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0대 임대업자 A씨는 자기 자본 없이 세입자들의 전세보증금을 받아 잔금을 치르는 방식으로 서울 소재 빌라를 수십채 매수했다. 일명 '깡통전세'로, 최근 1~2년간 아파트 가격이 급등하면서 서울 빌라 전세금이 급등하자 이 같은 수법을 이용했다. A씨는 부동산 침체기에 보증금 반환이 어렵게 되자 모든 빌라를 서류상으로만 존재하는 법인에 매도한 후 현재 잠적했다.
# 서울에 빌라를 신축한 건축주 B씨는 부동산 중개브로커 C씨와 공모해 매매가보다 전세보증금을 높이는 방법으로 실제 전세계약시 C씨에게 일정 수수료를 지급하기로 했다. 이 과정에서 또 다른 '바지사장'이 필요해지자 무자력자 D씨를 설득해 신축 빌라 건물을 통째로 매수토록 했다. 중개브로커 C씨는 B씨가 신축빌라 판촉을 위해 세입자에게 이자를 지원한다며 임차를 유도해 높은 보증금으로 전세계약을 체결하게 했고, 이후 D씨는 높은 전세보증금을 반환하지 못했다.
1139채의 집을 보유하다 임차인들에게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고 숨진 '빌라왕'의 사례처럼 서울에서도 제2의, 제3의 빌라왕으로 인한 피해가 극심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토교통부는 전세사기로 의심되는 거래 106건을 적발하고, 1차로 경찰청에 수사의뢰한다고 20일 밝혔다.
이번 조사는 지난 9월부터 지난달까지 전세피해지원센터에 접수된 피해상담사례 687건 중 피해자가 다수이거나 공모가 의심되는 사례를 집중 조사한 결과다. 이번 수사의뢰 건에는 숨진 '빌라왕'과 관련된 사례도 16건 포함됐다.
전세사기 대부분은 '빌라왕' 사례와 유사한 무자본, 갭투자였다. 사기에 연루된 법인이 10개, 혐의자는 42명으로, 이 가운데 임대인이 25명으로 절대 다수였다. 나머지는 공인중개사(6명), 임대인 겸 공인중개사(4명), 모집책(4명), 건축주(3명) 등이다.
혐의자 연령별로는 40대가 42.9%로 대다수를 차지했으며, 50대(23.8%), 30대(19.0%) 순이었다. 거래지역 별로는 서울이 52.8%로 가장 많았고, 인천(34.9%), 경기(11.3%)가 그 뒤를 이었다.
전세사기 의심거래의 피해액은 171억원 이상으로 추정되는데 피해자의 절대 다수가 20~30대 젊은층으로 집계됐다. 30대가 전체의 50.9%, 20대가 17.9%로 주를 이루었고, 40대(11.3%), 50대(6.6%)가 그 뒤를 이었다.
국토부는 부동산소비자 보호기능 강화를 위해 기존 '부동산거래분석기획단'을 '부동산소비자보호기획단'으로 오는 27일 개편한다. 기존에는 부동산 계약 단계에서 투기와 탈세 의심 거래를 집중적으로 적발했지만 앞으로는 전세사기, 담합 등 시장 교란행위를 집중 단속할 예정이다.
구체적으로는 매물 단계에서 허위매물, 집값담합을 모니터링하고, 등기 단계에서는 부동산 거래신고 후 미등기된 사례를 조사해 허위거래를 단속하며, 임대차 단계에서는 전세사기 등 위법행위를 단속하게 된다.
아울러 기존에 추진 중인 외국인 부동산 투기와 이상 고‧저가 아파트 직거래에 대한 기획조사와 함께, 소비자 피해가 많이 발생하는 기획부동산, 불법전매에 대한 조사 등도 추진할 계획이다.
남영우 토지정책관은 "현재 진행 중인 전세사기 단속 뿐 아니라 주택 매매 및 임대차 거래정보 분석과 상시모니터링을 통해 앞으로 발생가능한 전세사기 예방을 위한 노력에도 박차를 가할 계획"이라며 "부동산소비자보호기획단 출범을 계기로 부동산 거래 전 단계에서 발생할 수 있는 다양한 불법행위와 범죄를 조사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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