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권사들이 상장지수증권(ETN) 발행에 힘을 싣고 있다. 주식거래 수수료가 감소하는 상황에서도 성장을 지속하고 있는 ETN 시장에 선제적인 투자를 통해 다양한 투자 수요를 흡수하고 수익을 다변화하려는 행보로 풀이된다.
22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국내 증권사들은 2022년 들어 이날까지 총 123개 ETN을 신규 발행했다. 발행금액은 총 2조7910억원으로 집계됐다. 증권사별로 살펴보면 메리츠증권이 올해에만 총 26개 ETN을 발행하며 연간 발행건수 1위를 차지했다. 이어 미래에셋증권이 14개를 발행하며 뒤를 이었고 대신증권(13개)과 KB증권(12개), 신한투자증권(12개)도 상위권을 기록했다. 삼성증권(11개)과 한국투자증권(11개), NH투자증권(10개)도 신규 ETN을 10개 이상 선보였다.
ETN은 주가지수를 비롯해 채권, 원자재 등 기초자산 가격 변동에 따라 이익을 얻을 수 있도록 설계된 상품이다. 자산운용사가 발행하는 상장지수펀드(ETF)와 달리 증권사가 발행하고 만기가 있다는 특징이 있다. 다만 무보증·무담보 성격의 파생결합증권이기 때문에 재무건전성을 충족하는 증권사만 발행할 수 있다. ETN 발행 자격은 자기자본 5000억원 이상, 순자본비율 150%, 신용등급 AA- 이상 등이다.
증권사들이 ETN 발행에 힘을 주고 있는 까닭은 다양한 투자 수요를 충족시켜 투자자를 유치하기 위해서다. 변동성 확대로 개인투자자가 증시를 이탈하고 있는 상황에서 채권이나 원자재, 특정 테마에 투자하려는 수요를 흡수해 고객을 붙잡으려는 행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ETN 라인업을 갖추고 있으면 특정 원자재나 테마가 급부상할 때 투자자가 유입되는 효과가 있다"며 "개인투자자 감소로 한명한명이 아쉬운 증권사 입장에서는 ETN 발행을 통해서라도 투자자를 유치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귀띔했다.
시장이 성장을 지속하고 있는 점도 증권사들의 ETN 발행 유인 중 하나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국내 ETN의 지표가치총액(순자산규모)은 지난해말 8조8163억원에서 지난 21일 9조6776억원으로 꾸준히 증가세다. 같은 기간 증시주변자금으로 분류되는 투자자예탁금이 50조8300억원에서 45조3633억원으로 5조4667억원(10.75%) 급감한 점을 감안하면 약세장에서도 시장 성장을 지속한 셈이다.
ETN 발행이 늘면서 관련 조직을 충원하는 증권사도 다수 포착됐다. 메리츠증권은 2021년 신설된 파생본부 산하 EPG(Exchange Products Group)팀과 트레이딩본부 산하 SRT(Structured Rates Trading)팀이 ETN 발행 업무를 전담하고 있다. 미래에셋증권도 ETN 관련 인원을 지속적으로 확충하는 중이다. 다른 증권사 관계자들도 ETN 관련 인원이 확충되는 추세라고 입을 모았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관련 인력확충 외에도 마케팅 등의 분야에 지속적으로 자원을 투입하고 있다"며 "ETN은 증권사 입장에서는 수익구조도 다변화할 수 있고 향후 미래먹거리가 될 수도 있는 시장"이라고 설명했다.
증권사들이 경쟁적으로 다양한 ETN을 출시하면서 투자자 선택의 폭도 넓어지고 있다. NH투자증권은 지난 11월 S&P500지수옵션을 활용하는 ETN 3종을 출시했다. 수익률 상단이 제한되는 대신 최대 10%까지 손실이 보전되는 ETN이다.
메리츠증권은 지난 21일 국채를 ±3배로 추종하는 ETN을 상장했다. 한국거래소가 레버리지 배율 관련 규정을 완화한지 2개월여만이다.
메리츠증권 관계자는 "채권 상품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 확대와 한국 거래소 제도 개편에 맞춰 3배 레버리지 상품을 출시하게 됐다"며 "향후 투자자들의 니즈에 맞춰 시장에서 볼 수 없었던 상품을 출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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