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남아공 월드컵 이후 12년 만에 거둔 쾌거였다.
16강 진출 장면은 전 세계 축구팬이 함께 봤다. 포르투갈과의 경기에서 승리한 선수들은 차분한 표정으로 그라운드 중앙에 모였다. 가나와 우루과이 경기 결과로 16강 진출 여부가 결정되기 때문이다.
호루라기 소리와 함께 한국의 16강 진출이 확정되는 순간. 아시아의 호랑이들이 포효했다.
국제축구연맹(FIFA)은 이 장면을 이번 월드컵 명장면으로 꼽았다.
월드컵 무대를 밟지 못한 아시아 국가에도 자극제가 됐다.
월드컵은 아르헨티나와 메시의 우승으로 종료됐다.
식은 줄만 알았던 월드컵 열기가 동남아시아로 옮겨갔다.
동남아시아 월드컵이라 불리는 아세안축구연맹(AFF) 미쓰비시 일렉트릭 컵(전 스즈키 컵)으로다.
이 대회는 아세안 10개국(라오스, 말레이시아, 미얀마, 베트남, 브루나이, 싱가포르, 인도네시아, 태국, 캄보디아, 필리핀) 축구 국가대표팀이 출전한다.
대회 때만 되면 축구공 하나에 6억 아세안 인구가 펄쩍 뛴다.
이 대회는 1996년 시작됐다. 이후 2년마다 한 번씩 개최된다.
최다 우승국은 태국으로 6회(1996·2000·2002·2014·2016·2020년) 우승했다. 2위는 4회(1998·2004·2007·2012년) 우승한 싱가포르, 3위는 2회(2008·2018년) 우승한 베트남, 4위는 1회(2010년) 우승한 말레이시아다. 나머지 6개 국가는 우승이 없다.
한국 축구의 인기는 이 대회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10개 팀 감독 중 한국인은 총 3명이다. 베트남을 이끄는 박항서, 인도네시아를 이끄는 신태용, 말레이시아를 이끄는 김판곤이다.
조별리그에서는 세 명의 감독이 삼국지처럼 지략대결을 펼쳤다.
A조(태국, 인도네시아, 캄보디아, 필리핀, 브루나이)와 B조(베트남,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미얀마, 라오스)로 나뉘어 생각보다 많이 만나지는 않았다.
당시 경기장에는 두 감독이 섰다. 베트남을 이끄는 박항서 감독과 말레이시아를 이끄는 김판곤 감독이다.
대결 결과 승리는 박항서 감독의 몫이 됐다. 3대 0으로 완승했다. 베트남은 이 승리로 B조에서 우위를 점했다.
반면 A조에서 홀로 분투 중인 인도네시아의 신태용 감독은 캄보디아를 상대로 2대 1, 브루나이를 상대로 7대 0, 필리핀을 상대로 2대 1 승리를 거뒀다. 최다 우승팀인 태국과는 1대 1로 비겼다.
준결승은 각 조 2위까지 진출한다. A조 1위는 B조 2위와, B조 1위는 A조 2위와 1·2차전에서 격돌한다. 태국은 A조 1위, 인도네시아는 A조 2위로 준결승에 진출했다.
B조 진출 팀은 이날(3일) 남은 두 경기로 결정된다. 말레이시아는 싱가포르와 준결승 진출권을 두고 격돌한다. 말레이시아가 진출할 경우의 수는 승리밖에 없다. 비기거나 지면 탈락이다. 베트남은 약체 미얀마를 상대한다.
베트남은 우승을 향해 순항하고 있다. 박항서 감독의 마지막 항해다.
박항서 감독은 2017년 시작한 베트남과의 동행을 멈추기로 했다. 대회 종료와 함께 지휘봉을 놓는다.
베트남인들은 박항서 감독 이름 앞에 '타이'(선생님)를 붙인다. 베트남에서 선생님은 대단한 존칭이다. 그 정도로 신뢰하고 존경했다.
박항서 감독은 2018 스즈키 컵(현 AFF 미쓰비시 일렉트릭 컵) 우승, 2019 킹스컵 준우승, 2019 필리핀 동남아시안(SEA) 게임 금메달, 2020 스즈키 컵 3위 등을 기록했다.
취임 당시 약속했던 FIFA 순위 100위 안착은 취임 1년 만인 2018년 달성했다. 현재 베트남의 순위는 96위다.
박항서 감독이 또다시 정상에 오른다면 3번째다.
결승 역시 1·2차전으로 나뉜다. 1차전은 13일, 2차전은 16일이다.
대회 조직위원회는 각 팀을 동물이나 곤충으로 묘사했다. 묘사된 그림은 대체 불가능 토큰(NFT)으로 발행했다.
베트남은 용, 말레이시아는 호랑이, 인도네시아는 가루다(신화에서 용을 잡아먹는 새)다.
박항서 감독이 용을 타고 날아오를지, 김판곤 감독이 호랑이 기운을 이을지, 신태용 감독의 가루다가 용(베트남)을 잡아먹을지는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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