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발생한 태풍 힌남노로 인해 포스코 2열연공장 가동이 일시 중단되는 등 직격탄을 입은 국내 철강산업이 여전히 그 후폭풍에 몸살을 앓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포항지역 철강산업이 온전히 회복되지 못하면서 최근까지도 예년 수준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 생산시설 정상화가 지연될 경우 국내 산업 전체에 최대 2조4000억원 규모의 대규모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21일 한국은행은 '철강 생산 차질의 경제적 영향 점검(BOK 이슈노트)' 보고서를 통해 "포항제철소의 자구노력과 정부의 지원 등으로 생산시설이 빠르게 복구되고 있지만 완전한 정상화 시점에 대한 우려도 큰 상황"이라며 "철강생산 차질은 국내 주요 산업에 부정적 파급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태풍 힌남노가 발생한 지난 9월 이후 포항지역 철강 생산과 수출 등은 급감했다. 실제 지난 9월 조강(철강제품 원료가 되는 쇳물) 생산량은 전년 동기 대비 62.9% 급감한 51만 8000t으로 관련 통계가 작성된 2010년 1월 이후 12년여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이후 10월 들어서며 일부 회복(92만6000t)하기는 했으나 여전히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29.4% 감소했다.
한은이 각 지역본부 수요 산업 모니터링 등을 통해 철강 생산 차질에 따른 경제적 영향을 추정한 결과를 보면 조선, 산업 전체로는 1조 5000억~2조 4000억원 규모의 피해가 예상됐다. 산업별로 철강산업이 5000억~7000억원으로 가장 큰 영향을 받고, 자동차 3000억~5000억원, 건설 1000억~3000억원, 조선 300억~500억원으로 뒤를 이었다.
다만 태풍 힌남노 영향이 당장은 큰 피해로 이어지지 않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자동차용 강판, 스테인리스의 경우 전남 광양제철소에서 대체 생산하고 있는 데다 조선용 후판의 경우 아직 재고 여유분이 남아 있어서다. 건설용 선재는 수입 대체 등으로 대응한 것으로 조사됐다. 여기에 지난 15일에는 포항제철소 제2열연 공장이 조기 재가동하기도 했다. 그러나 산업의 핵심 중간재인 철강재 생산과 관련해 정상화가 지연될 경우 국내 주요 산업 전반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란 시각이다. 특히 이 지역 의존도가 높은 자동차용 전기강판, 조선용 특수강 등이 수급 차질을 빚을 경우 액화천연가스(LNG)선과 전기차를 중심으로 생산에 타격을 줄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이에 한은 측은 철강 생산 차질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한 방안 마련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한은 관계자는 “광양 등에서의 대체 생산에도 한계가 있고, 수출 물량의 내수 전환이 계속되면 철강 수출이 위축된다”면서 “철강 수요처의 적정 재고 비축, 조달처 다변화와 같이 철강 생산 차질에 대응한 방안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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