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행(BOJ)의 통화 완화정책이 한계에 봉착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18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올해 엔화 가치가 폭락하고 인플레이션이 심각해지면서 BOJ가 금리 상승에 대한 압박을 받고 있다고 전했다. 일부 경제 전문가와 기업 경영진은 BOJ의 완화정책이 기업의 경쟁력을 약화시키고 정부의 재정 지출을 방만하게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일본 정부가 상당한 규모의 부채를 가지고 있어 금리 인상을 주저하는 상황이다.
일본은 미국을 비롯한 주요 국가들과 다르게 마이너스 금리를 유지하고 있는 유일한 나라로 꼽힌다. 지난 2016년부터 -0.1%의 마이너스 금리를 유지하고 있다. 미국의 기준금리가 4.0~4.5%로 15년 만에 최고 수준인 것과는 대조적이다. 미국과 일본의 기준금리 격차는 4.6%로 벌어졌고 엔화 가치는 올해에만 20% 하락했다.
기업들도 엔저로 시름에 잠겼다. 과거 엔저는 일본 수출 기업에 가격 경쟁력을 강화시켜 호재로 작용했다. 하지만 최근 상황은 오히려 엔저로 상황이 악화되고 있다. 원자재를 수입에 의존하는 일본의 특성상 원자재 수입 가격이 가파르게 상승했지만 수출 가격이 이를 따라가지 못하면서 교역이 악화되고 있는 것이다. 지난 15일 일본 정부가 발표한 무역수지는 16개월 연속 적자를 이어가는 실정이다.
시민들의 삶도 피폐해지고 있다. 일본의 지난 10월 근원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은 3.6%로 4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세계 각국과 비교하면 낮은 수치지만 임금 상승이 잘 이뤄지지 않는 점을 고려하면 시민들이 고물가로 고통을 호소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전문가들도 엔저 유지 정책에 우려를 표했다.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의 애덤 포센 소장은 "엔화 가치가 30% 이상으로 하락하고 유능한 인재들의 해외 유출이 나타난다면 BOJ는 언젠가 금리를 올려야만 할 것"이라며 엔저 정책을 종결할 필요성을 주장했다. 그러면서 "일본이 세계 다른 국가들에 비해 크게 성장할 필요는 없지만, 빠르게 위축되고 있다는 느낌을 주어서는 안 된다"고 진단했다.
다만 엔저의 부작용에도 BOJ가 금리 인상을 주저하는 것은 정부 부채가 심각하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WSJ는 "구로다 하루히코 총재가 2013년 총재가 된 후 BOJ가 정부 국채 등 자산 구매를 늘렸다"고 설명했다. 이 상황에서 금리가 오르면 국채 가격이 하락하고 금리가 급등하는 등 금융시장이 불안정할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일본 정부의 높은 부채는 국채 매입이 일어나는 시장에 불안정을 키울 수 있는 요인으로 거론된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지난해 일본의 정부 부채는 GDP 대비 정부 부채가 263%로 선진국 중에 가장 높았다. 금리가 낮아 GDP의 1.5%만을 이자로 지불하며 버틸 수 있었다. 하지만 금리가 오르면 이자 부담이 커져 금융시장이 불안정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WSJ는 영국의 사례를 들었다. 영국은 GDP 대비 정부 부채가 104% 수준이었지만 재정건전성에 대한 의구심이 커지자 국채 가격이 하락하고 국채 금리가 폭등하는 등 금융시장이 흔들린 바 있다.
산토리 홀딩스의 니이나미 다케시 최고경영자(CEO)는 "엔화를 마구 찍어내는 양적 완화 정책을 언제까지 할 수는 없다"며 "영국에서 일어난 일이 일본에서도 일어날 수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일본의 건강한 경제를 위해 적시에 통화 정책을 바꾸는 일을 지지한다"고 말했다.
한편, BOJ는 오는 20일 금리 결정을 앞두고 있다. 시장은 BOJ가 마이너스 금리 정책을 유지할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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