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 지연' 막고자 판사 수 늘린다지만...검사 증원은 찬반 팽팽

위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련 없습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1심 재판이 2년 9개월이나 걸리는 등 이른바 '재판 지연 현상'이 장기화되는 가운데 법무부가 판·검사 인원을 늘리는 법 개정 추진에 나섰다. 2014년 이후 8년 만에 이뤄지는 인력 증원이다.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하는 개정안이 국무회의에서 통과됐지만, 검사 증원과 관련해선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을 통과시킨 더불어민주당이 반대하는 상황이라 국회 본회의 문턱을 넘기는 어려워 보인다. 

29일 법조계에 따르면 지난 20일 법무부가 발의한 '각급 법원 판사 정원법 일부개정법률안'과 '검사정원법 일부개정안'이 국무회의에서 통과됐다. 법무부는 해당 개정안을 아직 국회에 제출하지 않은 상황이다. 
 

판사 1인당 사건수 독일 5배..법관 과로·재판 장기화 원인

'각급 법원 판사 정원법 일부개정법률안'은 각급 판사 정원을 내년부터 5년 동안 총 3214명에서 3584명까지 증원한다는 내용이 골자다. 구체적으론 2023년엔 50명, 2024년엔 80명, 2025년엔 70명, 2026년엔 80명, 2027년엔 90명을 증원하게 된다. 

법무부는 "구술심리주의와 공판중심주의의 강화 및 다수 당사자 사건 증가로 업무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면서 "범죄 피해자 보호 제도 등 법원의 후견적 역할에 대한 요청이 높아지고 있어, 각급 법원 판사 증원이 필요하다"고 법안 발의 배경을 밝혔다.  

판사 1인당 사건 수가 선진국에 비해 과하다는 지적은 계속돼 왔다. 지난해 대법원의 '각국 법관의 업무량 비교와 우리나라 법관의 과로 현황'을 보면 판사 1인당 약 464건을 담당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독일의 5배에 달한다. 독일은 판사 1인당 약 89.63건을, 일본은 약 151.79건, 프랑스는 약 196.52건을 담당한다. 

 

특수부 위주 증원 우려..."형사부 강화 필요"

그러나 판사 증원과 달리 검사 증원에 대해선 의견이 갈린다. '검사정원법 일부개정법률안'은 내년부터 2027년까지 2292명인 검사 정원을 2512명까지 증원한다는 내용이다. 민주당은 법무부가 이제야 검사 증원을 추진하는 건 '검수원복(검찰 수사권 원상 복구)'를 넘은 검찰 권력 확대가 아니냐고 반발하고 있다. 

법무부는 "검사의 업무 가중과 동시에, 판사 정원의 증원에 따라 원활한 공판·송무 업무 수행을 하기 위해 검사 정원도 늘려야 한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형사 공판 지연도 심각한 수준이다. 대법원 사법연감에 따르면 형사 1심 재판 기간은 2017년 평균 126.9일이 걸렸다면, 지난해엔 175.8일로 늘었다. 

형사 재판을 주로 담당하는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혐의를 전부 인정하는 사건은 빨리 끝나지만, 기일을 잡는 데 시간이 걸린다"며 "최근 2~3년 사이 사건이 많아졌다"고 말했다. 이어 "불구속 사건이 주로 재판이 길어지는데, 항소심은 특히 심하다"며 "1년 걸린다. 음주운전 항소심 불구속 사건인데 이번에 판결이 났다"고 부연했다. 

그러나 공판 지연은 검사가 아닌 판사 부족 때문으로 보는 시각이 적잖다. 서초동의 또 다른 변호사는 "형사 재판 지연은 검사가 아닌 판사 부족으로 인해 나타나는 문제"라며 "검사가 기소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린다면, 검사 숫자가 부족해서겠지만 재판 자체는 판사 부족이 이유"라고 전했다. 

검찰 출신 한 변호사는 "검경 수사권 조정으로 검사의 업무가 옛날보다 경감되긴 했을 것"이라고 "(검사 수를 늘리면) 공판 검사 확충이나 불송치 결정에 대한 이의신청을 심도 있게 검토할 수 있겠다"고 말했다. 다만 검찰 출신 다른 변호사는 "검사 증원이 결국 특수부나 특정 부서에 한정될까 하는 우려도 있다"며 "형사부 증원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