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동의 2022년도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 지난 3년 간 전 세계를 덮친 코로나 팬데믹에 이어 올해는 고물가·고금리·고환율의 복합 경제 위기와 글로벌 경기 위축 등 대내외 여건이 악화돼 국민 모두가 그 어느 때보다 힘든 한 해였을 것이다.
벤처기업은 이런 경제적 여파가 가시기도 전에 심각한 인력난까지 시달리게 될 절박한 현실에 처해 있다. 유연성 없는 주 52시간 근로제의 적용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행정력·자금력이 상대적으로 열악한 30인 미만 사업장과 근로자를 위해 한시적으로 도입한 ‘8시간 추가연장근로제’가 오는 31일이면 종료되는 상황이다.
추가연장근로제는 30인 미만 중소·벤처기업과 소상공인, 그리고 그곳에서 일하는 근로자 모두의 생존과 직결되는 문제다. 예정대로 이 제도가 올해 종료되면 내년부터 중소·벤처기업들의 인력난과 경영난은 더 가중될 것이다. 가뜩이나 코로나19로 외국인력 입국조차 제한·지연되면서 실제 일할 수 있는 노동자 수가 부족한 상황에 일감이 있어도 일할 사람이 없어 설비를 멈춰야 하거나 생산량을 대폭 줄어야 한다. 아니면 납품기한을 맞추기 위해 범법자로 전락할 수도 있다.
근로자들은 현재 연장근로로 받는 1.5배의 수당을 받을 수 없게 된다. 이 제도 없이는 연장근로를 할 수 없어 근로시간 단축으로 실제 소득은 줄어들 것이고, 높은 물가와 금리로 생활은 더 빠듯해져 삶의 질 저하 부작용이 심각해 질 것이다.
이런 가운데 아무 대안 없이 제도가 일몰된다면 30인 미만 63만여개 사업장과 근로자 600만여명이 위협받게 될 것이다. 최악의 경우 기업은 사업 존폐 위기에 직면하게 될지도 모른다.
특히 혁신적인 신기술 기반의 벤처기업들은 기술개발에 필요한 것이 인력과 시간이다. 창업 초기 한정된 자원과 인력으로 기술개발하고 초기 비즈니스 모델의 검증과 사업화를 위한 투자유치 활동 등 치열한 경쟁시장과 기술변화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시간경쟁력이 절대적으로 중요한 요소다.
추가연장근로제는 선택이 아닌 생존이 걸린 필수다. 당장 올해 말에 제도가 없어진다면 유례없는 경영난과 인력난으로 기업의 생산성 저하는 물론이고 성장동력 약화 등의 문제로 혁신은 고사하고 버틸 재간이 없어 생존을 고민해야 하는 실정이다.
벤처기업은 새로운 부가가치와 양질의 일자리, 소득 창출의 원천으로써 우리 경제 전반에 역동성을 높이는 핵심 주체로 성장해 오고 있으며 혁신국가로 성장하는 데 큰 기여를 하고 있다. 세계 시장을 선점하려는 치열한 경쟁에서 속도를 극복하고 성장하기 위해서는 벤처기업의 시간경쟁력은 무엇보다 중요함을 인식하고 국가적 차원에서 육성해 주기 바란다.
세계는 지금 디지털 경제가 가속화되면서 새로운 형태의 기술과 서비스가 하루가 다르게 진화하는 혁신의 시대이자,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신산업 기술과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치열한 경쟁을 하고 있는 중요한 시기다.
지난 22일 여야합의에는 30인 미만 사업장의 8시간 연장근로의 일몰연장이 포함돼 있다. 이제라도 늦지 않게 벤처기업들의 당면한 민생문제를 외면하지 말고, 연내 법안 통과를 통해 새해에는 복합적 경제위기 상황에서 그나마 숨통이 트일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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