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독한 겨울을 나고 있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반도체 대장주들이 모처럼 기지개를 켰다. 삼성전자는 다시 '6만 전자' 가능성을 높였고, SK하이닉스는 '8만 닉스'를 회복했다. 반도체 세액공제, 업황 다운 사이클 축소 가능성 등 각종 호재가 전해지면서다.
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삼성전자는 전장보다 4.33% 오른 5만7800원으로 마감했다. SK하이닉스 주가는 7.14% 상승 마감하며 종가 기준 13거래일 만에 8만원대를 회복했다. SK하이닉스는 전날 장중 52주 신저가를 기록하기도 했으나 하루 만에 반등에 성공했다.
이들 주가를 끌어올린 건 외국인이었다. 외국인 투자자는 이날 하루에만 삼성전자 1767억원, SK하이닉스 593억원을 각각 순매수하면서 주가 상승을 견인했다. 기관투자자도 SK하이닉스를 833억원어치 사들였다.
별도로 올해 추가 투자 증가분에는 국가전략기술 여부와 상관없이 10% 세액공제 혜택이 주어진다. 반도체 등 전략 분야에서 신규 사업에 뛰어드는 대기업은 당기분과 증가분을 합쳐 최고 25%까지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게 된다. 경기 침체로 위축된 기업의 투자 심리를 되살리겠다는 의지다.
외국계 증권사 보고서도 영향을 미쳤다. 씨티증권은 삼성전자에 대해 반도체 공급 정책을 수정할 수 있다고 전날 밝혔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외국계에서 삼성전자의 설비투자(CAPEX) 축소 예상 언급과 업황 다운 사이클이 기존 예상보다 줄어들 수 있다는 언급이 특히 투자심리에 긍정적으로 작용했다"고 분석했다.
삼성전자 주가는 메모리 반도체 재고 영향을 받아왔다. 재고가 쌓이면 반도체 가격이 하락해 실적에도 악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지난해 전방산업에서 수요가 줄면서 메모리 공급 업체의 재고가 늘어났다. 삼성전자의 메모리 반도체 생산 조절 등 CAPEX 운영과 관련한 방침이 주가에 가장 큰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두고 증권사들의 실적 악화 전망과 목표가 조정이 이어졌다. 키움증권은 이날 삼성전자가 4분기에 시장 기대치를 밑도는 실적을 낼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도체 수요가 급감한 영향이다. SK하이닉스에 대해서는 지난해 12월 한 달 동안 국내 10개 증권사가 목표 주가를 하향 조정했다.
다만 올해를 기점으로 업황이 반등할 것이란 기대감이 나오고 있다. 주가도 부정적 실적 전망이 이미 반영돼 저점 수준까지 형성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올해 2분기까지는 업황 위축이 이어지고 하반기부터 회복할 것으로 점쳐진다. 증권가에서도 저점에서 비중 확대를 추천하고 있다.
박유악 키움증권 연구원은 "급격한 시황 악화가 메모리 공급 업체들의 추가 감산 결정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 더욱 주목할 필요가 있다"며 "재고 조정이 강하면 재고 정상화 시점이 앞당겨질 것이고 업황을 턴어라운드시키는 촉매제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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