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시장에서 예상한 대로 '빅스텝(한번에 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을 단행하자 한·미 간 금리 차가 최대 1.25%포인트까지 벌어졌다. 연준은 내년 최종 금리 수준을 5.25%로 내다봤는데 한국 기준금리 상단 전망이 3.5%로 잡혀 있는 것을 고려하면 상황에 따라 금리 차가 1.75%포인트까지 벌어질 수 있다.
전문가들은 금리 인상이 반복될수록 경기 연착륙에 대한 우려가 커진다는 점, 단기자금시장 경색과 부동상 경기 침체 등이 지속되고 있는 점을 들어 한국은행이 '베이비스텝(한번에 기준금리 0.25%포인트 인상)'으로 미국 금리 추격에 나설 것으로 내다본다.
15일 공개된 점도표(연준 위원들의 향후 금리 전망을 보여주는 도표)를 보면 내년 말 금리 예상치는 5.00~5.25%(중간값 예상치 5.1%)로 나타났다. 기존 전망치(4.6%)보다 0.5%포인트 높아졌다. 연준이 이날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통해 기준금리를 4.5%까지 끌어올린 점을 고려하면 내년 미국 금리는 최대 0.75%포인트 더 올라갈 수 있다.
실제 제롬 파월 연준 의장도 FOMC 직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금리 인상 기조를 계속 이어가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파월 의장은 "여전히 갈 길이 멀다"며 "인플레이션이 지속적으로 하락 추세에 있다는 확신이 들 때까지 금리 인하는 없을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업계에선 내년 연준의 금리 인상 기조가 5월께 마무리될 것으로 보고 있다. 내년 FOMC는 2월 초, 3월 중순, 5월 초로 예정돼 있다. 이때 추가로 빅스텝을 단행하거나 3회 모두 베이비스텝을 단행해도 5월 안으로 연준의 최종 금리 전망 수준에 도달한다. 5월 이후 물가 상황에 따라 연준의 스텝에 변화가 있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연준의 최종 금리 상단이 높아진 만큼 한은의 부담도 커졌다. 연준은 여전히 높은 물가 상승률을 고려해 내년 2월 빅스텝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22년 만에 최대로 벌어진 금리 차이지만 상황에 따라선 과거 최대 역전 폭(1.5%포인트)도 넘어설 수 있는 상황이다. 한은의 내년 금리 인상 시기가 앞당겨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또 한은은 치솟는 금리에 따른 단기자금시장과 부동산 시장에 미칠 악영향도 고려해야 한다. 현재 단기자금 조달시장의 척도인 기업어음(CP) 금리 상승 기류가 꺾이면서 경색 완화 신호도 감지된다. 그러나 비우량채 시장인 중소형 증권사 CP 금리는 여전히 7%대다. 금리 인상기를 맞아 부동산 경기가 냉각되고 있지만 이런 충격은 단기자금시장과도 연결돼 있다. 수출 부진 등 경기 위축 우려도 꺼지지 않는 불씨다.
이런 점을 고려할 때 한은은 내년 베이비스텝으로 미국 금리를 추격할 가능성이 크다. 아울러 두 번 더 금리를 올려 시장 내 컨센서스인 3.5% 전망도 넘어설 수 있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공동락 대신증권 연구원은 "내외 금리차가 1~1.5%포인트 간격을 유지할 수 있다고 볼 땐 한국 금리도 3.75%까지 올라설 수 있다"면서 "지난달 일부 한은 금융통화위원들도 상단을 3.5%보다 높게 예상한 바 있다. 한은은 내년 1분기에 두 차례 금리 인상을 단행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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