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징계 수용 시 배임, 낙하산 부작용 어쩌나"…당국 압박에 고심 커진 우리금융

[사진=우리금융그룹]

금융당국 수장들이 손태승 우리금융그룹 회장을 저격하며 퇴진을 압박하자 우리금융 이사회의 고민이 커지고 있다.

우리금융이 당국이 내린 라임 사태 관련 중징계를 받아들이면 배임 이슈에 휩싸일 수 있고 첫 번째 회장 임기를 마친 손 회장에게 3연임 불가라는 잣대를 들이밀기가 난처한 상황이다. 또 우리금융 최대주주인 우리금융사주조합이 능력이 검증된 손 회장에 대해 연임을 지지하고 있어 당국 요구를 받아들이기도 어렵다.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금융그룹 이사회는 내년 3월 임기 만료를 앞둔 손 회장 거취를 다음 달 중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이사회 측은 "아직까지 회장후보추천위원회 가동 계획이 없다"면서 "내년 1월에야 (손 회장 연임 여부 등에 대한) 의사 표명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우리금융 이사회와 손 회장 행보는 금융당국 수장들의 잇단 발언으로 관심을 받는 상황이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지난 20일 "라임 펀드에 대한 책임은 명확하게 최고경영자(CEO)에게 있다"며 손 회장에 대한 문책경고(중징계)를 화두로 올렸다. 손 회장이 연임에 도전하기 위해서는 당국을 상대로 징계에 대한 취소소송을 벌여야 하는데 이를 포기하고 퇴진하라는 사실상의 압박으로 해석됐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도 손 회장의 징계 취소소송과 관련해 "현명한 판단을 기대한다"거나 조용병 신한금융 회장 용퇴에 "존경스럽다"며 '손 회장 흔들기'에 나서고 있다. 

그러나 현재로선 우리금융이 당국의 압박을 쉽게 받아들일 수 없는 상황이라는 게 업계 시각이다. 우리금융이 해당 징계를 수용하면 배임 이슈가 발생할 여지가 높다. 특히 은행의 부당 권유를 인정하는 것으로도 해석돼 신한금융투자를 상대로 낸 647억원 규모 구상권 청구소송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

금융권 안팎에서는 이번 라임 징계 결정이 법적 공방으로 이어지면 금융당국 측 패소로 결론 날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라임 징계와 닮은꼴인 DLF 징계 취소소송에서 당국이 내부통제를 사유로 금융사 CEO를 무리하게 제재하려 했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금융당국은 '3연임 불가론'을 앞세워 퇴진 압박에 나서고 있지만 손 회장이 우리금융 회장에 단독 취임한 것은 2020년 3월로 사실상 회장으로서 첫 번째 임기 수행이 이제 갓 마무리된 상황이란 점도 교체 명분을 얻기 쉽지 않다는 시각이다.

여기에 우리금융 숙원이던 완전 민영화 2년 차에 접어든 가운데 사상 최대 실적과 지주사 포트폴리오를 완성한 손 회장의 능력과 업적을 쉽사리 놓기 어렵다는 판단도 작용한다. 최대주주인 우리금융사주조합(지분 9.48%)이 손 회장 연임을 지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당국 압박 속에 낙하산 인사에 대한 부작용도 야기될 수 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정부가 원하는 인물로 수장이 교체되면 주주가 아닌 관 입장을 대변해 주주강화정책 지속 가능성에 의문이 제기될 수 있다"며 "또 CEO 지배력 약화로 내부 갈등이 재발할 가능성도 상존하는 등 경영 불확실성 확대에 따른 기업가치 하락과 주주가치 훼손도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우리금융 측 고심은 최근 열린 이사회에 참석한 한 사외이사 발언을 통해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앞서 지난 16일 열린 우리금융 이사회 직후 기자들과 만난 박상용 사외이사는 "금융당국과 관계도 여러 가지 고려요소 중 하나"라면서도 "그것 하나만 가지고 결정하지는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