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주택시장 침체가 미국 경제의 인플레이션을 억제할 수 있을 것이라는 보도가 나왔다.
25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보도로 2007~2009년만큼 심각한 주택 시장의 침체를 겪고 있다. 연준이 기대하는 물가상승률 축소와 경제활동 위축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미국은 지난 코로나 대유행기 동안 주택시장이 크게 성장했다. 재택근무의 일상화, 안락한 공간에 대한 희망, 연준의 저금리 등이 원인이 됐다. 여기에 많은 사람들이 자신만의 집을 구하면서 주택시장이 가파르게 커졌다.
하지만 올해 들어 7차례에 걸친 기준금리 인상으로 미국의 주택시장은 2007∼2009년 금융위기 때와 비슷한 정도의 혹독한 침체에 빠졌다.
미국 30년 고정 주택담보대출(모기지) 평균 금리는 지난 3월에 4%였던 것이 가을에는 7% 이상으로 치솟은 가운데, 올해 11월 기준 미국인들이 매달 상환해야 하는 모기지 상환액은 연초 대비 43% 급증한 상태라고 미 모기지은행연합회는 밝혔다.
주택 가격뿐 아니라 주택 임차료 역시 가격 오름폭이 뚜렷하게 둔화하는 추세다. 지난 2년 간의 가구수 급증세가 가라앉고, 40년 만에 가장 많은 신규 아파트 공급이 이뤄졌기 때문이다. 코로나19 유행기 동안 1인 가구 급증이 월세와 집값을 끌어올린 이유 중 하나다.
주택시장 침체는 다른 산업에까지 파급 효과까지 미친다. 주택을 사면서 가구를 바꾸고 이사를 하기 때문이다. 주택시장 침체는 가전, 가구, 리모델링, 이사 등 다른 연관 산업의 수요를 함께 떨어뜨리기 때문에 인플레이션에 강력한 효과를 미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주택시장 자체만으로도 미 소비자물가지수(CPI)의 3분의 1, 미국 개인소비지출(PCE) 가격지수의 6분의 1을 차지한다는 점에서 내년 이후 물가 지표 개선에 도움을 줄 것으로 보인다. 주거비용이 물가 지표에 반영되는데 시차가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미 시작된 집값 하락과 임차료 상승세 둔화는 내년 물가 상승률을 큰 폭으로 떨어뜨릴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연준 고위 인사들이 현재 6%에 가까운 PCE 가격지수가 내년 말 3.1%로 내려갈 것으로 기대하는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주거비용 하락이라고 WSJ은 전했다.
관건은 임금 상승세로 보인다. WSJ는 "주택시장 침체만으로 물가상승률이 연준 목표인 2%로 낮아질 것으로 확신하기는 어렵다"며 "임금 상승세가 소비자들의 지출을 뒷받침해 기업들이 계속 가격을 올려 소비자들에게 전가할 수 있다"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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