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상적으로 기획재정부 경제 전망이 그 외 공공이나 민간 기관보다 다소 낙관적이라는 인식을 깨는 듯한 느낌이다. 그만큼 정부는 경제를 냉엄하게 인식하고 어려운 상황을 이겨내 보자는 의지가 내포되어 있다고도 해석된다. 2022년 한 해 경제를 억눌렀던 변수가 고물가·고금리·고환율·고유가였다는 점에서 2023년에는 어떤 흐름을 유지할지 방향을 확인해 보고 대응책을 모색해 보자.
물가는 잡힐 것인가?
2023년 상반기는 스태그플레이션에 진입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행은 2023년 상반기에 목표 물가 대비 2배 수준(4%)을 상회하는 고물가 압력이 작용하는 동시에 경제성장률은 1.5%를 밑도는 1.3%로 전망하고 있다. 이는 스태그플레이션 정의에도 부합하는 수준으로 판단된다. 만약 2023년 하반기에 경기가 반등하지 못하거나 추가적인 물가 상승 압력이 작용하면 스태그플레이션 늪에서 빠져나오기 힘들 우려가 있다.
국제유가는 다시 오를 것인가?
물가를 결정짓는 중대한 변수 중 하나가 국제유가이니만큼 국제유가가 혹여나 다시 오르지 않을까 하는 우려는 상당히 긴장감이 도는 질문이다. 국제유가는 강세 기조를 유지하지만 완만하게 안정될 것으로 전망된다. 2023년에는 글로벌 경기 침체가 가시화함에 따라 세계 원유 수요가 축소됨에 따라 국제유가가 하락할 것으로 보인다. 2022년 2분기 배럴당 108.9달러로 고점을 기록한 이후 매우 완만하게 하락하고 있는 추세다.
주요 에너지 기구들은 2023년에 국제유가가 2022년에 비해 소폭 하락할 것이지만 공급 부족 여건이 이어지면서 여전히 강세 기조를 유지할 것으로 의견을 모으고 있다. EIA(미국에너지정보청·US Energy Information Administration)는 WTI와 브렌트 유가가 2022년 각각 배럴당 95.2달러, 101.5달러에서 2023년 각각 86.4달러, 92.4달러 수준으로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단,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확전 또는 장기화 여부에 따라 국제유가 변동성이 커질 것으로 보이고, OPEC 회원국의 증산 여부에 따른 불확실성이 여전히 존재한다. 최근 OPEC+는 감산 합의를 도출한 반면 미국은 전략비축유를 추가 방출하기로 하는 등 국제유가에 영향을 미치는 변수들이 불안하게 전개되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기준금리 인상 기조는 2023년 중반까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 소비자물가는 지난 6월 9.1%로 정점을 기록한 것으로 판단하고는 있으나 2%라는 목표 물가에 부합하는 성적표는 2023년 연내에 기대되지 않는다. 미국 연준이 2022년 12월 FOMC에서 공개한 성명서를 보면 위원들이 2023년에도 기준금리 인상 기조를 지속할 의지가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특히 점도표를 통해 FOMC 위원들이 2022년 말 기준금리 4.5%에서 2023년 5.1% 수준으로 인상할 것에 무게를 두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한국 기준금리도 미국과 금리 차를 전혀 신경 쓰지 않을 수 없고, 한국 내 물가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있다는 점을 감안해도 추가적인 인상이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기준금리 인상 기조는 지속될 것이다. 금리 인상 속도가 조절된 것이지, 금리 인상에서 인하로 통화정책 기조가 바뀐 것이 아니다. 이에 따라 시중금리도 상당한 수준으로 올라갈 것으로 전망된다. 변동금리의 기준인 코픽스(COFIX·Cost of Funds Index)가 사상 처음으로 4%대에 진입했다. 은행의 자금 조달 비용이 상승하고 있다는 뜻으로, 향후 시중금리가 상승할 것을 보여주는 신호가 된다. 높은 시중금리는 가계에 상당한 이자 부담을, 기업에 자금 마련 압력으로 작용할 것이다.
킹달러 귀환할까?
2022년은 강한 달러의 시대였다. 2022년 한 해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속도가 가장 강했고 상대적으로 다른 나라들은 더뎠다. 환율은 상대국 통화와 교환하는 비율을 뜻하는 만큼 다른 나라에 비해 미국의 강한 긴축은 곧 강한 달러를 의미할 수밖에 없다. 원·달러 환율은 2022년 10월 1440원을 돌파하는 등 이례적인 달러 강세가 나타났다. 이는 역시 IMF 외환위기 이후 처음 경험하는 9개월 연속 무역적자의 주범이 되었다.
10월을 기점으로 ‘물가 정점론’과 ‘국제유가 정점론’이 부상했고 시장은 ‘금리 인상 속도조절론’에 무게를 두었다. 이는 곧 ‘환율 정점론’이 된다. (물론 ‘주가 저점론’으로도 해석된다.) 거시경제는 각 지표가 톱니바퀴처럼 연동되어 움직이기에 그 방향성을 충분히 가늠할 수 있는 것이다. 2023년에는 통제할 수 없는 어떠한 변수(전쟁, 전염병 등)가 등장하지 않는 한 달러의 초강세가 다시 나타나기는 어려울 것이지만 미국이 긴축 기조를 유지한다는 측면에서 약달러로 전화되기도 어려울 것이다. 즉, 강달러 기조가 완화되는 흐름으로 판단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레이트 리세션, 무엇을 준비할 것인가?
표적이 명확한 정책(Targeted policy)이 필요하다. 물가 안정을 방어하는 요소를 차단할 필요가 있다. 정부가 발표한 경제정책방향에는 물가와 경기,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으려는 상호 충돌적인 정책들이 제시되어 있다. 유동성 공급을 조기에 확대한다든가, 전기·가스요금을 추가적으로 인상한다는 계획들은 물가 안정이라는 목표와 상충한다. 이러한 재정정책은 통화정책과도 충돌하기 때문에 정책의 효과성을 떨어뜨릴 수 있다. 따뜻한 물을 틀어 놓고 옆에서 찬 물을 틀어놓으면 어떻게 될까? 따뜻한 물을 더 틀어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된다. 2023년 정책의 목표는 물가 안정을 우선하고, 물가가 목표에 부합하는 수준에 이르면 그때 경기 부양에 총력을 다할 수 있다.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면 한 마리를 먼저 잡고 다른 한 마리를 잡아야 한다.
고물가·고금리에 허덕이는 계층을 살피는 데 집중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국내 변동금리 대출 비중이 약 78.5%임을 고려하면 2023년에도 가계의 이자 상환 부담이 가중될 것임을 추론할 수 있다. 설상가상으로 고물가가 장기화하면서 실질소득이 줄어듦에 따라 소비심리가 더 얼어붙을 수 있음을 가늠할 수 있다. 코로나19로 폐업을 고민했던 자영업자들이 거리두기 단계 완화 기대에 임차계약을 연장하며 사업을 포기하지 않았는데 이제 금리의 역습으로 폐업을 피할 수 없는 상황에 놓이게 되었다. 기업도 자금난이 심해져 도산하는 기업이 많아지는 한편 신규 투자 의지가 크게 꺾여 현금을 쌓아 놓는 기업도 증가할 전망이다. 경제주체들이 2023년에 죽음의 계곡을 건널 수 있도록 징검다리를 놓는 방안을 모색하는 데 정책의 방향을 두어야 한다.
김광석 필자 주요 이력
△한양대 겸임교수 △전 삼정KPM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원 △전 현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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