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들이 인플레이션(물가상승)에 따른 생활비 증가 압박에 지갑을 닫자, 애플 등 미국 기술 기업들이 타격을 입고 있다. 미국 소비자들의 기술 부문 지출이 작년에 이어 올해에도 감소세를 나타낼 것이란 경고가 나왔다.
3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증권거래소에서 애플의 시가총액이 2조 달러 아래로 떨어졌다. 팩트셋의 자료에 따르면 애플의 시가총액이 종가 기준으로 2조 달러를 밑돈 것은 2021년 3월 이후 약 1년 10개월 만이다.
1년 전인 2022년 1월 애플의 시가총액은 3조 달러를 웃돌기도 했다. 코로나19 대유행으로 확산한 재택 근무와 비대면 수업에 힘입어 전자 제품 판매가 증가하자 애플의 주가는 고공행진했다. 그러나 약 1년 만에 1조 달러가 증발했다.
투자자들은 인플레이션과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공격적인 금리인상이 개인 소비를 냉각시킬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특히 애플의 제품들은 가격대가 높은 편이기 때문에 수요가 유독 크게 줄어들 수 있다는 시각이다. 애플이 다수 부품 공급업체에 수요 약화를 이유로 올해 1분기에 에어팟, 애플워치, 맥북용 부품의 생산을 줄일 것을 지시했다고 닛케이아시아가 보도한 뒤 시장의 전망은 더욱 어두워졌다.
애플에 부품을 납품하는 한 회사의 관리자는 “애플은 작년 4분기부터 거의 모든 제품 라인에 대한 공급을 줄일 것을 경고했다”며 “수요가 그다지 강하지 않기 때문이다”라고 닛케이아시아에 말했다.
BNP파리바의 분석가인 제롬 라멜은 올해 아이폰 출하 목표량을 기존 2억4500만대에서 2억2400만대로 하향 조정했다. 소비자들의 지출 감소와 제조업체 폭스콘 등 공급망 문제를 반영한 것이다.
분석가들은 애플의 작년 4분기 매출액이 전년 동기(약 1239억 달러)를 밑도는 1235억달러 안팎이 될 것으로 예상했다. 애플의 분기 매출액이 전년 동기보다 떨어지는 것은 2019년 1분기 이후 처음이다.
세계 최대 가전·IT(정보기술) 박람회 'CES 2023'의 주최 측인 미국소비자기술협회(CTA)도 이날 미국 소비자들의 기술 부문 지출이 2년 연속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배런스에 따르면 CTA는 올해 미국 기술 소매 매출이 작년 기록한 4970억 달러 대비 2.4% 감소한 4850억 달러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다. 2021년 5120억 달러를 찍은 후 2년 연속 매출이 줄어드는 것이다. 다만, CTA는 올해 예측치가 코로나가 발발했던 2019년 기록한 4350억 달러보다는 훨씬 높다고 강조했다.
소비자들이 지갑을 닫으면서 테슬라의 성장 폭주도 정체될 위기다. 테슬라의 작년 4분기 글로벌 인도량은 약 40만5000대로 작년 동기보다 40% 높았지만, 분석가들의 기대치는 하회했다. 연간 50% 성장 달성을 강조했던 테슬라의 목표치에도 미치지 못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국의 전기차 수요가 줄어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예비 집계에 따르면 2022년 미국의 전기차 총판매량은 1400만대 미만으로, 중국의 도시 봉쇄 위주의 고강도 방역정책이 촉발한 공급난이 심화했던 2020년 및 2021년보다 낮았다.
JP모건의 분석가인 라이언 브링스만은 앞으로 다년간 테슬라의 50% 판매 성장은 보기 힘들 것이라고 지적하면서 테슬라의 목표주가를 150달러에서 125달러로 하향 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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