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도 예산안이 여야 간 대치 끝에 법정 처리 기한을 무려 22일 넘겨 국회를 통과했다. 국회 선진화법이 시행된 2014년 이후 가장 늦게 처리된 기록이다.
1일 아주경제가 선정한 3명의 정치 전문가들은 여야 갈등 양상에 대해 '여소야대(與小野大)' 정국을 가장 큰 원인으로 꼽으며 타개점에 대해 '제3세력'의 등장과 행정부의 '정치적 중립'을 주문했다.
◆'여소야대' 정국 가장 큰 원인...진영정치 가속화 '역대 최악'
박상철 경기대 정치전문대학원 교수는 1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야당이 다수, 여당이 소수인 게 원인이다"라며 "여당이 집행을 해야 하는데 야당이 주로 결정권을 갖고 있다 보니 법안 처리가 지연되는 것이다"라고 분석했다. 그는 이어 "민생을 보살피기 보다는 정쟁에만 몰두하고 있다"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2022년 국회 평가하면 안 좋은 상황에서도 여야가 합의는 봤으니 10점 만점에 8점을 주겠다"라고 덧붙였다.
황태순 정치평론가는 윤 대통령이 대선 당시 0.73%포인트(p)라는 '헌정 사상 최소 득표차'로 이긴 점을 원인으로 꼽았다. 그는 "야당 입장에서는 대선 불복 심리가 깔려 있을 것이다"라며 "만약 윤 대통령이 7.3%p 차이로 이겼다면 야당도 꼼짝 못했을 것이다"라고 했다. 황 평론가는 2022년 국회에 대해 "10점 만점에 6.5점"이라며 "간신히 낙제점을 면한 것"이라고 평했다.
김만흠 한성대 석좌교수는 올해 정당정치를 '역대 최악'이라고 평했다. 김 교수는 "국회가 여야 정당정치 대리전 무대가 됐다"면서 "올해 진영정치가 가속화돼 여야 정당정치가 역대 최악이 됐다"라고 비판했다. 그는 "말로는 민생 논하자고 하면서 여야는 정당 싸움을 계속하고 있다"라며 "2022년 국회는 10점 만점에 5점"이라고 평했다.
◆'제3의 세력' 필요..."다양한 정치세력 공존해야"
결국 여야가 정치 본연의 역할을 하기 위해 가장 우선순위에 둘 것은 '양당체제'에 대한 변화와 정부의 역할이었다. 이에 대해 박 교수는 '제3세력'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그는 "다수당 체제가 국민들의 정치적 판단과 눈높이에 맞게 가는 것인데 지금은 연동형 비례대표가 망가지고 제3의 당이 사라져 중간에 여야 타협을 이뤄줄 존재가 국회의장 외에는 없다"라고 분석했다.
박 교수는 이어 "국민도 제3의 세력을 원하고 있는 부분이 있지만 제도적으로 뒷받침되고 있지 않다"며 "서로 부딪치면 조율해주거나 시간을 두고 생각해보는 여유가 없는 상황이 됐다"라고 안타까워했다.
이에 그는 "여야의 정면대결 구조를 없애기 위해 다양한 정치 세력이 공존하고 대화할 수 있는 선거법과 국회법 개정이 필요하다"라고 덧붙였다.
황 평론가는 정부의 '정치적 중립'을 강조했다. 그는 독일의 사회과학자 막스 베버의 말을 인용해 "흔히 '관료는 영혼이 없다'고 하는데 이는 나쁜 뜻이 아니다"라며 "정부는 중립적인 상태에서 국민을 위해 일하면 된다"라고 했다. 이어 "국회와 행정부가 본연의 일을 하고 정치적으로 좌우 살피지 않고 걸어가면 된다"라고 부연했다.
김 교수는 정당정치의 '변화'를 주문했다. 그는 "대통령제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권력유지를 하든, 내각제 형태로 가든 이원집정부제로 가든 선택해야 할 것이다"라며 "그러나 지금 여당은 대통령에 종속될 수밖에 없다"라고 토로했다.
김 교수는 "국회는 미국 의회와 같이 자율적인 토론의 무대가 되어야 한다"라고 강조하며 "현재 우리는 정당의 싸움을 국회에 대리시키는 시스템에 불과하다"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한국의 진영정치를 과연 국민들이 호의적으로 평가하는가"라고 반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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