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부터 시행 예정인 가상자산 과세 유예안이 국회에서 표류하면서 시장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당장 과세 집행까지 2주밖에 남지 않았지만, 관련 법안이 부재한 가운데 최소한의 과세 기준만 정해진 상황이다. 국세청도 서둘러 과세 방안을 마련하고 있으나, 애로사항이 적지 않다. 입법 부작위로 시장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20일 국회 등에 따르면 국내 가상자산 과세와 관련한 입법 논의는 현재 여야 지도부 간 줄다리기 속 표류 중이다. 관련 법안은 지도부 협상 대상에 올라와 있으나, 예산안과 같은 주요 논의사항 등에 밀려 진전 없이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기획재정위원회 조세소위도 열린 지 오래다.
앞서 정부는 가상화폐의 양도·대여 등을 통해 얻은 소득에서 250만원을 공제한 나머지 수익에 대해 20% 세율을 적용하기로 했다. 이 같은 가상자산 과세는 당초 올해부터 시행할 예정이었으나, 관련 기본법(업권법)이 제정되지 않아 1년 유예하기로 했다.
올해에도 관련 입법 논의가 지지부진하면서 정부는 가상자산 과세 시점을 오는 2025년까지 2년 더 유예하는 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하지만 내년까지 10일여 남은 현재에도 관련 논의에 진척이 없다.
국세청은 현 입법, 시행령 체계 안에서 기술적으로 확보할 수 있는 수단을 최대한 활용해 과세 체계를 마련하겠다는 계획이다. 국세청 관계자는 "시행령을 통해 국내 거래소들로부터 거래 자료를 제출받아 납세자들이 일일이 확인하기 어려운 과세 편의를 제공하려고 준비 중이다"라며 "과세권이 미치지 않는 해외 거래의 경우 해외 금융계좌 신고 제도나, 국제 간 정보 교환 제도 등을 통해 자료를 확인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그러나 실제 과세 진행에는 상당한 혼란이 예상된다. 각 상황에 맞는 취득원가 개념부터 정립해야 하지만, 아직 기준이 불분명하다. 특히 정부에선 가상자산 가격을 올해 말 종가 및 0원으로 설정하고, 당사자 소명을 통해 수정하는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하지만 모호한 기준 탓에 폭탄 과세를 맞거나, 과세 회피가 발생할 수 있다. 더욱이 해외 거래의 경우 협조가 원활하지 않을 경우 허점이 발생할 수 있다.
업계에서는 업권법도 부재한 가운데 과세부터 부과하는 것은 국내 가상자산 시장을 위축시키는 결과만 초래할 수 있다고 말한다. 국내 한 가상자산 거래소 관계자는 "업권법도 미비한 가운데 과세 소명도 본인이 증빙해야 한다면 구태여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를 이용할 이유가 무엇이 있겠나"라며 "이는 국내 거래소를 이용하는 이들의 발길이 줄어드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특히 가상자산 과세까지 10여 일 남은 현재까지도 분명한 기준을 세우지 못한 입법 부작위에 따른 비판이 제기된다. 홍기훈 홍익대 교수는 "과세 형평성과 관련된 문제 제기는 어느 방향으로든 제기될 수 있다"면서 "과세의 옳고 그름을 논하기 전에 가상자산 과세 방안과 관련해 분명한 노선을 제시하지 않고, 여야 쟁점으로 정치화하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