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경제硏 "국내 금융중심지 정책, '집적효과 약화'로 경쟁력 하락…서울 중심 재편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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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근미 기자
입력 2022-12-27 1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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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1금융중심지' 서울 미흡한데 부산까지 중복 지정…부산 '해양파생 특화 전략'도 취약"

  • "서울 금융허브특구·국책은행 역할 강화해야…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서울 재이전 필요"

여의도 전경[사진=유대길 기자]



정부가 대선공약 이행을 명분으로 국책은행인 산업은행의 부산 이전을 일방적으로 추진해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국내 금융중심지 정책이 제1금융중심지인 서울의 집적효과 약화 등으로 경쟁력이 하락하는 한계에 봉착해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또 제2금융중심지인 부산에 대해서도 국제성과 특수전략 측면에서 취약하다는 비판도 함께 나와 금융중심지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선택과 집중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27일 금융경제연구소(FEI) 강다연 연구위원은 이날 '금융중심지 정책 평가와 향후 추진과제에 관한 제언' 보고서를 통해 "금융중심지 정책은 2003년 동북아 로드맵 수립 2009년 서울 여의도와 부산 문현지구가 금융중심지로 지정돼 국제 금융허브를 목표로 다양한 노력을 기울여 왔지만 글로벌 허브로 자리 잡지 못하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보고서는 한국의 제1금융중심지인 서울 여의도가 국제금융허브 도약에 있어 다소 미진하다고 지적했다. 특히 아직 서울이 국제 금융중심지의 확고한 입지를 구축하지 못한 상황에서 지난 2009년 부산을 금융중심지로 중복 지정해 금융경쟁력이 동반 약화됐고 국가균형발전 정책에 따라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신용보증기금, 주택금융공사, 예탁결제원, 주택도시보증공사, 캠코 등 기관들이 전국 각지로 대거 이전하면서 네트워크 효과와 기업환경, 인적자원 등이 낙후됐다는 것이다. 

또 제2금융중심지인 부산(문현지구) 역시 해양파생 특화전략에 있어 취약하다는 점도 금융중심지 육성에 있어 한계로 지목됐다. 부산 문현지구 BIFC 입주 대상자로 선정된 6개 해외금융기관(홍콩 BMI그룹, GBR캐피탈, 윈섬그룹, 한국씨티은행, 후오비 인도네시아, 요즈마그룹 코리아)의 주요 추진사업을 살펴보면 투자 컨설팅, 펀드 조성, 상장 인큐베이터 플랫폼, 기업융자와 M&A, 글로벌 커스터디 업무지원, 블록체인 서비스, 스타트업 육성 등으로 부산 금융중심지의 당초 취지인 해양 파생상품 특화와는 다소 거리가 멀다.

아울러 한국의 모국투자 편향과 외국계 금융기관 진입 축소가 국내 금융중심지 경쟁력을 하락시키는 데 일조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최근 국내 투자자의 해외투자가 급증하는 한국의 모국투자편향지수(2019년 기준)는 미국, 영국, 독일, 호주, 프랑스, 일본 등 주요국과 비교해 가장 높은 것으로 파악됐다. 여기에 다수의 해외 금융기관들이 효율성 강화 등을 이유로 한국에서 철수하거나 소비자금융을 청산하고 있다는 점도 금융중심지 강화에 있어 악재로 꼽힌다. 실제 지난해 씨티은행이 소비자금융 청산에 나섰고 미국 뉴욕멜론은행의 신탁업무 철수, 캐나다 노바스코셔 은행이 한국지점을 폐쇄했다. 

이에 연구소는 한국의 금융중심지 경쟁력 강화를 위해 가장 먼저 서울을 중심으로 한 금융허브 지원이 절실하다고 제언했다. 최근 홍콩의 국제적 신뢰도 하락과 글로벌 금융기관들의 헥시트 현상으로 아시아지역 내 금융허브 경쟁 구도가 심화된 상황. 서울과 아시아 금융허브를 놓고 경쟁 중인 싱가포르는 공간적 괴리와 실물경제에 기반되지 않은 도시국가라는 점에서, 도쿄(일본)는 일본의 장기불황과 낮은 금융산업 성장성, 호주는 물리적 거리감 등 한계로 서울이 강점을 보유하고 있는 상황에서 금융허브특구에 대한 접근성과 외국어 환경, 인허가 규제 등 금융중심지 위상에 부합하는 해외기관 유치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산업은행과 기업은행 등 국책은행을 통한 글로벌 금융역량 강화의 필요성도 제기됐다. 현재 산은과 수은 등은 해외PF 시장에서 상위 주자로의 노하우를 구축하고 있는 만큼 이를 활용한 글로벌 시장 개척을 통해 한국 금융의 외연 확대와 성장동력을 견인해 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강 연구위원은 "국책은행을 통해 한국 기업의 수주 해외 PF 및 M&A, 시설투자 등에 국내 기업들과 민간 금융기관들이 참여할 기회를 마련할 수 있다"면서 "특히 대외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구조 상 국책은행의 경쟁력 있는 외화조달이 필수인 만큼 해당 기관을 통한 글로벌 역량을 구축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밖에도 최근 빠르게 성장 중인 국내 핀테크 및 자금운용 부문의 경쟁력 강화 필요성도 함께 제시됐다. 특히 핀테크와 전문 서비스 부문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서울 중심의 핀테크 허브 구축과 더불어 전북으로 이전한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를 서울로 재이전해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이에대해 강 연구위원은 "노르웨이, 일본에 이어 세계 3위 규모인 국민연금이 지리적으로 고립돼 비효율성이 커지고 있는 만큼 서울을 중심으로 자산운용 및 투자기관 네트워크 효과를 강화해 금융중심지 경쟁력 제고를 꾀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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