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국내 주식시장에선 투자자 보호가 더욱 강화된다. 가장 큰 변화는 기업공개(IPO) 절차 개선이다. 공모가를 높이는 '뻥튀기 청약' 예방책이 시행되고 공모주의 상장 당일 가격변동폭도 넓어진다. 주주가 물적분할을 반대하면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되고, 호가가격단위도 더욱 촘촘해져 보다 거래비용이 기존보다 줄어들 전망이다.
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올해부터 적정 공모가 산정을 위해 증권신고서 제출 이전에도 기관투자자를 대상으로 사전 수요조사가 허용된다. 주관사가 공모가 범위(밴드)를 합리적으로 재평가·조정할 수 있게 하기 위해서다. 이에 관행적으로 이틀간 진행되던 기관 수요예측 기간도 7일 내외로 늘어난다.
특히 기관투자자의 허수성 청약을 막기 위한 방안이 시행된다. 기관투자자들은 한 주라도 더 배정받기 위해 실제 수요를 초과하는 물량을 신청하는 과당경쟁을 이어왔다.
지난해 1월 LG에너지솔루션 기관 수요예측에는 1경(1조의 1만 배)이 넘는 주문이 몰린 것이 대표적이다. 당시 LG엔솔 기관 청약 과정에서 국내 680개 기관 중 80% 이상이 청약 최대 한도를 써낸 것으로 알려졌다. 순자산 1억원 펀드를 운용하는 자산운용사가 전체 기관에 배정된 물량인 9조5625억원어치를 주문한 경우도 있었다.
기관들의 허수성 청약으로 공모가가 높아져 결국 투자자 손실을 불러온다는 지적이 제기돼왔다. 올해부턴 주관사가 주금납입능력 확인 기준을 자체적으로 마련하고 이에 따라 물량을 배정하게 된다. 또 공모주가 균형 가격을 찾을 수 있도록 올해부터는 상장 당일 공모가 대비 63~260%에서 60~400%로 가격 변동폭이 넓어진다.
주식양도소득세를 낼 때 적용되던 대주주 가족 합산 규정도 폐지된다. 대주주 판정 기준은 종목당 10억원으로 유지하되, 앞으로는 온 가족이 보유한 주식을 합산하지 않는다. 부부가 같은 종목을 9억9000만원씩 지분을 보유해도 대주주 양도소득세 부과 대상이 아니다. 기존에는 주주 본인은 물론 직계존비속, 그 외 경영지배 관계 법인 등 특수관계자가 보유한 주식을 모두 합산해 대주주 여부를 판정하는 탓에 '현대판 연좌제'라는 지적을 받아왔다.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시행령'이 국무회의를 통과하면서 법 개정 사항이었던 반대주주 주식매수청구권도 도입된다. 지난해 12월 시행령이 개정됨에 따라 올해 상장기업이 물적분할을 결의하는 경우 이를 반대하는 주주에겐 주식매수청구권이 부여된다. 물적분할을 의결하는 주주총회에서 이를 반대하는 주주들은 물적분할이 추진되기 이전의 주가로 주식을 팔 수 있다.
지난해 주식시장에선 성장성이 높은 사업부문을 물적분할해 단기간 내 상장해 주주권 상실과 주가 하락 등 일반주주의 피해문제가 제기됐었다. 지난해 풍산과 DB하이텍은 주주 반발로 물적분할 계획을 철회하기도 했다.
올해는 주식시장의 호가가격단위가 더욱 촘촘해진다. 이달부터 코스피·코스닥·코넥스시장에서 1000~2000원의 가격대의 호가가격단위는 5원에서 1원으로 낮아진다. 1만~2만원대의 호가가격단위는 50원에서 10원으로 내려간다.
시장별로 다르던 10만원 이상 고가 주식의 호가가격단위는 하나로 통일된다. 10만~20만원대 단위는 100원, 20만~50만원대는 500원, 50만원 이상은 1000원으로 맞춰진다. 1일 현재 17만7500원인 네이버의 한 호가 아래 매수 가격은 17만7400원으로 적용되는 것이다. 이에 투자자들의 거래비용이 줄어들고 가격발견 기능이 높아질 것이란 기대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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