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워팰리스, 아크로리버파크, 은마 등 강남 알짜 아파트 매물이 경매시장에 등장하고 있다. 1년 가까이 이어지고 있는 고금리 파고를 넘지 못한 '영끌러(빚을 영혼까지 끌어모은 투자)'와 '갭투자(전세보증금을 낀 부동산 투자)' 매물이 경매시장으로 내몰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빚 청산을 위한 강제 절차인 경매에는 통상 3~6개월이 소요되는 만큼 내년 하반기까지 서울 아파트가 대거 경매시장에 쏟아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21일 법원 등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달 전국 임의경매 등기 신청 건수는 2772건으로 집계됐다. 월간 기준으로 올해 중 최고치다. 임의경매 건수는 올해 1월 2056건에서 2월 1754건으로 줄어든 뒤 3월부터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임의경매 건수인 2349건과 비교하면 1년 만에 18% 상승한 수치다.
임의경매는 채무자가 대출금이나 이자를 갚지 못하면 채권자가 담보로 받은 부동산에 설정한 저당권, 근저당권, 전세권 등 권리를 실행해 자신의 채권을 회수하는 절차다. 채무자로부터 받은 부동산 담보권을 실행하는 것이어서 판결문과 같은 별도의 재판 없이 바로 경매 신청이 가능하다.
업계에서는 금리 인상 여파로 빚을 못 갚는 집주인들이 늘면서 임의경매 등기 신청 건수가 증가한 것으로 해석했다. 한국은행이 올해 기준금리를 8차례 인상하며 지난해 말 1.00%였던 금리는 현재 3.25%까지 2.25%포인트(p) 올랐다. 기준금리가 오르면서 대출을 최대한 끌어 주택을 구매한 집주인들의 원리금 부담은 극에 달한 상태다.
실제 지지옥션에 따르면 올해 서울 아파트 경매건수는 1월 35건, 2월 38건, 3월 47건, 4월 38건, 5월 59건, 6월 57건, 7월 64건, 8월 74건, 9월 67건, 10월 107건, 11월 162건으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 12월(32건)과 비교해 약 1년 만에 406%나 급증했다. 경매물건이 쏟아지면서 같은 기간 낙찰가율은 103.3%에서 83.6%로 곤두박질쳤다.
통상 경매는 한 번 유찰될 때마다 20~30%의 가격저감률을 적용한다. 2017년 이후 약 5년 만인 지난달 경매시장에 등장한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전용 84㎡의 경우 최초 감정가는 27억9000만원이었지만 2번 연속 경매에서 유찰되면서 최저입찰가는 17억8560만원까지 떨어졌다. 지난해 11월 28억2000만원까지 치솟았던 이 아파트는 지난달 21일 21억원에 실거래됐다.
서울 서초구 반포동 아크로리버파크 전용 84㎡ 역시 6년 만에 경매시장에 등장했지만 결국 주인을 찾지 못했다. 내년 1월 31일 진행되는 재응찰 가격(33억6000만원)은 최초 감정가(42억원)보다 20%, 최근 거래가격(46억6000만원)보다 약 28% 하락한 가격이다.
강남구 도곡동 타워팰리스 전용 244㎡는 최초감정가 62억6000만원에 경매를 진행해 불과 1명만 응찰했다. 낙찰가는 63억100만원으로 낙찰가율은 100.7% 정도다. 지난해 서울 아파트 낙찰가율이 119%를 기록했던 것과 비교하면 대조적이다.
부동산 경매 물건의 최대 피크(정점)는 내년 3~4분기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통상 시중은행은 3~6개월 이상 대출금을 연체할 때 경매를 신청할 수 있는데 지난 7월부터 서울 아파트 경매물건이 증가 추세로 돌아섰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미 올 초부터 연체가 증가하기 시작했다는 의미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내년 상반기까지 늘어나는 경매물건과 올 하반기 쏟아진 경매물건이 2~3번씩 유찰되면서 감액된 결과가 합쳐지면 집값 하방에 더 강한 압력을 줄 것"이라면서 "부동산 경기 하방의 정점은 급증한 경매 물건이 해소되기 시작하는 내년 추석 이후가 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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