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일본 등 지구촌 곳곳이 기후변화로 인한 혹한과 폭설로 몸살을 앓고 있다. 미국은 강추위와 눈보라를 동반한 ‘폭탄 사이클론’으로 최소 22명이 숨지고 180만 가구가 정전 피해를 보았다. 일본도 최고 적설량 1m를 넘는 폭설이 내리면서 사망자가 10명을 넘어섰다. 국내에도 기록적인 대설과 한파로 곳곳에서 피해가 속출했다.
워싱턴포스트(WP) 등은 24일(현지시각) “폭탄 사이클론이 미국 전역을 황폐화하고 있다”며 “잔인한 겨울 폭풍으로 현재 미 전역에서 사망자가 최소 22명 발생했다”고 보도했다. 폭탄 사이클론은 차가운 북극 기류와 습한 공기가 만나 생성되는 저기압성 폭풍으로 통상 24시간 이내에 기압이 2400파스칼(Pa) 넘게 떨어질 때 나타난다.
특히 뉴욕주 버펄로에서는 60㎝ 이상 폭설과 시속 70마일(약 112㎞) 이상의 강풍이 몰아치며 응급 구조대의 발이 묶이면서 2명이 숨졌다. 사고는 한 여성이 아기를 분만하고 있는 상황에서 구조대가 도착하지 못해 발생했다. 뉴욕주는 23일부터 비상사태가 발령돼 있는 상태다.
오하이오에서는 폭설로 46중 추돌사고가 발생해 4명이 사망했고, 캔자스에서도 3명이 교통사고로 목숨을 잃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여러분이 어렸을 때 좋아했던 눈 오는 날과 달라 외출을 자제하고 연휴 여행계획을 재고해 달라”며 주의를 촉구했다. 뉴욕주를 포함해 노스캐롤라이나와 켄터키, 펜실베이니아, 테네시 등에서는 180만 가구에 전기 공급이 중단됐다. 이날 오후 복구가 시작돼 정전 피해는 80만 가구로 줄었지만, 다시 정전될 가능성이 남아 있는 상태다. 텍사스는 전력 긴급사태를 선포했다. 미 전역에서 항공편 2700편이 취소됐고 6400편이 지연됐다.
기상학자들은 주로 동아시아 지역에 영향을 미치는 북극의 ‘폴라 보텍스(극지방 소용돌이)’가 이례적으로 폭탄 사이클론을 유발했다고 보고 있다. 폴라 보텍스는 북극과 남극 등 극지방 성층권에 형성되는 한랭 기류인데 북미 대륙에 이상 한파를 몰고 오는 일은 드물다.
기상학자들은 폴라 보텍스가 북미 지역에까지 영향을 미친 데는 지구 온난화가 주요 원인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대기 및 환경 연구소의 기후 과학자인 유다 코헨은 “더 따뜻한 날씨는 제트기류에 영향을 주고 이는 북극 소용돌이 순환에 영향을 미친다”고 NYT에 전했다.
일본에서도 폭설 피해가 불어나고 있다. 23~24일 야마가타현 오구니마치에는 97㎝, 니가타현 세키카와무라에는 81㎝의 눈이 쌓이는 등 동해 방면 일본 지역에 기록적인 폭설이 쏟아졌다. 일본 소방청 발표에 따르면 이번 폭설로 14명이 사망하고 34명이 중상, 53명이 경상을 입었다. 홋카이도의 몬베츠시는 한때 2만4000 가구 전부가 정전됐다.
한국도 나흘간 이어진 폭설로 24일 오후 6시 기준 전국 380곳의 시설물이 무너지고, 900건이 넘는 계량기 동파 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제주도는 폭설로 하늘길이 막히면서 연휴를 맞아 제주도를 찾은 관광객들이 대거 발이 묶였다. 한국공항공사에 따르면 지난 22일부터 시작된 대설로 항공편이 무더기 결항했다. 23일에는 단 4편만 운항하고 사전 결항편을 포함해 477편이 취소됐다. 이틀 간 제주도에 묶인 관광객 수는 2만~3만명으로 제주도관광협회는 추산했다.
항공편은 24일 오후 기상 상황이 나아지면서 운항이 재개됐지만, 대기 발권이 급증하면서 탑승 수속에 시간이 소요되는 등 출발 지연 사태가 발생했다. 항공사 창구 앞에는 대기 명단에 이름을 올려두려는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지면서 곳곳에 긴 줄이 생겼다. 대설특보는 해제됐지만 한파는 26일 오전까지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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