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결산-②수출]에너지·원자재 급등, 무역적자 사상 최대…반도체·대중국 수출도 주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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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기락 기자
입력 2022-12-27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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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러-우 전쟁 공급망 교란 촉발…대중 무역수지 첫 적자 위기

  • 미·EU 등 보호무역주의 회귀…내년 경기위축에 수출 회복 '난망'

12월 9일 오후 부산 남구 신선대부두에서 컨테이너를 실은 화물차들로 분주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엔데믹(감염병의 지역 풍토병화)으로 경제가 회복될 것이라는 기대가 처참히 무너진 한 해였다.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영향으로 에너지,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며 무역수지 적자 규모는 통계 작성 이래 사상 최대인 500억 달러에 이르고 있다.

상반기 큰 폭의 증가세를 보인 수출도 하반기부터 차츰 동력을 잃고 있다. 수출액 기준으로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사상 최대치를 경신했지만 반도체와 대중국 수출이 줄면서 올 10월부터는 감소세로 돌아선 상태다. 

중국이 최근 코로나 봉쇄 정책을 완화하며 수출 회복에 대한 기대감을 낳고 있으나 코로나 재확산과 인플레이션에 따른 경기 둔화 등이 여전히 변수다. 

올해 우리나라 수출액은 연말까지 6800억 달러를 넘어설 전망이다. 이달 10일 기준으로 기존 역대 최고 실적이던 지난해 6444억 달러를 돌파, 7%대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같은 수출 신장에도 무역수지는 역대급 적자를 나타냈다. 우크라이나 사태에 따른 원유·가스·석탄 등 3대 에너지 가격이 급등한 탓이다. 올 들어 11월까지 3대 에너지 수입액은 1741억 달러로 1년 전보다 75%(748억 달러) 급증했다. 이는 같은 기간 누적 무역적자 426억 달러를 300억 달러 이상 상회하는 규모다. 

국제 연료가격 상승과 함께 급감한 대중국 수출도 전체 무역수지 적자 규모를 키웠다. 대중 무역수지는 월 기준으로 올 5월부터 소폭 흑자를 나타낸 9월을 제외하고 11월까지 적자다. 올 들어 11월까지 누적 대중 무역수지는 18억6000만 달러 흑자를 유지하고 있지만 이달 적자 규모에 따라 1992년 한·중 수교 이후 첫 연간 기준 무역적자를 기록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반도체 수출은 중국의 제로 코로나 정책의 거센 후폭풍에 직면했다. 우리나라 반도체 수출액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40% 정도인데, 주수출지역인 상하이·광둥 지역의 코로나 봉쇄 장기화로 수출이 중단되면서 큰 타격을 입었다. 여기에 주요국 금리 인상에 따른 경기둔화로 반도체 수요마저 줄면서 올 9월부터는 전년대비 수출액이 줄어드는 등 하강 국면에 접어든 상태다. 

올해 미국, 유럽 등 주요국이 꺼내든 보호무역주의 카드는 자유무역체제를 기반으로 성장한 우리 수출에 악재가 되고 있다. 한국산 전기차에 차별적인 보조금 지급 조항을 둔 미국의 인플레이션감축법(IRA)과 '유럽판 IRA'로 불리는 EU의 핵심원자재법(CRMA)이 대표적이다. 

취약한 공급망에 대한 각국의 불안감은 코로나19에 이어 우크라이나 전쟁, 중국의 봉쇄 정책 등을 겪으며 구체적인 대응 방안으로 표출됐다. 우리나라도 이에 질세라 '공급망 안정화 지원 기본법' 제정과 '소재·부품·장비 특별법' 개정 등 공급망 재편에 대응하기 위한 역량 강화에 나선 상황이다. 

내년 수출 전망은 더 어둡다. 한국무역협회가 26일 발표한 '2023년 1분기 수출산업경기전망지수(EBSI)에서 내년 1분기 EBSI는 81.8로 4분기 연속 기준선인 100을 밑돌았다. EBSI는 다음 분기 수출 경기 전망을 나타내는 지표로, 100 이상일 경우 경기가 개선될 것이라고 예상하는 기업이 더 많다는 것을 의미하며 100보다 작으면 그 반대를 뜻한다. 

수출 기업들은 가파른 물가 상승과 이에 따른 주요국가의 금리 인상으로 경기가 더 악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올해 고유가의 덕을 톡톡히 봤던 석유제품 수출마저 유가 하락에 따라 큰 폭의 수출 감소세가 예상되며 물가 상승과 금리 인상이 맞물린 미국으로의 수출 감소도 전망된다. 

특히 반도체의 EBSI는 73.5로 수출 경기가 급격히 냉각될 것으로 예상된다. 경기 위축으로 글로벌 수요가 줄고 미·중 분쟁에 따른 수입규제·통상마찰 확산 우려가 커지면서 부정적인 전망이 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정부도 내년 수출이 올해보다 4.5%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전 세계적으로 교역 부진이 심화되면서 주요 수출 품목인 반도체 업황 역시 위축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이해영 한신대 교수는 "우크라이나 사태 이후 글로벌 경제의 신냉전 체제가 수출에 과도하게 의존하는 우리 경제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경제 성장에 큰 부분을 차지하는 수출의 흑자 기조가 무너질 경우 성장이 크게 흔들릴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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