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한 해 동안 본격적인 금리 인상이 가속화되면서 일선 은행들이 높아진 이자이익에 힘입어 역대급 호실적을 기록했다. 그러나 코로나 사태 장기화에 따른 잠재적 부실리스크 우려와 김진태 강원도지사발 채권시장 경색에 따른 자금조달 이슈에 몸살을 앓았고 금융권에 대한 당국의 입김이 여느 때보다 커지면서 전전긍긍하는 한 해를 보내야 했다.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4대 시중은행의 올해 3분기 순익 합산 규모는 9조7609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약 18% 상승한 것으로 집계됐다. 실제 개별 은행들의 올 1분기부터 3분기까지의 누적 당기순익을 살펴보면 신한은행은 전년 대비 21.7% 오른 2조5925억원을 기록했고 KB국민은행도 2조5506억원을 시현하며 1년 전과 비교해 16% 가까이 상승했다. 하나은행과 우리은행 역시 각각 2조2438억원(전년 대비 15.2%↑), 2조3735억원(전년비 19.5%↑)을 기록했다.
지방은행들도 실적 우상향 기조가 뚜렷했다. 지방은행 중 가장 자산 규모가 큰 BNK부산은행의 3분기 누적 순이익은 3904억원으로 6% 이상 늘었고 BNK의 또 다른 은행 계열사인 경남은행도 전년 동기 대비 11.2% 상승한 2544억원의 누적 순익을 나타냈다. 대구·경북지역에 본점을 둔 DGB대구은행은 전년 대비 15.3% 상승한 3294억원을 기록했고 호남지역을 기반으로 한 JB금융 계열사인 광주은행과 전북은행은 각각 2038억원(전년 대비 25.9% ↑), 1595억원(18.1% ↑)의 순익을 거두며 대다수 은행이 금융지주 효자 역할을 톡톡히 했다.
이처럼 은행권 실적이 급등한 주요 배경에는 올해부터 본격화된 통화긴축 흐름이 영향을 미쳤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가 사상 유례없는 6회 연속 기준금리 인상에 나서면서 지난해 12월 1.00%였던 기준금리는 이달 기준 3.25%까지 상승했다. 이로 인해 시장금리가 급등하며 대출금리 또한 상승해 은행들이 걷어들인 이자이익이 큰 폭으로 확대된 것이다. 실제 올 3분기까지 누적된 국내은행 이자이익은 올해 1분기 12조6000억원, 2분기 13조6000억원, 3분기 14조3000억원 등 총 40조6000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6조9000억원(20.3%)이나 급증했다. 이 같은 이자이익 증가추세를 감안하면 올해 4분기까지의 이자이익은 지난해 전체인 46조원을 훌쩍 뛰어넘을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올 한 해 은행권에 마냥 호재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지난 2020년 초 코로나 사태가 발생한 이후 어느덧 3~4년 차로 장기화 국면에 접어들면서 금융당국이 은행권에 코로나 대출 만기 연장 및 이자상환유예 정책을 요구하면서 내재화된 부실이 커질 우려가 높아진 점은 당장 눈에 보이지 않지만 좌시할 수 없는 리스크로 꼽힌다. 당초 코로나대출 만기연장과 관련해 '추가 연장은 없다'고 못박았던 금융당국이 종료 시점이 다가올 때마다 입장을 바꿔 추가 연장 요구에 나서면서 정책의 예측 가능성을 떨어뜨린 점 등은 시장 혼선을 키우고 일부 논란의 소지를 낳기도 했다.
또 가계대출이 역성장하고 예대마진 축소 압박이 계속되면서 내년부터는 수익성이 악화될 것이란 우려도 커지고 있다. 특히 금융당국이 은행 대출금리를 모니터링하면서 금리 인상 자제 신호를 보내자 대출금리 인하 움직임이 시장 전반으로 확산된 추세. 당국은 또한 은행권이 예금금리를 경쟁적으로 올리며 시중자금을 빨아들이자 대출금리 상승요인으로 작용할 여지가 크다는 측면에서 예금금리에 대해서도 인상 자제를 촉구하기도 했다. 그러나 시장에서는 이 같은 정부 개입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가 나온다. 이미 당국이 은행채 발행 등 채권 발행 자제를 요청해 조달금리가 높아진 상황에서 대출금리를 내릴 경우 역마진 발생 우려도 있기 때문이다.
이 밖에도 은행 등 민간 금융회사 수장 인선에 목소리를 내는 등 정부와 금융당국의 '관치' 움직임이 어느 때보다 강했던 점도 은행권 안팎을 뒤흔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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