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란 가격 잡으려 신선란 수입?…산란계 농가 잡을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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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기락 기자
입력 2023-01-02 1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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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부 이달 120만개 수입 추진…고병원성 AI, 수급 영향 미미

지난해 12월 6일 서울 시내 한 전통시장의 계란 판매 상점. [사진=연합뉴스]

최근 계란 가격이 오르면서 정부가 이달 신선란 수입을 추진한다. 추가적인 가격 인상을 막고 겨울철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확산으로 산란계 농가의 계란 공급이 줄어들 것에 대비하기 위한 조치다. 

농가에서는 최근 계란 가격 상승은 국제 사료가격 인상에 따른 생산 원가가 오른 영향일 뿐, 실제 계란 수급에 문제가 없는 상황에서 정부의 수입에 따른 시장 가격 하락으로 농가 손실이 커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2일 축산물품질평가원 축산유통정보에 따르면 이달 1일 기준 계란 특란 30구 평균 소비자가격은 6675원으로 평년기준(5552원)보다 20.2% 올랐다. 

최근 계란 가격은 평년보다 높은 수준이지만 단기간 내 급등한 것은 아니다. 지난해 1월 6400원대를 나타낸 계란 가격은 같은해 6월 7000원대 초반까지 오르기도 했지만 연중 6000원대 중후반 수준을 유지했다. 

겨울철 산란계 농가의 고병원성 AI 확산 우려가 커지자 정부는 지난해 12월 스페인산 신선란 121만개 수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이달 중 국영무역을 통해 수입 신선란이 국내에 들어오며, 이들 물량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를 통해 대형마트, 식재료업체 등에 공급될 예정이다. 

고병원성 AI는 지난해 10월 이후 이달 1일까지 56곳의 확진 농가가 발생한 가운데 이 중 산란계 농가는 17곳으로 확인된다. 고병원성 AI 확진 판정을 받은 농가는 기르는 가금을 전량 살처분해야 하기 때문에 산란계 농장의 대규모 확진은 계란 공급 감소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농가에서는 아직 고병원성 AI의 확산세가 계란 수급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한 상황에서 정부가 수입을 추진하면서 시장 가격 하락으로 산란계 농가가 손실을 입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최근 계란 가격이 높은 수준을 나타내고 있는 원인도 고병원성 AI 확산에 따른 공급 부족보다는 급등한 사료 가격 등 생산 원가가 올랐기 때문이라는 주장이다. 

대한산란계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양계용 사료가격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영향 등으로 57% 상승했지만 같은 기간 계란 가격은 3.6% 정도가 올랐다. 양계용 사료가격은 계란 생산의 약 70% 이상을 차지한다.

농가는 정부가 계란을 수입해 저가로 판매할 경우 시중 가격도 하락하면서 산란계 농가도 가격 인하에 따른 손실을 입게 될 것이라는 입장이다. 또 계란 가격 하락을 유도하기 위해서는 신선란 수입보다 농가의 사료 가격 등을 지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계란 가격 인하를 위한 수입 조치가 예산 낭비라는 지적도 나온다. 앞서 지난해 초 계란 가격 안정을 위해 정부가 신선란 수입을 추진했지만 시장에 유통되지 못한 일부 물량이 폐기 처분되기도 했다. 이에 따른 수입, 폐기 비용은 약 1500억원 규모로 추산된다. 

안두영 대한산란계협회 회장은 "계란 가격이 낮을 때 비축한 물량을 높을 때 출하해 가격을 안정시키는 것이 정상적이고 상식이 통하는 정책"이라며 "(계란 수입비용으로 농가의) 사룟값을 지원하거나, 생산원가를 높이는 각종 규제를 완화하는 것이 소비자도 위하고 생산자도 살리는 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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