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철 칼럼] 급변하는 세계 정세 속에 국가 간 손익 차이 극명 …한국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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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철 교수
입력 2022-12-29 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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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철 교수]


잘못된 선택으로 추락하는 국가 … 현명한 대처로 이익 보는 국가
 
또 한 해가 저문다. 지난 1년간 지구촌에 회자하였던 두 개의 큰 화두는 ‘신(新)냉전’과 ‘탈(脫)세계화’다. 코로나 팬데믹과 우크라이나 사태가 이를 촉발한 측면도 있지만 보다 근본적인 배경은 미-중 간의 패권 경쟁이다. 이들에 의해 세계가 반으로 갈라지면서 국가나 기업 혹은 개인의 행동반경이 위축되고 있다. 교역의 형태가 바뀌고 글로벌 공급망이 재편되면서 이에 유탄을 맞지 않기 위해 살길을 바쁘게 찾는 중이다. 정신을 차리고 불리함을 유리함으로 바꾸는 순발력이 돋보이는 주자들도 보인다. 다만 발을 잘못 들였다가는 오히려 부메랑으로 돌아올 개연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큰 틀에서 보면 미-중 틈바구니에서 손해는 최소화하고 이익은 극대화하려는 국가들이 적지 않다.
 
지난 14일 워싱턴에서는 8년 만에 미국-아프리카 정상회담이 열렸다. 무려 49개 아프리카 국가 정상들이 참석했다. 미국은 향후 3년간 아프리카에 550억 달러(약 72조 원)를 투자하겠다는 약속을 천명했다. 한동안 아프리카는 미국의 약한 고리로 중국이 막대한 공을 들여온 지역이다. 시진핑 정권이 추진하고 있는 ‘일대일로(一帶一路)’의 핵심 거점으로 운명공동체 운운하면서 엄청난 돈을 퍼부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아프리카 국가들의 중국에 대한 채무가 눈덩이처럼 불어 상환 불능의 늪에 빠져들면서 양측 후유증이 커지고 있다. 한편으론 아프리카 인프라 개발 관련 이익이 중국에 일방적으로 돌아가면서 이에 대한 반감도 커졌다. 21세기 중국판 제국주의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아프리카 역내에 확산하는 분위기다.
 
대조적으로 중국은 아프리카와 중남미에 이어 이제 중동으로 발길을 옮겨가고 있다. 지난 7일부터 10일까지 사우디아라비아 국빈 방문을 하면서 GCC(걸프협력회의) 6개국을 포함한 아랍 21개국 정상(급)들과 처음으로 ‘중국-아랍국가 정상회의’를 가졌다. 또 하나의 운명공동체가 만들어진 셈이다. 이에는 급격히 소원해지고 있는 미국-사우디의 관계가 결정적인 원인 제공을 했다. 최근 고유가로 위상이 높아진 이 지역에 대한 경제적 이익을 확대하려는 중국의 계산식이 작용한다. 사우디 석유의 1/4을 수입하고 있는 중국이 달러 대신 위안화로 결제하겠다고 밝히면서 원유 결제는 달러로만 한다는 ‘페트로 달러’ 협약이 위기에 처하게 되었다. 경제 교류 확대가 안보 협력으로 이어질 것인가에 관심이 쏠리면서 이 지역의 또 다른 맹주이자 사우디와 적대 관계인 이란의 행보에 벌써 관심이 모이고 있기도 하다.
 
이런 식의 중국 외교는 어제오늘 생겨난 일이 아니다. 중국과 동유럽 17개국(그리스 포함) 간의 ‘17+1’ 정상 회의가 지난 2012년부터 개최되어 오고 있다. 이에도 양측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면서 생겨난 것이다. 중국이 유럽 내에서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해서 껄끄러운 서유럽보다는 상대적으로 접근이 쉬운 동유럽 국가들에 먼저 손을 뻗쳤다. 하지만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중국이 러시아 편을 들면서 이에도 변수가 생겨나고 있다. 리투아니아와 라트비아가 탈퇴하면서 다른 국가들에게도 동요가 확대되는 양상이 번지고 있는 것이 두드러진다. 협력체가 무산될 수 있는 위기에 빠져들고 있다. 중국이 당황하면서 이의 존속을 위해 백방으로 노력하고 있지만, 예전 수준으로 돌리는 것이 녹록지 않다.
 
한국은 상대적으로 손해 보는 국가로 분류
 
아시아 지역에서도 유사한 변화가 감지된다. 북한의 연이은 미사일 도발로 일본의 재무장이 점점 가시화되고 있다. 미국과 밀착하면서 중국과 러시아에 대한 공세를 연일 강화하면서 영향력을 높인다. 인도는 세계 5위 경제 대국으로 부상하면서 G3까지 조준하는 파워로 올라서고 있다. 조만간 14억 중국 인구를 추월하고, 미국이나 영국 등 외부 세계에서까지 막강 인맥을 구축하면서 인도계의 입김이 갈수록 거세진다. 미-중 갈등의 최대 수혜자로 새로운 강자로 우뚝 서는 반사이익을 톡톡히 누리고 있다. 아직 갈 길이 멀지만, 확실히 본궤도에 올라서고 있음은 분명하다. 공산 독재 정권인 중국과 다르게 민주주의를 표방하고 있다는 점에서 상대적으로 서방 국가와의 관계도 그리 나쁘지 않다.
 
러시아의 입지는 더 흔들린다. 전쟁 전보다 더 나아진 것이 없고 앞으로도 매우 비관적이다. 승패와 관계없이 위상 추락은 피할 수 없다. 특히 미국과 맞서는 진영에서의 서열에서도 중국에 밀리는 속도가 더 가팔라진다. 유럽과 아시아를 포함하는 유라시아 패권에서 러시아의 존재감은 점점 희석되고 있다. 유럽에서는 왕따를 당하고, 아시아의 구소련권 국가들도 중국으로 더 밀착하고 있는 현실이다. 중국에 대한 의존이 높아지면서 결국 중국 우산 속에 갇힐 수도 있는 형편이다. 에너지를 매개로 러시아의 입지를 추켜세우면서 중국의 대항마로 활용하려던 서방의 계획마저 힘을 잃고 있다. 궁극에는 중국과 러시아 간에도 밀월은 일시고 중장기적으로 보면 관계가 악화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글로벌 정세 급변에 노출된 한국의 위치는 현저하진 않지만, 점점 위축되고 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국가 GDP 순위는 12위로 떨어졌고, 더 올라가기보다 떨어질 공산이 크다. 강대국 틈새에서 이익이 아닌 손해를 보는 쪽으로 분류된다. 현재 처한 대내외 경제 여건이 섣부른 선택을 하지 못하게 발목을 잡고 있다. 주변국인 일본과 대만이 급속하게 전략적으로 움직임이고 있는 것도 우리에게 큰 부담이다. 미국과 중국으로부터 동시에 유·무형의 압력을 받으면서 갈팡질팡한다. 또한 정쟁에 사로잡혀 대외 문제에 한목소리를 내지 못하거나 해결에 대한 집중력을 보이지 못하고 있는 점이다. 강자에게도 약점이 있기 마련이며, 이익을 누리는 무리가 이를 잘 이용하고 있다는 점에서 손해를 보는 무리와 사뭇 다르다.



김상철 필자 주요 이력

△연세대 경제대학원 국제경제학 석사 △Business School Netherlands 경영학 박사 △KOTRA(1983~2014) 베이징·도쿄·LA 무역관장 △동서울대 중국비즈니스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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