임했다.
롯데는 정미혜 롯데제과 상무, 한지연 롯데백화점 상무 등 6명을 임원으로 승진시켰다. 특히 2018년 선우영 롭스 대표에 이어 두 번째 여성 대표도 탄생했다. 김혜주 신한금융지주 빅데이터부문장은 롯데멤버스의 첫 외부 여성 대표이사로 내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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