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외무상이 3년 만에 중국 방문을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앞으로 미국과 중국 관계보다 중국과 일본 관계가 더 위태롭다는 우려가 나왔다.
26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류장융 칭화대 국제관계학 교수는 하야시 요시마사(林芳正) 일본 외무상이 중국에 상대적으로 우호적인 중국 전문가라면서도, 3년 만에 이뤄지는 일본 외무상의 방중에도 불구하고 양국 관계는 별 차이가 없을 것이라고 전했다. 그는 중국과 일본 양측의 강경한 태도, 즉 일본 대중과 언론에서 반중 감정이 확산되고 있는 점을 이같은 주장의 근거로 제시하며 중·일 관계가 미·중 관계보다 더 위태롭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하야시 외무상의 방문이 양국 모두에게 중요하다고 짚었다. 그는 "하야시 외무상은 지난해 11월 취임한 후 집권 자민당의 반대로 중국을 방문하지 못했다"며 "이번에 방중이 추진되고 있는 것은 일본 우익 세력들이 방위 예산 증대라는 목표를 성취했고 이제는 그에 따른 피해를 통제하고 중국이 과잉 반응하지 않도록 설득할 때가 됐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중국과 일본 어느 쪽도 핵심 이익에서 타협할 뜻이 없기 때문에 하야시 외무상의 방중과 다른 외교적 교류를 중·일 관계의 개선 신호로 보는 것은 '희망 사항'일 뿐이라고 전망했다.
중국과 일본은 영토 분쟁 지역인 센카쿠(尖閣) 제도(중국명 댜오위다오) 문제 등으로 갈등을 벌이고 있다. 양국은 올해 국교정상화 50주년을 맞았지만, 관계 개선은 지지부진했다. 지난달 17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는 태국 방콕에서 3년 만에 대면 정상회담을 가졌다.
당시 양 정상은 회담에서 중·일 관계 발전을 위해 정상급을 포함, 모든 수준에서 긴밀한 의사소통을 실시하기로 합의했다. 그 일환으로 일본 외무상의 중국 방문을 진행하기로 한 것이다. NHK는 하야시 요시마사(林芳正) 일본 외무상은 애초 이달 하순 중국을 방문할 예정이었다. 이번 방문이 성사되면 일본 외무상의 방중은 2019년 12월 이후 약 3년 만이다. 하야시 외무상으로서는 처음이다. 하지만 중국 내 코로나19 확산세가 커지면서 1월 말로 연기됐다고 아사히TV가 전했다.
중·일 정상회담에 따른 양국 갈등 완화 기대감이 커졌으나, 양국 관계는 다시 악화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16일 일본이 반격 능력 보유를 포함해 방위력을 근본적으로 강화하는 내용이 담긴 3대 안보 문서 개정을 결정한 데다 일본이 중국을 '전례 없는 최대의 전략적 도전'으로 규정하면서다.
SCMP는 "일본이 2차 세계 대전 이후 최대 군사력 증강 계획을 공개하고 중국을 '최대의 전략적 도전'으로 기술하면서, 이는 중·일 외교장관 회담의 분위기를 망쳤고 향후 10년간 중국과 일본 간 충돌을 이끌 수 있다는 전문가들의 경고가 나온다"고 전했다.
콜린 코 싱가포르 난양이공대 연구원은 중·일 외교장관 회담에서는 양자 무역이나 시장 접근, 다양한 투자 등 덜 논쟁적인 이슈에 초점을 맞추게 될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일본은 중국과 최소한 일정 수준의 건설적인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보고 있다"며 "안보 분야에서의 대립에도 불구하고 두 나라 간 경제적 상호의존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라고 말했다.
리밍장 싱가포르 난양이공대 국제학 교수도 "중국과 일본이 경제, 무역 등 분야를 통해 관계를 개선시킬 방법을 찾는 것이 여전히 가능하다"며 "단시간 내 양국 관계가 개선되긴 힘들겠지만 정면 충돌을 피하기 위해 관계가 악화되는 것만은 막아야 할 것"이라고 짚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