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상의 "국내기업 매출 늘었지만 내실 악화…체감 위기 코로나19 때보다 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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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문기 기자
입력 2022-12-26 1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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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경영·경제 불확실성이 강조되는 가운데 국내 기업이 어려운 시기를 버텨낼 힘이 없다는 우려가 나온다. 몸집은 커졌지만 내실은 부실해졌다는 분석이다.

대한상공회의소는 한국평가데이터(KoDATA)와 함께 1612개 상장사의 재무 상황을 성장성, 수익성, 안정성, 활동성 등 4개 부문별로 구분해 분석한 내용을 담은 보고서를 26일 발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기업매출, 총자산 등 성장성은 개선됐지만 매출액 증가 속도가 둔화하고 영업이익이 줄어드는 등 내용은 좋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수익성, 안정성, 활동성은 일제히 나빠졌다.

조사 대상 기업들이 올해 3분기까지 기록한 누적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19% 늘어났다. 다만 성장의 속도는 줄어들었다. 지난해에는 2분기에서 3분기를 거치며 매출액증가율이 0.5%포인트 늘어났지만 올해는 2.3%포인트 줄었다.

총자산은 직전 분기보다 2.8% 증가했지만 같은 기간 총부채도 4.4% 늘어났다. 빚으로 자산을 쌓아 올린 셈이다. 대한상의 측은 분석 대상기업의 합산 총자산이 39조원 증가하는 동안 총부채는 40조원 증가해 부채증가액이 자산증가액을 앞질렀다고 설명했다.

영업이익 증감률은 지난해 3분기까지 53.5%를 기록했지만 올해 –7.2%로 폭락했다. 특히 지난해 3분기까지 58.3% 성장률을 보인 대기업은 올해 12.5%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영업이익 측면에서 지난해 전년 대비 각각 39.7%, 19.8% 확대됐던 중견기업과 중소기업도 올해는 각각 13.1%, 4% 성장하는 데 그쳤다.

이런 상황에서 기준금리가 급격하게 오르면서 기업이 부담해야 할 이자 비용은 전년 대비 22.3% 증가했다. 조사 대상 기업의 3분기 발생 이자비용은 총 3조5000억원으로 집계됐다. 1분기(2조6000억원), 2분기(3조원)와 비교하면 분기마다 4000억~5000억원의 순이자부담이 늘어나고 있는 셈이다. 따라서 영업이익으로 이자를 갚을 능력을 나타내는 이자보상배율은 10.6배에서 8배로 급락했다.

기업의 안정성을 나타내는 지표도 일제히 하락했다. 3분기 기준 조사 대상기업의 누적 부채비율은 지난해 74.2%에서 올해 81.4%로 늘었다. 같은 기간 차입금의존도도 18.9%에서 19.4%로 증가했다. 자기자본 대비 기업부채의 크기를 의미하는 부채비율은 코로나19 발생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자기자본비율도 지난해 같은 시점에 비해 2.3%포인트 떨어진 55.1%를 기록했다. 코로나19 발생 당시에는 2019년 58.1%에서 57.2%로 0.9%포인트 하락했다. 그때보다 기업 재무건전성이 더욱 나빠진 것으로 볼 수 있다.

대한상의 측은 “최근 기업이 체감하는 경영 위기가 코로나19 당시보다 크다는 게 이번 조사를 통해 증명됐다”며 “올해 기업에 부담이 됐던 공급망 훼손, 고금리, 고유가·에너지 등 고비용 복합위기는 내년에 더욱 심각해질 것이라는 전망이 있어 기업들의 걱정이 많다”고 말했다.

더 큰 문제는 기업의 활력이 크게 떨어져 나빠진 상황을 반전시킬 힘이 없다는 것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3분기 기준 총자산에서 재고자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2020년 6.1%, 지난해 6.6%, 올해 8.0%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재고자산회전율도 코로나19로 인한 타격이 가장 심했던 2020년 2분기와 비슷한 수준인 10.7회를 기록했다. 재고자산회전율이 낮으면 재고자산 소진속도가 더뎌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강석구 대한상의 조사본부장은 “기업들이 어려운 경제환경 속에서도 수출과 내수판매에 많은 힘을 쏟았지만 영업이익은 오히려 줄어든 형국”이라며 “국내 대기업 가동률이 코로나 때보다 떨어졌고 기업들은 앞다퉈 내년 목표실적을 하향조정하는 등 상황이 좋지 않다”고 분석했다.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 회관 [사진=대한상공회의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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