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정부가 지난해 6월 이후 1년 6개월만에 한국 게임에 외자판호(중국 내 게임 서비스 허가)를 발급하면서 국내 게임사들이 다시 중국 시장에서 성공할 수 있을지 여부가 관심이다. 다만 이전보다 중국 게임의 경쟁력이 높아졌다는 점에서 마냥 성공을 낙관할 수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중국 국가신문출판서는 지난 28일 한국 게임 7종 등 총 44종의 외국 수입 게임에 대한 외자판호 발급을 공고했다. 이번에 판호를 받은 한국 게임은 △넥슨 '메이플스토리M' △넷마블 '제2의나라'·'A3: 스틸얼라이브'·'샵 타이탄' △스마일게이트 '로스트아크'·'에픽세븐' △엔픽셀 '그랑사가' 등이다. 이로써 이들은 중국 시장에서 게임 출시가 가능해졌다. 게임 배급·운영은 현지 기업들이 맡는다.
중국에서 '한한령(限韓令)'이 발령된 2017년 이후 한국 게임이 대거 외자판호를 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2017년 이후 판호를 받은 사례로는 2020년 12월 컴투스 '서머너즈 워: 천공의 아레나', 2021년 6월 펄어비스 '검은사막 모바일' 등이 있다. 다만 특정 한두 게임만 대상으로 판호가 나와 전체 게임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었다.
업계에선 이번 외자판호 발급을 계기로 중국이 지난해부터 시행한 미성년자 셧다운제 등 다양한 게임 관련 규제가 해소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지난 10월 시진핑 주석이 3연임을 확정하면서 정치상황이 안정된 데 따른 영향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또 중국 내 게임사들이 정부 규제에 동참하는 등 협조적인 태도를 보이며 정부 기조에 발맞추기 위해 노력한 점도 이유로 거론된다. 외자판호를 받은 게임들은 현지 게임사들이 중국 내 퍼블리싱을 하기 때문에 중국 게임사들에게도 외자판호가 활성화되는 편이 이득이다. 실제 이번에 외자판호를 받은 게임 중에는 '발로란트', '포켓몬 유나이트' 등 텐센트·넷이즈 등 중국 대형 게임사들이 퍼블리싱하는 게임들이 많다.
시장에서는 또 기존과 달리 이번에 판호를 받은 게임 중 상당수가 최근 출시됐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앞서 판호를 받았던 게임들은 첫 출시 시점이 2020년 이전이었다. 임희석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이번 판호 발급 7종 중 4종이 2020년 이후 출시작이며 지난해 출시작도 2종"이라며 "로스트아크·제2의나라 등 글로벌에서 여전히 흥행 중인 작품에 대해서도 판호가 발급된 점이 고무적"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기조 변화 속 중국이 추가로 한국 게임에 대한 외자판호를 발급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형성되고 있다. 현재 중국이 세계 최대 게임 시장을 형성하고 있는 가운데 판호라는 벽까지 허물어진다면 한국 게임사들의 실적 향상에도 기여할 수 있을 전망이다. 이러한 기대감이 작용하면서 넷마블·엔씨소프트·카카오게임즈 등 주요 게임주들도 이날 전체적인 주식시장 약세 속에서도 일제히 상승 마감했다.
그러나 중국 시장이 다시 열린다 해도 곧바로 한국 게임에게 기회로 이어지지 않을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2017년 이후 중국 게임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면서 중국 내 게임 경쟁도 매우 치열해졌기 때문이다. 중국 게임이 중국은 물론 해외에서도 작품성을 인정받아 글로벌 게임으로 거듭난 사례들도 이전에 비해 부쩍 늘었다. 실제 지난해 큰 기대를 모으며 중국 시장에 선보였던 '검은사막 모바일'은 출시 후 눈에 띄는 흥행세를 달성하지 못하며 현지에서 고전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최근 몇 년간 게임 기술 측면에서도 중국이 한국을 많이 따라잡은 것이 사실"이라며 "시장 상황도 바뀐 만큼 예전처럼 한국 게임이 쉽게 성공을 거두기는 어려울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는 "더욱이 중국 정부의 태도는 예상하기가 워낙 쉽지 않기에 이번에 판호가 많이 발급됐다고 해서 앞으로도 판호 발급이 지속되리라는 보장이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위정현 한국게임학회장(중앙대학교 교수)은 "최근 몇 년간 꼭 중국 시장이 아니라도 글로벌 시장에서 성공한 국내 게임이 별로 없었던 게 현실"이라며 "'던전 앤 파이터 모바일'처럼 기존 PC 온라인 게임 IP를 토대로 만든 게임이라면 성공 가능성이 높겠지만, 그게 아니라면 현재 중국 시장에서 콕 집어 성공할 만한 게임을 찾기가 쉽지 않다"라고 꼬집었다. 그는 "지난해 '검은사막 모바일'이 중국 시장에서 흥행하지 못한 점은 그만큼 중국 시장이 쉽지 않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라고 덧붙였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