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식 현대화가 시진핑 3기 국정 운영의 핵심 과제로 자리매김한 듯하다. 시 주석은 20차 당대회 개막식 연설에서 “지금부터 중국 공산당의 핵심 임무는 사회주의 현대화 강국을 건설하기 위해 전 인민이 단결해야 하고, 그 바탕에는 중국식 현대화를 견지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중국 정부는 ’중국식 현대화‘를 공산당 영도의 사회주의 현대화로서 중국 국가 상황에 기반한 중국 특색을 가진 현대화라고 정의하고 있다. 중국식 현대화라는 용어는 2021년 7월 6일 공산당 창당 100주년을 기념하여 개최된 ‘중국 공산당과 세계 정당지도자 회담’에서 시 주석 연설을 통해 처음 언급되었다. 160여 개 국가의 500여 개 정당 및 정치조직 지도자들이 참석한 회담에서 시 주석은 ‘중국 인민의 단결된 힘으로 중국식 현대화를 달성하고, 나아가 전 인류의 현대화 과정에 공헌을 할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그리고 11월 개최된 공산당 19기 중앙위원회 6차 전체회의(6중전회)에서 공산당 사상 3번째 역사 결의를 심의·통과시키면서 당이 인민을 이끌고 중국식 현대화의 길을 가야 하고, 세계 각 개도국들도 자국식 발전모델이 필요함을 주장하며 중국식 발전모델이 성공모델이 될 수 있음을 암시한 바도 있다. 따라서 중국식 현대화는 시 주석의 3연임 국정 운영 비전 수립을 위해 이미 1년이 넘는 시간 동안 철저히 준비해 만들어진 것이다. 그러나 중국을 오랫동안 연구한 학자의 관점에서 중국식 현대화는 새로운 이론적 배경이나 이데올로기적 사상보다는 기존 덩샤오핑의 중국 특색 사회주의 국가(Socialism with Chinese Characteristics) 이론을 당면한 대내외 상황과 리스크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좀 더 구체화·개념화·상징화했다고 볼 수 있다. 중국 특색 사회주의 국가는 1982년 9월 공산당 12차 전국대표대회 개막식에서 덩샤오핑이 처음 제시한 개념으로 중국 정치·경제를 이해하는 기본 개념이자 공산당의 발전 방향이라고 볼 수 있다. 핵심은 공산당 영도 아래 중국 상황에 맞게 경제 건설 중심의 개혁·개방과 4개 사상(사회주의, 프롤레타리아 독재, 공산당 영도, 마르크스·레닌주의와 마오쩌둥 사상)을 견지해야 하고, 전 인민의 공동부유를 근본으로 삼아 사회주의 현대화 강국으로 성장해야 한다는 것이다.
필자는 전 영역에서 확산되고 있는 중국식 현대화의 함의와 향후 변화를 크게 대내외적인 관점에서 분석한다. 우선 대내적인 의미는 도농 간 빈부 격차 확대와 코로나로 인한 민심 이탈 및 경제 하방 압력 등 심화되는 국내 정치·경제 이슈를 환기시켜 공산당 영도의 사회주의 시장경제를 더욱 공고히 하겠다는 것이다. 창당 100주년인 2021년은 공산당이 약속한 샤오캉(인민이 풍족하게 살아가는 중산층 사회) 실현의 원년이다. 중국 정부는 샤오캉이 실현되었다고 대외적으로 선전하고 있지만 실제 상황을 보면 도시와 농촌 간 격차는 더욱 벌어졌고, 제로 코로나 정책으로 공산당에 대한 불만은 더욱 높아지고 있다. 중국 정부는 중국식 현대화는 중국의 거대한 인구 규모, 전국 인민의 공동부유, 물질문명(자본주의)과 정신문명(사회주의)의 상호 조화, 평화적 발전의 길을 걷는 현대화라는 5가지 특징을 강조하고 있다. 이 중 4가지 어젠다가 모두 국내 이슈와 연관되어 있다. 그만큼 대내적 이슈가 대외적 이슈보다 공산당의 향후 발전과 확장성에 더 중요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특히 공동부유, 물질과 정신문명의 상호 조화는 중국이 당면한 내부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중요한 요소다. 따라서 중국은 향후 더욱더 강력한 사회주의 시장경제 체제 구축, 현대화 산업체계 건설, 농촌 발전을 위한 제도 개혁과 신형 도시화 가속화, 지역 간 조화로운 발전과 협력을 촉진해 나갈 가능성이 높다.
대외적인 의미는 미국 패권주의에 맞서 중국식 발전과 기술 자립을 더욱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20차 당대회를 통해 미·중 간 경제안보 전쟁 장기화에 대비해 중국은 새로운 기술관료를 대거 등용했고, 중국식 현대화를 추진하며 미국 등 서방에서 벗어난 중국식 기술 자립을 천명한 바 있다. 중국식 현대화 5가지 특징 중 ‘평화적 발전의 길을 걷는 현대화’는 결국 미국 패권에 맞서 중국식 발전모델을 변함없이 지속하고 장기적으로 미·중 전략 경쟁에 대비하겠다는 것을 의미한다. 특히 5년 전 시 주석이 19차 당대회에서 55번 언급한 ‘안보’가 20차 당대회 보고에서 91번이나 언급되면서 향후 미·중 간 경제안보를 둘러싼 충돌은 더욱 심화될 것임을 암시한다. 그만큼 글로벌 지정학적·지경학적 상황이 심상치 않고, 중국은 이에 맞서 향후 군사 및 경제안보 정책 전반에 걸쳐 더욱 공세적으로 대응해 나갈 것이다. 중국은 향후 미국의 자국 내 산업공급망 구축에 대응해 중국식 글로벌 공급망 시스템을 구축하고, 우수 첨단 외국 제조기업 유치를 더욱 확대해 나가겠다는 전략이다. 중국식 현대화가 가져올 향후 중국의 대내외 정책 변화와 방향성에 주목해야 한다. 단순히 시 주석 1인 집권 체제 강화 및 권위주의 확산으로만 접근하면 중국의 속내와 문제점을 간파할 수 없다. 향후 시 주석 3.0 시대는 더욱 강력한 중국을 외치며 대내외적인 난제와 문제점을 해결하려고 할 것이다. 중국식 현대화에 감춰진 숨은 의도를 이해하고 그에 따른 우리 정부의 대중 접근 전략 수립을 서둘러야 한다.
박승찬 필자 주요 이력
△중국 칭화대에서 박사 학위를 취득하고 대한민국 주중국 대사관에서 경제통상전문관과 중소벤처기업지원센터 소장을 5년간 역임했다. △미국 듀크대학교 방문학자, 현재 사단법인 중국경영연구소 소장과 용인대학교 중국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현재 미국 미주리대학에서 미·중 기술패권을 연구 중이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