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홈쇼핑이 이제 막 흑자를 내기 시작한 현대렌탈케어 지분을 사모펀드에 넘긴 배경을 둘러싸고 시장의 관심이 커지고 있다. 금융투자 업계에서는 고금리 기조로 시중자금이 마르는 상황에서 현대홈쇼핑이 유동성 자산 확보를 위해 매각했다고 바라본다. 하지만 현대렌탈케어는 현대백화점그룹과 시너지가 점차 축소되면서 시장 장악력 떨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오면서 우려가 커지는 모양새다.
현대홈쇼핑은 지난 26일 공시를 통해 사모편드 시에라인베스트먼트를 상대로 100% 지분을 보유한 연결 자회사 현대렌탈케어 지분 80%를 1370억원에 처분하기로 했다. 증권가에서는 이번 매각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이진협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현대렌탈케어의 기업가치를 1713억원으로 평가한 것으로 현대홈쇼핑의 기업가치가 부각될 수 있다"며 "동종 기업 중 1위 사업자인 코웨이의 현재 주가수익비율(P/E)이 8배 수준임을 감안할 때 경영권 프리미엄이 최소 50% 이상 산정됐다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현대렌탈케어는 현대백화점그룹 계열 렌탈사였다. 2015년 4월 현대백화점그룹 계열사인 현대홈쇼핑이 지분 100%를 보유한 형태로 설립됐다. 설립 초기 4년간 약 2500억원을 지원받으며 그룹 미래먹거리 산업으로 키우던 회사다. 회사는 그룹을 등에 업고 7년여간 사업 확대를 노렸지만, 코웨이, SK매직, 청호나이스, 웰스 등 경쟁사들을 제치지 못하면서 매각된 것으로 풀이된다.
시에라인베스트먼트 입장에서도 나쁘지 않은 거래다. 렌탈 사업은 그동안 M&A시장에서 매력적인 물건이었다. 실제로 소비자간거래(B2C) 렌탈 1,2위 업체로 알려졌던 비에스온과 모두렌탈도 사모펀드 운용사에 매각된 바 있다. PEF 업계 관계자는 "렌탈 서비스 산업은 할부금융으로 분류돼 이자가 따라붙지만, 소비자들은 자동차 할부금융이 아닌 이상 이러한 사실을 간과하는 경향이 있다"며 "한 번 판매하면 최소 3년 이상 매달 현금이 발생하는 사업이라 안정적인 캐시카우가 된다"고 설명했다.
업계 후발주자였던 현대렌탈케어 역시 올해 들어서는 분기마다 흑자를 내며 3분기까지 영업이익 74억원을 기록하는 등 본 궤도에 올라서기 시작했다. 다만, 그룹의 자금조달 중추 역할을 해왔던 현대홈쇼핑의 현금창출력이 예년과 같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높아지면서 정리 수순에 돌입됐다. 홈쇼핑 산업 자체가 송출수수료 증가와 온라인쇼핑 확대로 어려워지면서다. 그간 현대백화점그룹이 단행했던 대규모 투자는 지누스(8800억원), 한섬(4200억원), 현대L&C(3700억원) 등이 있는데, 한섬과 현대L&C 인수는 현대홈쇼핑의 자금력을 바탕으로 이뤄진 바 있다.
이번 거래를 통해 현대홈쇼핑은 숨통이 트일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한화투자증권에 따르면 3분기 기준 현대홈쇼핑 별도 법인이 보유한 현금성 자산은 약 5050억원 수준으로, 이번 현대렌탈케어 매각대금이 납입되면 보유한 현금성 자산만 6400억원 규모가 된다. 보유 현금 자산이 현대홈쇼핑 시가총액 7000억원 수준과 큰 차이가 없게 된다.
반면 현대렌탈케어의 사업장은 더 어려워질 것으로 예상된다. 통상 사모펀드는 기업의 장기적인 운영에 관심이 없다. 구조정을 통해 기업가치를 높이고, 빠르게 매각해 최대 차익을 챙기는 것을 목표로 삼기 때문이다. 현대백화점그룹과의 시너지 역시 담보할 수 없게된다.
매각 우려와 관련해 회사 측은 "인수 주체인 시에라인베스트먼트와 현대렌탈케어 전 직원에 대한 100% 고용 승계에 합의했으며, 본 매각 후 잔여 지분 20%를 보유해 현대렌탈케어의 지속 성장을 위한 협력적인 관계를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