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주명부 마감 전에…재벌가 '헤어질 결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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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문기 기자
입력 2022-12-29 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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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SK디스커버리‧영풍, 계열분리 가능성

  • 내년 3월 주총 대비 지분율 강화 포석

내년 3월 정기 주주총회를 위한 주주명부 마감 시한이 다가오면서 경영권 분쟁이나 계열분리 등 이슈가 있는 대기업 그룹에 재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특히 하반기 이후 구체적인 ‘독립’ 움직임이 포착된 곳도 있어 이들이 ‘헤어질 결심’을 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28일 재계에 따르면 최창원 SK디스커버리 부회장이 계열사를 이끌고 독립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SK디스커버리는 지난 3분기 SK케미칼, SK바이오사이언스 등 10개 계열사의 지분을 추가로 취득해 이들을 연결 자회사로 편입시켰다. 이를 두고 분석이 난무한 가운데 일각에서는 최 부회장이 SK그룹과의 계열분리를 추진하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최 부회장은 고(故) 최종건 SK그룹 창업주의 막내아들로, 최태원 SK그룹 회장과는 사촌지간이다. SK그룹은 최종건 창업주가 타계한 뒤 그의 동생인 고 최종현 선대회장의 지휘를 받았다. 이후 최 회장이 경영권을 물려받아 지금까지 이어오고 있다.

현재 SK그룹은 크게 SK㈜와 SK디스커버리 계열로 나뉜다. SK㈜가 대다수 계열사를 거느리고 있고 SK디스커버리 산하에 SK케미칼, SK가스, SK바이오사이언스 등이 있다. SK㈜의 대주주는 17.5% 지분을 보유한 최 회장이다. 반면 SK디스커버리의 대주주는 보통주 기준 40.18%(우선주 0.43%) 지분을 보유한 최 부회장이다. 최 회장의 보통주 지분은 0.11%(우선주 3.11%)에 불과하다. 이미 SK라는 이름만 공유한 채 각자도생의 길을 걷고 있는 셈이다.

재계는 SK디스커버리가 공정거래법에서 명시한 계열분리 조건을 모두 충족한 상황으로 보고 있다. 최 부회장이 사촌형인 최 회장과 헤어질 결심만 하면 언제든지 독립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10개 계열사를 연결회사로 추가 편입한 게 선언적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 다만 재계 2위 SK그룹의 ‘이름값’을 쉽게 버릴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뿐만 아니라 현재도 사실상 독립경영을 하고 있으므로 계열분리를 통한 실익도 적다.

고(故) 장병희·최기호 창업주 때부터 3대에 걸쳐 73년째 영풍그룹을 함께 경영하고 있는 장씨·최씨일가에도 재계의 이목이 집중된다. 고려아연 지분을 놓고 수년째 경쟁 양상을 이어오고 있는 가운데 지분경쟁이 독립전쟁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고려아연은 영풍그룹의 주력 계열사 중 하나다. 현재는 장세준 코리아써키트 대표, 최윤범 고려아연 대표가 경영일선에 있다. 2019년부터 장씨일가가 영풍그룹 내 계열사 지분확보에 나서고, 최씨일가가 올해 LG화학, ㈜한화 등과 자사주를 교환하는 등 우호지분 확보에 나서면서 두 가문이 갈라서는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온다.

이런 상황에서 최 대표는 지난 13일 이사회를 통해 부회장에서 회장으로 승진했고, 영풍그룹 계열사 중 하나인 영풍정밀은 향후 1년간 350억원을 투입해 고려아연 주식 6만2056주를 추가 취득하겠다고 27일 밝혔다. 현재 최씨일가가 장씨일가보다 보유한 영풍정밀 지분이 많다. 영풍정밀이 계획대로 고려아연 주식을 추가 취득하면 지분율은 0.35%포인트가량 확대된다.

재계에서는 고려아연 이사 11명 중 6명이 다가오는 정기 주주총회에서 임기가 만료되는 만큼 이사회 지배력 강화를 위해 주주명부 마감일 전에 지분율 확보에 나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재계 관계자는 “총수일가마다 가풍이 다르지만 2세·3세로 경영권이 승계되면서 독립경영을 위해 계열분리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며 “다만 계열분리 이후에는 기존 그룹의 명성이나 인프라 등을 공유할 수 없다는 점에서 ‘헤어질 결심’이 쉽지만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최창원 SK 디스커버리 부회장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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